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의존해선 불가능한 진보정치, 정의당이 해내겠다"

[6.3 지선과 독자적 진보정당] ③ 권영국 정의당 대표/서울시장 후보 上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불참한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나며 독자적 진보정치가 위기에 처했다. 그런 중에도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은 대선 이후 연대 전선을 유지하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3당 대표를 만나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자세와 독자적 진보정치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 편집자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완주를 택했다. 거대정당의 그늘 아래 숨지 않고 독자적 진보정치의 목소리를 지키기 위해 한 선택이었다.

6.3 지방선거를 맞아 정의당이 세운 강조점 역시 거대 양당과는 사뭇 다르다. 당을 이끌고 있는 권영국 대표는 성장과 개발이 아닌 분배와 균형의 언어, 실용주의적 접근을 넘어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언어가 한국 정치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지역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주거, 교통, 의료 등을 공공이 기본서비스로 규정하고 제공하는 방안. 재생에너지·돌봄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일자리 보장제 등 구체적 수단도 준비했다. '졸속 행정통합'에 맞설 지역 균형 발전 공약으로는 지역 공익 프로젝트와 중소상인에게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지역공공은행 설립, 금융기관이나 유통업체가 지역에서 얻은 수익을 지역에 재투자하게 하는 지역재투자 조례 등을 마련했다.

독자적 진보정치의 활로를 모색 중인 권 대표를 지난 12일 서울 구로 정의당사에서 만나 '정의당의 지방선거 전략'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를 묻고, 이를 두 편으로 나눠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아래는 지방선거 전략에 대한 권 대표와의 인터뷰다.

지난 대선 이후 정의당과 권영국의 1년

프레시안 : 지난 대선에서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참여한 민주노동당의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그 성과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신호등 연대'로 이어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먼저 지난 대선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묻고 싶다.

권영국 : 지역에서 대선 과정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 두 달 정도 지역순회를 했다. 이후에는 현안 대응에 주력했다. 주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드러내고 대응하는 과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에 대해 여러 의제를 던졌지만, 실질적 변화보다는 일정한 한계를 두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청 노조에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적용해 교섭권을 제한한 노란봉투법 시행령이 대표적이다.

기후 정책도 후퇴했다. 원전을 다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복원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지역에서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문제도 굉장히 크다. 관련 소송을 대리했고,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에게 연대하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결선투표 도입, 비례대표 확대, 승자독식 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문제 등을 제기했다. 특히 비례대표 선출 '5% 봉쇄조항'에 대해서는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헌법소원도, 가처분도 제기했는데 전혀 응답이 없다.

프레시안 : 민주당의 그늘을 비추려 한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 ⓒ정의당

"양당 독점 깰 영호남 단체장 후보 주목해주길…당선자 수 늘릴 것"

프레시안 :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묻겠다. 기초의원에서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 이르기까지 50여 명의 후보를 냈다. 현실적으로 당력을 집중하려는 지역이나 시민들이 눈여겨봐 줬으면 하는 후보가 있나?

권영국 : 당 대표로서 모든 후보가 특별하고 애틋하다. 당의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오직 당을 위해 출마를 결심한 이들이다. 누구 하나 콕 집어 소개하기 미안할 정도다. 그럼에도 소개한다면 영남과 호남에서 단체장에 출마한 후보들을 소개하고 싶다.

대구 동구청장 선거는 최근에 조국혁신당 후보가 사퇴하며 거대양당과 정의당만 남았다. 양희 후보는 "이주 여성과 아이들, 장애인들, 소수자,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로 끝까지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압도적으로 우위인 지역에서, 진보정치의 밭을 갈아온 양희 후보의 용기에 주목해주기를 바란다.

전남광주와 목포시는 민주당이 독주하는 지역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호남지역 경선 과정에서 돈 봉투, 불법 전화방 등 온갖 의혹이 쏟아졌다. 견제 없는 정치가 호남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출마한 강은미 후보, 목포시장에 출마한 여인두 후보의 선전이 호남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광역비례를 포함 지방의회 지역구와 비례 후보들도 열심히 뛰고 있다. 9명의 현역 지방의원도 재선을 위해 출마했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주민과 밀착된 활동으로 소금과 같은 의정활동으로 칭찬받는 후보가 대부분이다. 지역 활동을 통한 신뢰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소수정예 후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지선에서 정의당은 대선에 이어 노동당, 녹색당과 함께 '신호등 연대'라는 명칭으로 선거연대에 임하며 공동후보를 세우고 있다. 윤정현 노동당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원 후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당 차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할 만한 목표는 어디에 두고 있나?

권영국 : 현재 지방의원 수를 초과해 당선자를 내는 것이다. 지금은 7명의 기초의원과 2명의 광역의원이 있다.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졸속 행정통합 아닌 진짜 지역공존 대책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의제는 무엇인가?

권영국 : 개발을 막고, 차별을 멈추고, 시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다. 이에 합의하며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신호등 연대'도 이뤄냈다.

전국 단위 지방선거인만큼 서울의 팽창을 멈추고 진정한 지역 균형을 도모할 필요도 있다. 거대양당이 추진한 지역소멸 대책인 '행정통합'은 너무나 졸속으로 통과된, 지역 불평등을 심화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대책이었다.

프레시안 : 그런 정책 의제를 공약으로는 어떻게 구현했나?

권영국 : 공존을 위한 5대 사회계약을 제시했고, 이를 지역 공존, 기술-노동 공존, 지구-인간 공존, 공존 경제, 다양성 공준으로 구현했다.

지역 공존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부를 지역에 고르게 분배해 지역 간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부가 수도권으로 흘러가지 않고, 지역에서 순환할 수 있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공익 프로젝트와 중소상인에게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지역공공은행 설립, 금융기관이나 유통업체가 지역에서 얻은 수익을 해당 지역에 재투자하게 하는 지역재투자 조례 등을 준비했다.

대한민국 모든 곳을 살만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주거, 교통, 의료 등을 기본서비스로 규정하고 공공이 책임지게 하는 정책, 재생에너지·돌봄 등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일자리 보장제, 자치구별 차별금지 조례 제정 등도 공약에 담았다.

끝으로, 기술-노동 공존 공약도 촘촘하게 준비했다. 빅테크 기업에 'AI 전환기금'을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이를 일자리를 지키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공공부문부터 알고리즘 AI, 노동영향 점검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다.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지난 7일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서울 지역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동당

"성장과 개발 아닌 평등과 균형 이야기할 진보정치 있어야"

프레시안 :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보는 이도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감축 드라이브를 거는 등 전통적 진보 의제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적 진보정당이 필요한 이유를 평범한 다수 유권자에게 어떻게 설득할 계획인가?

권영국 : 산재 근절, 이주노동자 학대 근절, 공공부문 모범 사용자 등에 대한 대통령의 선언은 그 어느 정권보다 확실한 것 같다. '이런 문제까지?' 싶은 생각이 드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대책을 찾으려는 모습도 긍정적이다.

다만 '그런 선언이 실제 법적, 제도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나'라고 물으면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실용주의의 언어와 달리 진보의 언어는 그 구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한다.

예컨대 산재를 감축하려면, 노조 할 권리를 강화해 작업중지권 등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하도급 근절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끊어야 한다. 이주노동자가 갑질을 당하고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막으려면, 사업장 이동 제한을 풀고 지금의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

보수 대 극우의 정치구도를 보수 대 진보 구도로 전환해야 이런 일이 가능하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 중에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당이 있다. 위성 진보정당이 아닌 독자 진보정당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권영국 : 한국정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심의 양당 체제다. 그 중 국민의힘은 수구화되고, 극우화돼 소멸해야 할 정치세력이 됐다. 민주당을 진보의 축에 끼우려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이 대통령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스스로 중도보수당이라고 선언했다.

양당이 성장과 개발, 감세를 이야기할 때 분배와 균형, 불평등 해소, 기후 문제를 말하며 제대로 견제하고 경쟁할 수 있는 진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민주당에 의존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당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정치세력이 있어야 제대로 정책 경쟁을 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최근에도 이를 보여주는 일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작기소를 언급하고, 민주당이 관련 특검법을 추진할 때 진보정당 중에 정의당만 반대 목소리를 냈다.

프레시안 : 끝으로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권영국 :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같이 삽시다, 같이 갑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공생과 공존의 의미를 담았다. 이제 정치권에서 이런 말은 거의 '멸종위기가치'다. 그런데 정말로 같이 살고 같이 가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실용주의, 성장주의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의당은 그 질문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성장과 실용 뒤에 드리운 그늘을 비추고 걷어낼 정치가 필요하다. 진보정치가 나아갈 방향이다.

내란 이후 첫 전국 지방선거다. 정권 평가와 행정편의 경쟁을 넘어 한국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해야 하는 선거다. 내란과 성장주의로 가려진 의제,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의제를 누군가는 다시 정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것이 진보정치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다해 정의당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다. 유권자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요청드린다. 실망시킨 역사를 반성하며, 실력과 비전으로 다시 다가가겠다. (계속)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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