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투자 22%를 민간에 맡기는 시대,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민자철도의 그늘과 대안] ① 민자철도 팽창의 시대와 '민자철도 부실운영 방지법'

지하철 9호선, 신분당선, 서해선, GTX-A 등 수도권 시민의 주요 이동수단이 된 민자 철도·지하철 부실 운영이 심각합니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 다단계 위탁구조와 최저가 낙찰제가 만성적 인력 부족과 시민 안전 위협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고자 지난 2일 국회에서 '민자철도 부실운영 방지법'이 발의됐습니다. 해당 법안의 필요성과 민자철도 운영 실태를 담은 세 편의 글을 기고합니다. - 공공운수노조

민자철도의 팽창 시대

현재 민자철도는 인천공항철도, 신분당선, GTX-A 등 9개 사업이 개통해 운영 중이며, 부전-마산선, 신안산선 등의 2개 구간은 건설 단계에 있다. GTX-B와 C 등의 4개 노선은 착공 준비 중이며 총 15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민자철도 노선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따라 관련 투자액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른 재원별 투자 계획'을 보면 민자투자 비중이 2011년~2015년에는 전체 재원의 5.3%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돼 2026~2030년에는 전체 대비 22.3%인 10조 8978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로 늘었다.

▲ 국토교통부가 진보당 윤종오 의원실에 제출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재원별 투자계획'

철도투자에 대한 민간 의존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철도 민자투자 확대가 정권과 무관하게 정책적인 지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한 광역철도망 구축을 확대하면서 민자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발 더 나가 광역철도 사업에서 '민자 추진 원칙'을 공식화하며 이 기조를 더 공고히 했다. 문제는 이런 철도 민영화가 지역의 재정사업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재정사업인 김포도시철도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회사에 재위탁된 데 이어, 2029년 개통 예정인 울산트램은 재정사업임에도 민간위탁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현행 도시철도법 제42조가 철도운송사업을 법인에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해 민간 개방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민자철도는 광역 노선을 중심으로 한 양적 확대를 넘어, 기존 공공의 영역까지 잠식하며 무분별하게 팽창하고 있다.

민자철도 사업의 공공성 약화 심화

철도 민자사업의 확산은 운영의 불투명성과 노동조건 악화 등을 야기하면서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원의 보고서 <민간도시철도의 사회적 규제와 공영화 추진방향>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민자철도에 만연한 다단계 위탁에 따른 (최)저가 낙찰제 방식이 운영비 부족을 초래해 열악한 노동 환경과 비정상적인 인력구조를 고착화 시키고 있다. 실제로 민자 노선은 재정 직영 노선과 비교했을 때 유지보수 및 정비 인력이 많이 낮은 수준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과도한 업무량을 감내해야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상시적인 퇴사자 발생과 숙련 인력 확보 어려움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운영 방식은 서비스 질 저하를 넘어 시민 안전위협으로 직결된다. 특히 김포골드라인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 극심한 혼잡이나 예기치 못한 비상 상황 발생 시 이를 제어할 능동적 대응 역량이 결여돼 있다는 점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둘째, 민간 위탁 운영 시 경영 자료에 대한 접근이 제한됨에 따라, 공공서비스에 마땅히 수행돼야 할 공적 감시가 차단되고 투명성 결여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는 '민간사업자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적 보장과 다단계 위탁 구조를 '민간기업 간 사적 계약'으로 치부하며 개입을 회피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철도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서비스임에도, 민자사업 특유의 불투명성과 비밀주의가 운영의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공공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다단계 위탁 구조에서 비롯되는 필연적인 고용 불안과 극심한 노사 갈등이다. 위탁 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기존의 단체협약이나 노사 합의가 무력화되는 소위 '노사관계 리셋' 현상이 반복되면서, 노동권이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 수익성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다단계 위탁 구조에서 비용 절감은 필연적으로 인건비와 운영비의 감축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한 고용불안과 노사 간 대립도 구조화되고 있다.

종합하면, 이런 구조적 결함은 민자철도의 확산이 노동권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은폐된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철도는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권을 보장해야 하는 필수 공공서비스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민자 확대 기조를 멈추고, 법제도 개선을 통해 노동권과 안전은 물론 투명성이 담보되는 공공 중심의 운영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민자철도·지하철 부실운영 방지법'…민자철도 문제를 극복하는 시작점

지난 2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민자철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도시철도법 및 철도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명 '민자철도·지하철 부실운영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은 철도의 민간위탁을 제한하고 공공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궤도 사업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정 인력 기준을 법제화하고, 실효성 있는 인력 운영 기준 마련을 위해 현장 종사자의 논의 참여를 보장했다. 철도·지하철 사업 면허 기준에 노동자의 건강권, 이용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인력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것이다. 특히 인력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의견 청취를 법적 의무로 규정해 민주적 거버넌스를 지향했다.

둘째, 재정사업만큼은 민간위탁을 원천적으로 금지해 철도 민영화의 확대를 제도적으로 막았다. 재정사업 운영주체를 공공기관 또는 지방공기업으로만 한정해 공적 책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위탁 받은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재위탁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함으로써 '위험의 외주화'도 원천적으로 방지했다. 물론 현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서 철도 민자사업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어 이번 개정안만으로는 민자사업 자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민자철도의 폐단을 교정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입법적 시작점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나아가 이번 입법안은 공공성의 담지자인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직접 법안 제정에 함께 했다는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철도와 지하철이 이익 추구 수단이 아닌 공적서비스임을 법적으로 재천명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확실히 보장받고자 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 입법안이 민자철도 팽창의 시대에 철도·지하철의 공공성을 보장하고 민자철도의 문제를 해소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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