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앞세운 식품이 시장을 채우고 있다. 단백질 음료와 유산균, 비타민과 콜라겐, 저당 감미료가 매년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를 바꾼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24년 약 6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성장세는 최근 둔화되었으나 시장의 크기 자체는 이미 거대하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 많은 제품 앞에서 무엇을 왜 골라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 연재는 '몸에 좋다'는 말과 과학적 근거 사이의 거리를 짚어 보려 한다. 그 출발점은 용어의 구분이다.
먼저 '건강기능식품'은 법으로 정의된 용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로 제조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기준의 심사를 거친 제품만 이 이름을 쓸 수 있다. 제품에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문구와 인정 도안(마크)이 표시된다. 이 마크는 해당 제품이 기능성과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다는 표시다. 마크가 없는 제품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은 근거의 수준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영양소 기능'으로 비타민·무기질처럼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에 필요한 영양소의 작용을 가리킨다. 다음이 '생리활성 기능'이다. 특정 성분이 건강의 유지·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국내 기능성 원료의 다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가장 높은 단계가 '질병발생위험감소 기능'으로 질병 위험을 낮춘다는 점이 과학적 합의에 이를 만큼 높은 근거로 입증된 경우에만 인정된다. 칼슘·비타민 D와 골다공증 위험의 관계 등 그 예는 많지 않다. 같은 '기능성'이라는 말이라도 뒷받침하는 근거의 무게가 다르다는 뜻이다.
기능성 원료를 인정받는 경로도 둘로 나뉜다. 하나는 식약처가 이미 기준을 고시해 둔 '고시형' 원료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기업이 자료를 제출해 인정받는 '개별인정형' 원료다. 개별인정형은 처음 인정한 기업이 일정 기간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새로운 성분의 등장과 마케팅이 이 경로에서 자주 나타난다. 소비자로서는 '개별인정 원료'라는 표시가 곧 '더 뛰어난 효과'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효과의 크기가 아니라 인정 절차의 종류를 가리킨다.
최근에는 경계에 놓인 범주가 하나 더 생겼다.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이다. 식약처는 2020년 12월 관련 규정을 시행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안전성이 확인된 원료를 일정 기준 이상 담은 일반식품에 한해 기능성 문구를 쓸 수 있게 했다. 다만 이런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므로 포장 주표시면에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일반 가공식품에 적힌 기능성 문구를 건강기능식품의 인정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범주의 위에는 또 하나의 경계가 있다. 의약품과의 구분이다. 건강기능식품은 부족하기 쉬운 성분을 보충하거나 건강 유지를 돕는 식품이며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의약품이 아니다. '치료' '완치' 같은 표현을 쓴 식품 광고가 규제 대상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경계를 흐리는 순간 소비자의 판단과 건강 모두가 위험해진다.
정리하면 우리가 마주하는 제품은 크게 네 층위에 놓인다. 인정 마크를 갖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문구를 쓰되 건강기능식품은 아닌 일반식품, 아무 기능성 표시가 없는 일반식품, 그리고 질병을 다루는 의약품이다. 같은 매대에 섞여 있어도 근거의 지위는 서로 다르다. 건강한 선택의 첫걸음은 효능을 따지기에 앞서 그 제품이 어느 층위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 연재는 앞으로 단백질과 유산균, 비타민과 콜라겐, 대체감미료와 커피에 이르기까지 소비자가 매일 마주하는 성분과 제품을 하나씩 살펴본다. 각 편에서 지키려는 원칙은 하나다. 근거의 수준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다. 겁을 주지도 부풀리지도 않으면서 판단의 재료를 독자에게 건네려 한다. '몸에 좋다'는 말이 넘칠수록 그 말을 읽어 내는 힘이 필요하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