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 울고 싶지만 승모한테 미안해서, 원통해서 속으로 삭힙니다. 부모로서 못해줬던 지난 날들이 생각날 때에는 너무나도 괴롭고 부끄럽습니다. 이제는 승모가 하루빨리 쉬었으면 합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 아들 죽음이 헛되지 않게 기억되는 것입니다 (…) 용기를 내겠습니다. 함께 용기를 더해 주십시오 잊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아들 이름 석 자를…."
가족 생계에 보탬이 되겠다고 제대하자마자 현장에 뛰어든 아들이었다. 쉴 틈 없이 일하다 가끔 친구들과 낚시하러 바다에 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을 정도로 성실하고 순한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서른도 채우지 못하고 일하던 공장 기계에 끼여 숨졌다. 2인 1조 작업에 혼자, 안전장치도 없는 기계에 들어갔다 사망했다. 사고 당일 아들이 누워 있는 병원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말단 직원 한 명만 왔을 뿐이었다.
HL만도 평탱공장 끼임사고 사망자 김승모(28) 씨와 그의 어머니 이야기다. 어머니는 슬프고 참담해서, 이대로 고개 숙이면 아들이 편히 쉬지 못할 것 같아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거리에 나왔다. 아들 이름만 나오면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달라고 힘을 다해 외쳤다.
2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에는 김 씨 사망 30일을 맞아 작은 추모제가 열렸다. 김 씨 유족과 만도 평택공장 비정규직 고 김슴모 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 이태원 참사·아리셀 참사 유가족, 정의당과 노동당 등이 함께 했다. 이들은 김 씨에게 헌화하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김 씨 어머니는 추모제에서 아들의 죽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리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동이 많이 불편한 그였지만,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다. 휠체어를 타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읍소하러 아들의 빈소가 있는 경기 평택에서 청와대까지 왔다.
"우리 아들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사고가 날 곳이었다고 합니다. 9년 동안 끼임 사고가 32건 있었다고 합니다. 조그만 회사도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해놓습니다. 이런 큰 사고가 날 수 없는데 만도라는 큰 회사에서 났습니다. (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더욱 우리 아들을 죽음에 몰아넣은 만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금속노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김 씨가 숨진 HL만도 평택공장 기계장비에는 기본적인 안전장비인 '인터록(정비 등을 위해 장비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장치)'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노조는 △작업 전반을 감독할 안전관리자가 현장에 없었던 점 △기계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을 때 출입구에 설치해야 하는 안전띠를 사고 당시 설치하지 않은 점 △원청인 HL만도 측이 애초 예정됐던 MCT 정비 작업 완료 시점을 이틀 정도 앞당긴 점 등 사측의 안전관리가 부실했다고도 지적했다.
김 씨 어머니는 정몽원 HL그룹 회장을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로 보고 책임을 물었다. 그는 "권한도 없는 대표들 뒤에 숨지 말고 지금이라도 나와 사죄하고 책임을 다 하라. 한 청년 노동자가 죽어 나갈 때까지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느냐"고 성토했다.
정부도 질타했다. 어머니는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했느냐, 국회와 이 나라 대통령은 일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위해 무엇을 해 주었느냐"며 "여러가지 꼼수로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회사를 향해 더 강력한 처벌과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 이게 묵살된다면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싶다"라고 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만이 아니다. 어머니는 두 번 다시 아들처럼 일하다 사망하는 청년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아들은 안타깝게도 28세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다시는, 이 나라가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하며 불합리한 사회에서 도움을 받고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저들이 끝내 우리 앞에 무릎 꿇도록 할 것이며, 합당한 처벌을 받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회사를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다시는 억울하게 싼 값에 하청업체를 이용해 불법 이익을 취하는 공장이 가동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겠습니다.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질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추모식을 마친 뒤 유가족들은 현장을 찾은 청와대 관계자에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김 씨 어머니는 앞서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건을 살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부쳤으나 아직 답장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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