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피격 사건을 두고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이 입을 모아 이재명 대통령의 '패가망신' 발언을 소환해냈다. 아마 선거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조선일보는 12일자 "시험대 오른 '한국 건드리면 패가망신'"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란의 공격을 당한 중국, 프랑스 등도 '이란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 범죄 적발시 '대한민국 국민을 가해하면 국내든 국외든 패가망신한다'고 선언했다. 국민 보호를 천명한 대통령의 대외 선언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사무총장이 이 논리를 받아 한발 더 나아갔다. 이 대통령의 '패가망신' 발언을 언급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적 수사가 아니라 국가의 실질적 대응"이라고 했다. "미국 중심의 해양자유연합(MFC), 영국·프랑스 주도의 호르무즈 다국적군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청해부대 작전 범위 확대 논의에도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당의 공식 입장인지 장동혁 대표에게 묻고 싶다. 머나먼 이국땅 전쟁에 군을 투입해 개입하자는 소리다. 선거가 얼마나 급했으면 전쟁하자는 소리가 나올까. 조선일보 사설 문구를 빌려 온다면, 국민의힘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먼저 이 대통령의 '패가망신' 발언은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 한 말이다. 미국과 정규전을 벌이고 있는 지금의 이란이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자 수준으로 보이는가? 그러면 고자세로 한판 뜰까? 조선일보는 정부의 사정이나 외교 관계, 국제 정세 등을 뻔히 알면서도 '패가망신' 발언을 못마땅하게 여겨 말꼬투리를 잡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이들이 주장하는 건 간단하다. 왜 정부와 외교라인은 초기부터 피격으로 단정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왜 정부는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가. 피격 사건의 복잡한 국제 정치적 맥락을 다 제거하고(아마도 일부러) 평소 못마땅하게 여긴 대통령의 발언만 부각해 트럼프의 별칭인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 TACO)의 한국 버전 밈을 생산하고자 하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심지어 가짜뉴스가 버무려져 있는 상황도 교묘하게 모른체 한다. 이를테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무호가 "독자적으로 항해하다가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거짓이다. 나무호는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였고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란이 공격했다고 가정해도 이란의 엇갈린 대응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이란의 군부와 외교부는 따로 놀고 있다. 게다가 이란은 혁명수비대와 정규군의 독특한 이중 체계다. 이들 사이에서조차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다. 외교부는 말할 것도 없다.
상대해야 할 주체가 모호한데다, 미국처럼 무차별 전쟁을 벌이는 당사국도 아닌데, 단순 피격을 받았다고 해군을 호르무즈에 보내 동종(同種) 동량(同量)의 교전 규칙에 따라 이란 함선에 대포라도 쏘라는 말인가? 불가능한 얘기들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짐작하지 못할 바 없으나, 유권자들이 조선일보나 국민의힘 수준보다는 훨씬 높다는 걸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안도 없는 이런 공허한 논리를 받아들인 국민의힘은 더 한심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 방문해 뜬금없이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생즉사'를 외치던 수준의 외교 감각으로 '대안 세력'을 자처한들 유권자들이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댄 건 국민의힘이 여전히 '절연'하지 못하고 있는 전임 대통령 윤석열이다. 이미 패가(敗家)하고 망신(亡身)했음에도 이를 깨닿지 못하면서, 감히 이역만리에 청해부대를 투입하고 청년 군인들에게 참전하라고 선동하고 있는 행태를 우린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번 이슈는 선거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정부 외교라인의 대응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다. 강조하건대, 지방선거는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선거가 아니다. 전쟁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선거도 아니다. 먹고 사는 일에 관한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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