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한반도가 끓고 있다.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생태복지의 필요가 시급해지고 있다. 자연생태계의 보전과 주민의 삶의 질,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들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생태복지는 매우 중요한 이론과 실천의 장이다. 환경보호와 사회복지를 통합적 관점에서 함께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생태복지 정책은 경제성장 중심의 복지국가를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인간과 생태계를 동시에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표적인 생태복지 학자인 피츠패트릭(Fitzpatrick, 2001)에 의하면 "생태복지는 인간의 복지와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통합하여 사회적 형평성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복지 체계다." 생태복지 분야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은 인간 복지, 환경보전과 지속가능성, 세대 간 그리고 지역 간 사회정의 등이다. 이 글에서 나는 생태복지를 무엇보다 공동체 가치 실천의 영역으로 본다.
사회적 합의에 의한 생태복지 정책
지구환경위기와 관련하여 일찍이 1973년에 영국의 경제학자 E. F.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저서에서 인류 사회의 무책임한 자원 낭비 성향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무한 경제성장 정책에 따른 대량 생산과 소비는 결국 환경파괴와 자원 고갈 문제를 가져올 것을 경고하였다. 2006년에는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가 <불편한 진실>이라는 저서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영향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 그러나 소비를 절제하고 낭비를 줄이는 인간 행동의 변화는 기후 온난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환경파괴 문제를 심각하게 몰고 갔다는 문제의식이 실제로 친환경 실천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중적 의식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개인의 소비성 절제와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으로의 제도적인 변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은 만족한 삶을 위해 깨끗한 공기, 물, 그리고 안전한 주거 환경을 비롯해 미세먼지와 플라스틱에 오염된 먹거리에 대한 걱정 없이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 인간의 기본욕구가 충족되고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생활 조건은 변하지 않지만, 생태 복지 정책 관련의 핵심 이슈들은 간단하지 않다. 물질적 풍요와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 사이의 균형을 이루면서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일은 복잡하고 중차대한 일이다. 개인, 기업, 정부, 지역 주민들이 모두 환경보전의 공적 책임을 나누는 가운데 최소한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목표설정은 어려운 합의 과정을 요구한다.
국제 기후 정책 평가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국가 목표로 법제화하였다. 2021년에 제정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기본법'을 통해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사용, 수소 산업 육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 산업, 수송, 건물, 농업폐기물, 산림 등 여러 부문에서 탄소 감축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가 다른 선진국보다 늦었고 제조업 중심의 탄소 집약적인 산업구조 때문에, 인구 1인당 CO2(이산화탄소) 배출량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높은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면에서 아주 나쁜 불량국가는 아니지만 유엔의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정책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만약 친환경 기술과 무탄소/저탄소 에너지 분야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한다면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에 무시할 수 없는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생태복지를 위한 연구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한 예로 해수면 상승을 막음으로써 인간과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실험이 진행 중인데 2026년 현재 영국을 중심으로 수십 명의 국제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그린란드 빙하의 융해와 해수면 상승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함으로써 적어도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기 바란다.
탄소배출 감소와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욕구 충족을 동시에 이루려는 정책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일은 매우 도전적이지만 지역 국가들의 국제 협력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경제성장에만 치중하는 기존 복지국가 목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생태복지 중심의 국가 비전과 정책으로 전환하는 일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생태복지국가를 지향하면서 최소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정책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정치 경제 사회적 공론의 합의를 통해 전반적으로 기후 위기 피해를 줄이면서 인간과 자연, 생명 유기체를 보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경제성장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경제성장과 생태복지의 두 마리 토끼
카야(Kaya) 항등식 이론, 즉 '온실가스 배출 = 인구 x 1인당 GDP(국내총생산) x 에너지 집약도 x 탄소 집약도' 공식은 경제성장 지표와 온실가스 배출 증가 간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다. 이 방정식에 따라 친환경 생태복지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한다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성장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산업의 저탄소화 방식이 쉬운 경제발전 전략은 아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순환경제를 확대하고 탄소세의 증가 등으로 성공적인 생태복지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고 본다. 선진국의 경우에 에너지 효율성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집중함으로써 지속적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를 함께 이룬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 선진국의 경우에 GDP가 증가하는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하여 탄소중립 목표에 접근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세기에 들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급격히 부상하였으나, 선진국처럼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면이 있다. 경제성장의 단맛을 본 국민들 대부분이 소비 패턴을 바꾸기 어렵고 생태복지보다는 물질적 풍요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언제나처럼 희망의 나라이다. 나무를 보호하고 강과 바다를 깨끗이 유지하는 건 인간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이 한국인 DNA에 새겨있는 것 같다. 속도감 있게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은 숨 막히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주말이면 싱그러운 녹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이다. 식민지 시대에 일제의 수탈로 인해 벌거숭이가 된 산림을 꾸준한 녹화사업을 통해 생명이 넘치는 나무숲으로 바꾼 산 경험이 있다.
생태복지를 증진하는 행동의 변화와 실천의 힘은 뇌 속에 입력된 기후 위기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일상에 내재화된 생명 철학적인 가치 기반이다. 도시 생활의 편리함에 젖은 현대인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환경친화적 상품을 사는 등 환경보호 정책을 이끄는 시민활동에 앞장서는 실천력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일상에서 느끼는 체험에서 나온다. 대부분 인구가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자연보호와 맞물린 복지 정책을 지지하는 인식 전환이 어렵다. 생태복지 국가를 지향하는 저력은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시민의식에서 나온다.
생명과 자연을 살리는 공동체 정신의 실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존재하고 번성하는 생명 공동체임을 이론이나 지식보다는 구체적인 지역사회 연대활동을 통해 몸으로 마음으로 선포해 온 마을이 있다. 지역사회복지, 자연환경과 생태 보호, 평화와 정치의 관점에서 자주 다루는 실천 사례로서 제주 강정마을의 시민운동은 널리 알려졌다. 제주 강정마을은 인근 해역의 다양한 해양 생물의 서식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인데 2007년에 해군기지 부지로 선정되면서 주민들의 생태보호 운동이 시작되었다. 환경단체뿐 아니라 종교계와 평화운동 단체들이 연대함으로써 비폭력 저항과 캠페인을 벌이는 국제 평화/환경운동 활동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주민의 의사 결정권, 마을 공동체 보전과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 자원의 보호, 경제개발과 생태계의 균형 등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강정마을은 생태복지 이론과 실제의 핵심 요소들을 대변한다. 이 마을은 주민자치를 통한 생태민주주의를 주장한다는 면에서 살아있는 생활 정치, 미래지향적 생태 사회운동의 좋은 사례다. 주민들의 지속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는 2016년에 준공되었으나 시민사회 활동은 평화와 생태 보전을 위한 교육과 문화 행사, 해양생태계 감시와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등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번영하는 공동운명체이므로 생명을 지키고 인위적인 자연 파괴를 멈추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강정마을 같은 작은 지역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먼저 경제성장 위주의 국가발전 비전을 생태복지의 성장이란 구호로 바꿀 필요가 있다. 사람도 먹고살기 어려운데 어떻게 자연 생명이니 생태복지 등을 논할 수 있냐고 하는 사람들은 아직 인간의 삶의 질과 자연 생태계의 밀접한 연계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해서 버는 돈의 액수보다 자연환경을 즐기는 시간으로 복지 개념 자체를 바꾸어 측정할 수 있다. 인간은 자연생태계의 일부이면서 자연 생명체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받고 산다는 사실을 수질과 토질의 건강, 녹지 접근성 등에 의거한 생명복지지수의 개발로 나타낼 수도 있다. 다양한 과학적인 측정 지표를 활용으로써 인간이 계속 자연의 적으로 살 수 없다는 사실과 인간은 자연과 밀접한 상생 관계에 깊이 의존한다는 현실을 공공정책에 적극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의식 변화의 기반 위에 생태복지와 생명 공공선 개념을 국가정책 차원에서 정의하고 실질적인 생태복지 지원사업을 실행할 수 있다. 생태복지 향상을 위한 정부의 지원사업으로서 가족 숲 체험, 생태 휴가, 도시 숲과 자연 돌봄 처방, 공원과 녹화사업, 지속 가능한 소비 사업, 생태교육 지원, 산림과 해양 치유 프로그램, 치유농업 등이 있다.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연돌봄 처방제도를 통해 병원에서 약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숲 걷기, 텃밭 활동, 공원 체육시설 활용 등을 체계적으로 권유하는 방법을 법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겠다. 그 외에도 숲과 생물 다양성 보호 활동 등에 봉사한 국민에게 지급하는 생태 기여금 제도, 탄소세와 환경부담금을 국민 모두에게 환급하는 생태 기본소득제도 등도 고려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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