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메가특구'법 말고 '노동'에 투자하라

[인권의 바람]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기조 변화해야

주 80시간을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12시간 맞교대로 주 6일을 일한다. 중국에서는 폐지됐다던 996(9시출근, 9시퇴근, 주6일) 근무를 하고도 일요일에 8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주 40시간을 일하고,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메가특구 특별법'(메가특구법)을 추진하며 R&D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허용된 노동시간보다 많이 일하는 것을 허용하려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 16주 동안 주 80시간을 일할 수 있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노동계 지적은 노동시간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 전환 시기를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제조업 등 파견이 제한된 업종들에게 파견을 허용하는 등 비정규직이 확대된다. 지금은 반도체 업종, 특정 지역에 한정돼 있지만 한 번 허용되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형태로 확대될 것이다.

메가특구는 영원하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주가 폭등을 주요 성과로 보고 경제정책을 '영끌'했다. 취임 이후 빠르게 오르던 코스피는 9300대까지 폭등했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재벌 반도체 기업 주가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고공행진하는 코스피에 이재명 정부 지지율까지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오르내리고 있지만 9300선을 회복하기엔 멀어 보인다. 여기에 여러 정치적인 이슈들이 겹치면서 이재명 정부 지지율이 4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역대 최저 지지율이다.

정부가 메가특구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수혜자인 반도체 재벌들의 주가가 상승해 정부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정부가 배팅한 메가특구는 영원하지 않다. 재벌을 지원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박정희식 성장주의는 노동자를 잡아먹어왔다. 메가특구 인근의 물과 에너지를 고갈시키면 메가특구법은 빈깡통이 된다. 주식은 일시적이고 변동적이고 불안정하다. 실물이 아니라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는 신뢰와 기대로 주가를 끌어올린다. 이를 우리는 거품이라 부른다. 주식에 의존한 경제가 거품이 꺼지는 순간 어떤 공황이 올지 알 수 없다.

하락장에서도 일시적인 폭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거품은 꺼진다. 최근에도 삼성전자, 하이닉스 주가가 20% 폭등했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단타라도 치겠지만 정권은 다르다. '주가 변동성'이라는 이름으로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이익에도 메가특구법은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전환해야한다

주식하는 이들 사이에는 '월급이 수익률이 가장 좋다'는 농담이 퍼진다. 시드머니 없이 안정적으로 2~300만 원 정도의 수익률을 올린다는 식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급을 평생 저축해 봐야 안정적인 주거조차 하늘에 별따기다. 최저임금은 물가인상률을 따라잡지 못하니 고물가 시대를 버티기도 어렵다. 주식으로 횡재해야 그 정도 평범한 꿈이라도 꿔보는 것이다. 불평등이 문제의 본질인데 사내유보금을 1500조 원씩 쌓아놓고 있는 재벌을 지원해 주가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메가특구법은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노동개악 요소를 담았다. 문제의 원인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대폭인상, 노조할 권리,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등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야 한다. 가장 안정적인 수입인 노동소득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길은 재벌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존중'을 말한 만큼 메가특구법 말고 노동에 투자하라.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메가특구법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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