우즈베키스탄 국무총리실 산하 대외노동청이 한국에 송출된 자국 노동자와 체결해 온 '인신매매성 벌금 각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우즈벡 정부 측 동의 없이 직장을 옮기면 월 2000달러 벌금을 부과하는 각서로, 강제노동과 인신매매 논란이 불거졌던 계약이다. 우즈벡 이주노동자들은 우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29일 우즈벡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우즈벡 대외노동청의 함라에프 이슬롬존 올리모비치 노동 이주 법률 모니터링국장, 탈라에바 굴루흐 모니터링국 대변인, 코밀로프 누르마트존 한국주재사무소장은 지난 27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 등을 만나, 허가받지 않은 이직을 이유로 자국 노동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각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민주노총 울산본부, 금속노조 및 현대중공업 지부와 사내하청지회, 울산이주민센터 등이 참석했다.
울산이주민센터에 따르면 대외노동청 관계자는 현재 각서와 관련해 진행 중인 벌금 징수 소송을 중단하고, 판결이 확정돼도 벌금이 환급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나아가 '파업과 관련한 정치적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 활동을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각서 조항도 삭제해, 한국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울산이주민센터 등은 이날 대외노동청에 △벌금 각서를 통한 인신매매 행위에 관한 대외노동청의 공개 사과 △벌금 각서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폐지 △관련 소송의 전면적인 중단과 이미 낸 벌금액(소송비 포함)의 전액 반환 △한국 법률이 보장하는 파업권, 노동조합을 할 권리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 전면 금지 등을 요구했다.
대외노동청 관계자들은 이날 저녁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우즈벡 노동자들을 만나 '벌금 조항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다만 아직 공식적인 문서나 발표로 공표하진 않아, 우즈벡 노동자들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각서는 대외노동청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송출한 자국 노동자에게 작성케 한 문서다. 대외노동청의 서면 동의 없이 이직할 경우 매달 2000달러 벌금을 매긴다는 내용이 골자다. 휴업, 폐업, 권고사직,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이직 등에도 무분별하게 벌금이 부과돼 현지에선 꾸준히 논란이 이어져 왔다.
논란이 결정적으로 불거진 계기는 지난 7월 1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 사고였다. 동료들은 재해자가 평소 위험한 조선소 작업환경을 두려워했지만, 벌금이 무서워 이직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모습을 지켜봤다. 우즈벡 노동자들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직후 대외노동청에 직접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인신매매방지법 소관 부처인 성평등가족부는 이달 초 고용노동부 및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해당 계약의 강제노동 및 인신매매 성격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순쯤 우즈벡 대외노동청 측을 만나 제도 시정을 요청했다.
국제법과 국내법 모두 이주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나 이탈보증금 등 경제적 통제로 인해 자유롭게 일을 그만두거나 사업장을 옮기지 못하는 상태를 인신매매로 인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우즈벡 이주노동자 A 씨는 28일 <프레시안>에 "이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기뻐했다"며 "벌금을 대신 내야 할 보증인으로, 법원에서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받은 가족들도 많이 있는데, 그들도 기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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