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은 요동치는 선거 국면에서 자주 인용된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변수가 돌발해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변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올해 만우절인 4월1일 김관영 전북지사의 민주당 제명 사건을 계기로 이 인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어제의 태양은 오늘의 것과 같지만 전북도지사 경선후보의 운명은 확연히 달라졌다.
전북 정치 역사상 초유 사태인 현역인 도지사가 소속 정당으로부터 강제로 당적을 박탈당하는 등 흡사 럭비공 형세의 민주당 경선가도는 4자 대결로 출발한지 정확히 103일만에 양자구도로 재편됐다.
급기야 4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오는 8일부터 사흘 동안 본경선 19만명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인 여론조사를 앞두고 있다.
4자 대결의 대격돌…현역 때리기
롤러코스터를 탄 듯 변화가 심했던 전북지사 도전의 시작은 4자 대결이었다. 지난해 10월 추석 명절 이후 차기 도백 자리를 향한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항상 그렇듯 더불어민주당 텃밭에서 전북도지사 경선은 항상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다.
김관영 현 전북지사의 재선가도에 이원택 재선의원과 안호영 3선 의원, 정헌율 익산시장이 도전장을 내미는 '4자 구도'는 그야말로 박진감 넘쳤다.
정통 정치인 출신과 행정 관료의 대결, 산적한 변수의 발발, 야당에서 집권여당으로 변한 텃밭의 기운 등이 융합돼 프레임 전쟁도 쉽지 않았다.
초반전은 현역인 김관영 전북지사에 대한 견제론으로 진행됐다. 기업유치의 허와 실, 현안 추진의 공(功)과 과(過) 등이 여과 없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고 3자간 현역 때리기에 나섰다.
정헌율 익산시장의 '디테일 공격'은 압권이었다. 정통 관료 출신인 정 시장은 과거 김완주 전북도지사 시절에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바 있어 도정에 빠삭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사실 각종 난맥상들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다 막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디테일에 약해서 사소한 것이 큰 문제로 대두하게 되는 것"이라고 김관영 전북지사를 향해 거듭 십자포화를 쐈다.
하지만 민심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인구 65만명을 껴안은 전주시장이 아닌 26만5000명을 이끄는 익산시장의 도백(道伯) 도전은 처음부터 '중과부적'이었을까?
정헌율 시장의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은 10%를 넘기지 못했고 올해 2월19일 안호영 의원과의 정책연대를 통한 '단일화'라는 형식을 통해 도전의 길을 멈췄다.
출마 선언 63일만에 정헌율 시장 '스톱'
2025년 12월 12일 "정치가 멈춰 세운 전북발전의 시계를 행정가 출신이 다시 돌리겠다"며 출마선언한 지 정확히 63일 만의 일이었다.
구도는 '3자 대결'로 한번 좁혀졌다. 선거는 링 위의 선수가 줄어들수록 서로에게 힘든 싸움이다.
안호영 의원은 정동영 통일부장관 등 전북정치권의 지원속에 올해 2월2일 전주·완주 행정통합 결단을 내린데 이어 정헌율 시장과의 정책연대라는 '투런 홈런'을 때린 터여서 상승세가 기대됐다. 지지자들의 분위기도 매우 고무적이었다.
때마침 안 의원이 지독하게 매달렸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슈도 전국적으로 점화된 상황이어서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기호지세(騎虎之勢)를 점치는 사람들도 나왔다.
주변의 예상과 달리 안호영 의원의 지지율은 3월 들어서도 눈에 띄는 상승곡선을 타지 않았다.
그러자 안 의원은 같은 달 16일 전북지사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정책경쟁'을 강조하는 등 내란 방조 논란을 둘러싸고 김관영 전북지사와 이원택 의원 간 사활을 건 공방과 다른 궤의 차별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이원택 의원 간 내란 방조 의혹 논란에도 김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꺾이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는 민심과 당심이 김 지사 쪽에 있는 것 아니냐는 듯 차이를 벌이는 모양새가 3월 중에 계속됐다.
이 와중에 지난달 31일 안호영 의원의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유임 소식이 전해지며 안 의원의 경선 불참 가능성이 타진됐다.
안 의원이 도지사 경선을 중단하고 국회 상임위원장에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전북 정치 역사상 한 획을 그을만한 극적인 상황은 다음날인 4월1일 연출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에 김관영 전북지사가 작년 11월 30일 한 음식점에서 청년들에게 대리운전비로 수십만을 살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김 지사를 상대로 윤리감찰에 나섰다.
현직 광역단체장이 음식점에서 현금을 봉투에서 꺼내 참석자들에게 직접 건네는 영상까지 보도되며 전북경찰청과 전북선관위가 각각 수사와 조사에 나서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이날은 안호영 의원이 김관영 전북지사와 정책연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계획해 놓은 날이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을 간담회로 전환하고 당내 경선 참여 뜻을 밝히게 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9시부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 논의에 들어갔고 40분 후에 최고위원 만장일치로 김관영 전북지사의 제명을 의결했다.
3자 대결 40일 만에 金 '제명', 2자 급변
중앙당 최고위에서 의결을 한 만큼 당사자에게 통보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해 김 지사는 당원 자격 상실과 당내 직위 자동상실 등의 처지에 이르렀다.
2월19일 3자 대결로 압축된 이후 정확히 40일 만인 4월1일 다시 '양자 구도'로 조정된 것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제명 징계 처분을 받은 지 하루 만인 2일 서울남부지법에 '제명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해 오는 7일 첫 심리를 하게 된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랑하는 민주당에 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며 "가처분이 인용되어 민주당에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또 "비바람이 거세지만 멈추지 않겠다"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저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묘한 여운을 남겨 지역 정치권의 여러 해석을 낳았다.
양자대결 '본경선' 핵심키워드는 '통합'
안호영 후보와 이원택 후보의 양자대결로 치러지는 민주당 전북지사 본경선의 핵심키워드는 '통합'이다.
김관영 전북지사의 현금 제공 의혹과 이에 따른 초유의 광역단체장 제명 파문에 전북 정치권은 혼돈과 충격에 빠진 상태이다. 일각에서는 그럴듯한 '기획설'과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어 정치권의 어지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호영·이원택 후보는 '통합'을 본경선의 전면에 내세운 모습이다.
우선 안호영 후보는 5일 오후 2시 선거캠프에서 출정식 형태의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 측은 "이날 행사에는 공동후원회장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며 김관영 도지사도 함께해 통합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호영 후보는 이번 개소식을 계기로 친이재명계와 김관영 지지세력이 함께하는 '통합선대위'를 공식 출범시키고 경선 승리를 향한 본격적인 조직 결집에 나선다.
이원택 후보도 4일 후보등록을 한 후 "도민주권시대와 도민통합을 이끌어내는 '통합도지사'가 되겠다"며 "통합이라는 사회적 자본은 지역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통합 없는 지역발전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원택 후보는 또 "지역 내 갈등과 충돌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키고 도민 모두의 집단지성과 변화를 갈망하는 뜨거운 가슴을 하나로 모아내는 통합도지사가 되겠다"고 거듭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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