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교제폭력 신고에도 보호 못 받고 저항하다 불 질러 감옥행…"특별사면해야"

여성단체 "국가, 책무 다하지 못한 책임 떠넘기지 말라"

교제폭력 가해자에게 저항하던 중 불을 질러 감옥에 간 피해자를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성단체와 피해자 변호인 등이 모인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가 외면한 교제폭력 생존자를 특별사면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교제폭력 피해자 A 씨는 2019년부터 약 5년간 남자친구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다. 그는 총 31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으며, 2024년 5월 11일 전북 군산의 주택에서 감금을 당하던 중 남성 B 씨의 집에 불을 내 숨지게 했다.

A 씨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그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공대위는 A 씨의 방화가 교제폭력 방어 과정에서 이뤄진 정당방위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그에게 형사처벌을 내린 판결은 국가가 교제폭력 대응 미흡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솔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광주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는 "생존자는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가기관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국가기관은 가해자의 감금과 폭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가해자와 동일한 수준의 폭력 혹은 보복으로 간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가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동안 국가가 외면해 온 교제폭력, 즉 여성폭력 생존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바로잡기 위함"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며,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를 오롯이 피해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도 5분에 한 건씩 교제폭력 신고가 접수되고, 며칠에 한 명 꼴로 여성들이 전·현 연인과 배우자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될 위기에 놓이는 등 국회와 정부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그토록 외쳐온 민생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국가의 방치 속에 수감된 교제폭력 생존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의 생존자를 사면하고, 가장 책임 있는 곳에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 씨 법률대리인 이한선 변호사는 "휴대전화도 빼앗긴 채 외딴 시골집에 홀로 고립된 그 새벽, 생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불을 질러 누군가 와주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며 "그것(방화)은 살인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A 씨는 지금도 교제폭력 피해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피해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국가가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특별사면은 입법의 공백 속에서 발생한 이 비극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중 하나"고 강조했다.

이날 공대위는 청와대에 A 씨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촉구하는 연서명을 전달했다. 이 연서명에는 총 9158명이 참여했다.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군산 교제폭력 생존자의 특별사면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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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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