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자산·수천억 배당' 이재용 vs '최저임금' 하청…삼성 내 양극화의 민낯

[반도체 성과 분배] ③ '정규직 성과급' 조명 뒤에 가려진 자산 불평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올해 삼성전자는 300조 원, SK하이닉스는 20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계층 간 격차가 커질 조짐이 보이며, 분배를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이 거둔 막대한 이익은 어떻게 형성됐고, 어떻게 나눠야 할까.

<프레시안>이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이를 다루기 위한 공동기획을 준비했다. 국가전략산업 초과이익 관련 쟁점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기업 성장 과정의 공적 지원, 반도체 성과 분배의 현실, 공정한 분배 대안을 다루는 네 편의 기사로 이를 전한다.

[반도체 성과 분배] ① "반도체 초과이익, 하청 공유·공유부 기금 설치" 시민 60% 이상 동의

[반도체 성과 분배] ② '역대급 호황' 반도체 신화의 숨은 공동주역, 정부와 노동자

삼성전자 초과이윤 문제가 노동자 간 성과급 격차 논란으로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더 견고히 작동하는 자산가와 노동자 간 불평등 구조는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대주주인 총수 일가가 주식 자산을 지렛대 삼아 대출을 받고 매년 수천억 원의 배당금을 받으며 상속세 문제까지 수월하게 해결해 나간 동안, 생산 기지 최하단의 하청노동자는 주야 2교대 밤샘 노동을 반복하며 법정 최저임금을 받아 쥐었다.

반도체 초과이윤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삼성전자 구성원 간 격차를 살폈다. 이를 보면, 자산가와 노동자 간의 간극이 노동자 내부의 격차보다 압도적으로 큰 자산 양극화의 민낯이 드러난다.

이재용 주식자산, 1년 새 5배 늘어 60조…삼성일가도 100조 돌파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재산은 60조 원을 돌파했다. 6월 1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의 주식 평가액은 총 61조 58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E&A, 삼성화재 등 6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이다. 지난해 3월 12조 2312억 원이던 주식 평가액이 불과 1년 사이에 5배 더 늘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 지분 가치로, 33조 9985억 원에 달했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9755여만주(1.67%·우선주포함)를 갖고 있다. 과거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으면서, 그 전 0.7%였던 지분이 1.67%로 크게 늘었다.

이로써 지난달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 자산도 130조 원을 돌파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25조 4707억 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4조 845억 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22조 1886억 원)을 포함한 삼성가 4인의 주식 재산 총합은 133조 3275억 원에 이른다.

배당 확보 현금도 1조 육박12조 상속세 완납 지렛대 된 주식 자산

배당으로 얻은 이익도 컸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 6년 간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최소 1조 9549억 원이다. 경제지 <더벨>, 리더스인덱스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0년 2183억 원 △2021년 3629억 원 △2022년 3042억 원 △2023년 3237억 원 △2024년 3437억 원 △2025년 3993억 원 등을 배당받았다. 이어 지난 4월엔 특별배당으로 551억 원을 받았다.

최대 49.5% 소득세율(금융소득 연 2000만 원 초과 소득자)을 감안해도, 6년 간 이 회장이 확보한 현금은 최소 9675억 원이 된다. 이 시기 배당금의 대부분은 상속세 부담에 활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2020년 사망 당시 약 26조 원 규모의 유산을 남겼다. 이에 따른 상속세는 약 12조 원으로 책정됐다. 홍라희 명예관장이 3조 1000억 원, 이재용 회장이 2조 9000억 원, 이부진 사장은 2조 6000억 원, 이서현 사장은 2조 4000억 원을 각각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으로 재판받던 이재용 회장은 주로 시중은행에서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분할 납부했다고 알려졌다. 이 이자 부담과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데 계열사로부터 나온 배당금이 보탬이 된 것이다. <더벨>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상속세 관련 대출을 받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견질 담보(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담보)로 설정했다.

홍라희 관장, 이부진·이서현 사장 등의 상속세 재원도 자산에서 나왔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주식을 이용해 담보 대출을 받았고, 주요 계열사 지분 일부를 단계적으로 매각하거나 신탁 계약을 활용해 거액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에게 주식 자산은 '실현된 현금'

이처럼 총수 일가에게 주식 자산은 '미실현 이익'이 아니다. 주식을 매개로 대출과 배당금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현된 현금'이다. 삼성 일가는 주식을 팔지 않고 주식 담보 대출이란 '금융 기법'을 이용해 거액의 현금을 확보했다. 대출금은 부채로 분류되기에, 지분을 팔아 마련한 현금과 달리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출 이자는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상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분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경영권까지 안정적으로 방어해 냈다. 특히 이 회장은 그룹 지배력의 핵심인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지분을 전혀 처분하지 않고도 상속세를 완납했다.

이는 근로소득자에게 적용되는 논리와 180도 다르다. 사과밭에 비유한다면, 자산이 적은 일반 시민은 매달 사과(월급)를 따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과세 당국은 이 모든 사과에 세금을 매긴다. 그러나 사과나무밭을 가진 자산가는 사과를 따거나 나무를 파는 게 아니라, 밭(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돈을 마련한다. 세금이 붙지 않는 돈을 활용해 다시 이윤을 내고, 그 사이 밭의 가치가 오르면 자산가의 부도 증식된다. 자산가는 밭을 그대로 유지한 채 대출을 활용하고, 은행은 이자를 챙기며 공생관계를 맺는다.

즉 주식 자산은 자신의 재산을 깎아 먹지 않고, 세금도 피하면서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무한 레버리지(지렛대)'로 기능할 수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14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졌고, 2020년 10월 사망선고를 받았다. 삼성 일가의 상속세 부담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 시기, 삼성전자의 배당 총액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한 해 배당은 2015~2016년엔 3조 원 가량에 머물렀으나, 2017년 6조 7500억 원으로 늘었고, 2018년부터 2023년까진 약 10조 원 규모를 유지했다. 2021년엔 특별배당까지 실시해 배당액이 20조 원에 육박했다. 2024년부턴 한해 11조 원 가량을 배당하고 있다.

임원 보수는 수십·수백억 원…2023년, 영업이익 급감에도 정점

재벌 총수 바로 아래에는 경영진이 있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한해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10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2022~2025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보수 상위 5인 임원'의 현황을 보면, 2025년에만 임원 5명에게 총 395억 8500만 원의 보수가 지급됐다.

개인별로는, 한종희 부회장이 134여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원진 사장 73여억 원, 전경훈 고문 64억 1700만 원, 신명훈 고문 63억 3100만 원, 노태문 대표이사 61억 25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지급될 자사주를 제외한 보수다.

지난 4년으로 집계기간을 늘리면, 경영진 보수가 정점을 찍은 해는 2023년으로 상위 임원 5명이 474억 4000만 원을 받았다. 가장 높은 보수를 받은 임원은 김기남 전 고문으로 2023년에만 172억 7600만 원을 받았다. 2022년 상위 임원 5인의 보수 총액은 300억 2900만 원, 2024년엔 322억 2400만 원 등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임원 보수가 크게 뛴 2023년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70% 넘게 급감한 시기였다. 2022년에 43조 3766억 원을 기록한 영업이익은 2023년 반도체 불황기를 맞이하며 6조 5669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2024년엔 32조 7260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다. 영업이익은 널 뛰었지만, 상위 연봉 임원의 보수는 이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 배당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25.05포인트(2.48%) 오른 9,288.89에, 코스닥지수는 0.47포인트(0.05%) 오른 1,001.40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그 아래에 노동자 임금 격차…원청에만 머문 분배

삼성전자의 정규직 노동자 수는 약 12만 명이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연봉은 1억 7400만 원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회사 영업이익 추이와 궤를 같이했다. 2022년 1억 3500만 원에서, 2023년 1억 2000만 원으로 줄었고, 2024년에도 1억 1800만 원으로 더 감소했다. 그러다 2025년 하반기 반도체 실적 반등에 따라 성과급 등이 급여에 반영되면서 평균 연봉도 다시 상승했다.

지난 5월 체결된 성과급 노사 합의안에 따라, 정규직들은 수억 원 규모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2025년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봉 1억 원을 받는 반도체 부문(DS) 직원의 경우 6억 원의 성과급을 자사주로 받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대개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다. <프레시안>이 올해 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에서 일한 하청노동자 A 씨의 임금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기본급은 215만 6880원에 불과했다. 법정 최저시급 1만 320원에 한 달 소정 근로시간(209시간)을 곱한, 법정 하한선의 금액이다.

여기에 연장·야간 수당이 붙어 매달 260~270만 원대(세후)의 월급을 받았다. 매일 4시간씩 연장근무와 주야 2교대로 야간근무를 하기에, 자신이 일한 만큼 더 받은 수당이다.

성과급은 따로 없다. 6개월에 한 번씩 '안전인센티브' 명목으로 나오는 특별수당이 있으나, 각 하청업체가 원청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기준 중 하나는 안전사고 여부다. 특히 클린룸에서 웨이퍼 박스 등을 직접 운반하는 물류 하청업체는 상대적으로 안전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 물류 하청노동자 B 씨는 지난달 <프레시안>과 만나 "2023년경부터 인센티브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안전인센티브는 A 등급 업체는 150만 원, B 등급은 70만 원가량, C 등급은 그 이하로 차등적으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대부분이 1년 단위로 삼성전자와 도급계약을 맺기에, 하청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일부 업체에선 수개월 단위의 단기 기간제 고용도 남용된다. 운이 좋은 하청노동자는 고용 기간 2년을 채운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만, 일부는 계약이 종료된다. 노동자 입장에선 계약기간 종료의 외피를 두른 '해고'다.

실제 삼성전자 물류 하청업체인 명일물류에선 2024년 120여 명이 계약 갱신이 되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2025년에도 140여 명이 똑같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처럼 상시적인 고용 불안은 노동조합 활동을 감시·통제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어, 하청노동자들이 처우 개선과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최저임금 묶인 생산기지 현장의 손발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된 화성·평택 공장 클린룸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의 상주 비율이 더 높다. A 씨는 "정규직, 비정규직 방진복 색깔이 달라 쉽게 구분된다"며 "생산공정 시설이 있는 클린룸 자체엔 주간엔 7대3, 야간엔 9대1 정도로 하청노동자·비정규직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B 씨 역시 "허드렛일과 위험한 업무는 사실 하청노동자들이 다 한다. 공장의 손발이 하청노동자"라며 "현업(정규직)과 하청은 식대도 다르다. 현업은 점심이 무료일 텐데, 우린 7800원 가량의 식대로 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하청노동자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2025년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 자료엔 삼성전자 사업장 '소속 외 근로자'가 3만 5702명으로 보고됐다. 전체 직원의 21.6%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 직원이 전체 노동자의 30.1%라고 파악됐다.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이 통계는 수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상주 협력업체 등은 제외된 걸로 보인다"며 "아직 하청노동자의 진짜 규모는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KBS> 5월 11일 방영한 다큐멘터리 3일(722회)-'처음 만난 세계 – 이천 SK 하이닉스 72시간' 편 갈무리. ⓒKBS

손가영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