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에서 이란의 선박을 공격한 것을 두고 이란 측에서 대응을 공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은 자신들이 이스라엘과 같은 적을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이 연계되며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젤렌스키가 이란 상선을 공격하여 선원 1명이 사망했다. 이는 유럽을 자국의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고 저지른 명백한 유엔 헌장 위반"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이란 선박 공격을 비난했다.
그는 "카야 칼라스 EU(유럽연합) 외교안보고위대표 및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서방에 얹혀 있는)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의 무임승차자가 저지른 짓을 결코 그냥 넘어가게 둘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역시 27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선박 공격에 대해 "불법이며 모든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위험한 공작이며 우리에게는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행위의 여파는 세계 여러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카스피해 연안국들 역시 이러한 행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이란 정부는 "개입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25일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선박에 폭발이 발생해 선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카스피해에서 장거리 공습으로 성과를 거뒀다면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이어 그는 26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먼저 시작"한 일이라면서 "이란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이미 우리를 공격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새로운 전선이 열리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솔직해져야 한다. 이란과 북한은 이미 우리를 공격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이 이러한 공격을 확대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우리의 어떠한 도발도 없었던 맨 처음부터 이란인들이 무기를 제공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에 같은 적인 이란과 싸우고 있다면서 손을 내밀기도 했다. 예우헨 코르니추크 주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대사는 26일 이스라엘 방송 채널 12와 인터뷰에서 이란 선박이 민간 물자를 운반했다는 이란의 주장을 일축하며, 우크라이나는 그러한 화물을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란과 연관된 군수 물자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앞으로도 유사한 작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는 같은 적과 싸우고 있다"며 두 나라를 "동일한 악의 축의 서로 다른 전선에 서 있는 관계"라고 규정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란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하는 배경을 두고 자이돈 알키나니 아랍 퍼스펙티브 연구소(Arab Perspectives Institute) 소장은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란 전쟁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로부터 얻지 못한 지원을 직접 제공하려 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 정부에 직접적으로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하도록 유도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우크라이나가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전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작전은 우크라이나가 전통적인 전장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실제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원 역량이 일정 부분 확인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공 방어를 위한 미사일이 부족하다면서 서방에 이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이란을 공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방어에 필요한 미사일이 부족하다. 이것이 문제"라며 "러시아의 군수품 생산에 대한 제재가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탄도 미사일 생산을 늘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방공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우리에게 어려움이 생겼고,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라며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번 공격이 이란 정부에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매체는 "이란의 남부 해상 항로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카스피해는 이란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을 비롯한 더 넓은 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무역 통로로 부상했다"라고 짚었다.
이란이 카스피해의 통항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후 군사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알키나니 소장은 이러한 여건 하에서 카스피해 정세가 악화될 경우 "이는 더 이상 지역 전쟁, 즉 중동 내부의 지역적 대립뿐만 아니라 세계적 대립 구도까지 끌어들인 '초지역적 분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라며 "안타깝게도 이는 냉전 시기에 분출됐던 일부 분쟁들을 떠올리게 하며, 그때의 양상을 재현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뉴스위크> 역시 "분쟁들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갈등은 이란, 중동 안보, 해상 무역로, 강대국 경쟁 등 여러 문제와 얽히면서 점점 더 복잡해졌다. 카스피해 공격은 이러한 여러 쟁점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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