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일이자 기일이었는데”…설 앞둔 자임추모공원, 유족들 ‘말뿐인 행정’ 직격

김관영 지사 “설 전 조치” 발언에 유족들 반발…“이미 우리가 얻어낸 합의”
인력 2명 지원에 그친 대응 두고 “현실 외면한 전형적 구색 맞추기”

▲ 전북 전주 자임추모공원 봉안당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한시적 개방이 예고됐지만, 유족들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고인을 바라보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고 말한다. ⓒ프레시안

송인현 자임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 12일, 굳게 닫힌 봉안당 입구 앞에서 한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출입문은 닫혀 있었고, 구조상 안쪽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문은 아내가 안치된 봉안당과 거리상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그날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생일이자 기일이었지만, 그는 끝내 그 문을 넘지 못했다. 제사는 결국 봉안당 밖에서, 마음으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유족이 얻어낸 합의”…행정 주도 아닌 ‘사후 포장’ 논란

설 명절을 앞두고 전북 전주 자임추모관이 연휴 기간(14~18일) 한시 개방에 합의했지만, 유족들 사이에서는 “추모권 보장이라기보다 보여주기식 대응에 가깝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 개방 역시 행정이 주도해 이끌어낸 결과라기보다는, 유족들이 직접 관리 업체와 협상에 나서 얻어낸 합의라는 점에서다.

송 대표는 “유족들은 지난해 말 이미 관리 업체로부터 ‘설 명절에는 정상적인 추모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며 “이미 협의가 끝난 사안을 두고, 마치 행정의 노력으로 개방이 이뤄진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유족들이 문제 삼는 대목은 현장 인력의 절대적 부족이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설 연휴 기간 직원 2명을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유족들은 “현장의 실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숫자”라고 입을 모은다.

◇“두 명으로 명절을 버티라니”…유족들이 말하는 현장의 현실

지난 추석 연휴 당시에도 행정 인력이 현장에 나왔지만, 주차 통제와 안내, 시설 관리 등은 열 명이 넘는 유족들이 자발적으로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지난 추석엔 행정 인력 1명이 나왔지만, 주차 정리부터 내부 안내, 청소까지 결국 유족들이 직접 했다”며 “그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설에는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보강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설 연휴에 투입되는 행정 인력 2명 역시 당초 행정이 계획한 인원이 아니라, 유족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이후에야 늘어난 규모라는 설명이다.

그는 “유족들이 더 이상 명절마다 자원봉사처럼 현장을 떠받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기존 업체 관리 인력 1명과 행정 지원 인력 2명만으로 명절 인파를 감당하겠다는 건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라며 “이건 추모권 보장이 아니라, 형식만 갖춘 최소한의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 전북 전주 자임추모공원 전경. 경매 이후 운영 주체 공백이 수개월째 이어지며 유가족들의 불편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프레시안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에 한해 직원 파견 방식으로 현장 대응을 할 계획”이라며 “민원 발생이나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인력 투입이나 인건비 지원은 예산과 제도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자체가 인건비를 지원해서라도 정상 운영을 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라며 “설 전에는 추모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 발언 역시 현장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송 대표는 “지사의 발언은 이미 유족들이 확보해 놓은 최소한의 개방 합의를 마치 행정이 만들어낸 성과처럼 포장한 것”이라며 “정작 현장에 필요한 인력 보강이나 상시 개방에 대한 책임 있는 결정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만 넘기면 다시 닫힐 것”…임시 조치에 남은 불신

유족들은 이번 설 연휴 개방이 ‘일시적 통과 의례’로 끝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연휴 이후에는 다시 개방 시간이 축소되거나, 주말 일부 시간만 허용되는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유족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설만 넘기면 다시 문이 닫힐 수 있다”는 불안은 여전히 유족들의 일상에 남아 있다.

송 대표는 “유족들이 바라는 건 특별한 대우가 아니라, 최소한의 추모권”이라며 “명절마다 행정의 생색을 위해 문을 열었다 닫는 방식이 아니라, 언제든 고인을 찾아갈 수 있는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봉안당 문은 일단 열리게 됐지만, 그 문 앞에 남은 유족들의 마음까지 함께 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닫힌 문보다 더 무거운 것은, 반복되는 ‘임시 조치’에 대한 불신이다.

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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