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유산으로 잃고 3개월 만에 시후까지 또 다시…그런데도 경찰 수사가 진전이 없습니다."
2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자택에서 만난 시후 어머니 A씨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집 안에는 시후가 입던 옷과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생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A씨 가족은 지난 2024년 10월 시후가 태어난 이후 더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방 두 곳을 각각 시후의 옷방과 장난감방으로 꾸몄다. 그러나 이사한 지 12일 만인 지난달 13일, 생후 20개월 시후는 광산구 한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던 중 숨졌다.
사건 이후 유족은 폐쇄회로(CCTV) 영상 열람이 제한되고 수사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연일 SNS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아이를 위해 이 집으로 이사했고 방 두 개도 모두 시후에게 내줬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후가 정말 좋아하던 공간인데 이제는 아이 물건에 손도 대지 못한다"고 눈물을 훔쳤다.
시후는 A씨가 극심한 입덧을 견디며 어렵게 얻은 첫 아이였다. 물조차 마시지 못하고 일주일에 몸무게가 7㎏가량 빠질 정도로 고통이 심해 결혼식도 미뤄야 했다.
시후가 숨진 뒤 A씨의 일상도 멈췄다. 그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시선을 견딜 수 없어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며 "살려면 먹어야 하는데 음식 자체를 몸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눈물을 삼켰다.
A씨가 버티는 이유는 시후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생활했고 숨지기 전 무슨 일을 겪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일이 이어졌다.
유족 측에 따르면 사건을 처음 맡은 광주 광산경찰서는 시후가 숨진 교실의 사망 당일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변사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했다. 이후 광주경찰청으로 이첩돼 여성청소년과와 중대재해팀이 같이 수사중이다.
A씨는 사건이 이관된 뒤 광주경찰청으로부터 사고 어린이집 보육교사 중 한 명의 가족이 여성청소년과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사건이 이관된 지 일주일 가량 지난 뒤 어린이집 보육교사 중 한 명의 가족이 여성청소년과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수사업무가 아닌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고 해도 관련 서류를 접할 수 있다는데, 수사의 공정성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주장했다.
유족은 시후가 숨진 지 37일 만인 지난 19일 사망 당일 CCTV를 처음 확인했다. A씨는 영상에서 교사가 시후의 팔을 끌어 넘어뜨리거나 양팔을 잡아 들어 옮기고, 울고 있는 아이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젖히는 모습 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을 빠르게 보려고 했지만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는 행동이 계속 나와 등원부터 구급차에 실려 갈 때까지 확인하는 데만 6시간이 걸렸다"며 "경찰이 미처 보지 못한 장면을 유족이 찾아 시간대까지 알려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후가 잠든 곳은 CCTV 사각지대였지만 입소 상담 당시 어린이집은 그런 안내를 하지 않았다"며 "사망 당일 이전 영상과 강당 영상도 보여달라고 했지만 사망 장소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기관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유족이 법을 찾아보고 영상을 일일이 확인해 알려줘야 움직인다"며 "왜 피해자인 부모가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유가족이 문제를 제기한 장면 등을 토대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등 관련 자료를 종합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라며 "아동학대 혐의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고 유족과 협의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족 측은 어린이집 낮잠 시간 안전관리와 응급상황 대응체계 강화, CCTV 촬영 사각지대 해소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시후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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