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 달 만에 재회한 5일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냉각됐던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제경제와 안보 질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사태까지 겹친 가운데 이뤄진 이번 회담은 미국의 통상 압박과 중국의 견제를 동시에 받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방향 설정에 관심이 집중됐다.
9년 만에 이뤄진 한국 정상의 국빈 방문에서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예정 시간을 30분 넘긴 90분 동안 정상회담을 가지며 한중 관계 전환의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다만 양국 관계 전환의 토대 구축에 중점을 둔 만큼,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회담 뒤 위성락 안보실장은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에서부터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문제까지 한중 관계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우선 "한중 간의 전면적 관계 복원의 흐름을 공고히 했다"고 평가하며 양국이 공유하는 항일 역사에서 동력을 찾았다. 그는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양국은 국권 회복을 위해 힘을 합쳤던 공동의 역사적인 기억과 1992년 수교 이후 호혜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역내 평화 발전을 위해 기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한중 간의 정치적 신뢰와 우호 정서 기반을 공고히 했다"면서 "한중 관계 전면 복원에 걸맞게 양국 정상이 매년 만남을 이어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외교안보 당국 간 전략적 대화 채널 복원하고 국방 당국 간 소통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내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 보호를 강화하고 양국 우호 정서에 역사적인 기반을 굳건히 하기기로 하고 혐한, 혐중 정서 대처를 위해서도 공동 노력하자는 데에 공감했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이어 위 실장은 양국 국민들과 기업들이 관계 복원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연내에 한중FTA 서비스·투자 협상 진전에 노력하는 한편, 서비스 시장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양국 개별 기업들의 협력 수요를 바탕으로 호혜적인 공급망 협력 사례를 확산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중국은 통용 허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우리 기업이 핵심 광물을 원활히 수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앞으로도 이 같은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방 산단 협력, 디지털 경제와 벤처‧스타트업, 실버 의료, 바이오, 의약품 산업, 아동 복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한 미세먼지 대응과 기후 변화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관광산업 성장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관심을 모았던 중국 내 한류 제한 조치인 '한한령' 해제 여부를 비롯해 양국 간 입장 차이를 보여온 서해 구조물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다. 위 실장은 "한중 간의 문화 콘텐츠 교류·복원 및 서해 문제에 대해서도 진전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한한령을 완전히 해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위 실장에 따르면 한한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기조가 재확인됐으며, 향후 실무 협의를 통해 수용 가능한 분야부터 점진적, 단계적으로 접근하기로 공감대를 모았다고 한다.
위 실장은 "양국은 바둑이나 축구 분야 교류를 추진하기로 했고, 여타 드라마나 영화 등은 실무 부서 간의 협의 하에 진전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양 정상은 바둑과 관련한 논의를 비교적 길게 이어갔다고 한다. 위 실장은 "중국 측이 이 대통령이 바둑을 두는 것을 알고 그 연장선에서 바둑 교류를 해보면 좋겠다는 데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톤의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우리 측은 민간 우호의 상징인 판다 추가 대여도 제안했지만, 이 역시 실무적 협의에 공감대를 형성한 데에 그쳤다.
서해 구조물 관련 논의에 대해선 위 실장은 "서해를 평화롭고 공영하는 바다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건설적인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 견해로 "조심스럽지만 이 부분에서 진전을 기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 했다.
특히 "서해는 현재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자제와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공감대 하에 2026년 내에 차관급 해상 해양경계 획정 공식 회담을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 어선들의 서해 불법 조업 문제과 관련해 "어민 계도 및 단속 강화 등 서해 조업 질서"에 대한 우리 측 당부에 따라 이를 위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에 원론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위 실장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한중 양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에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특히 "양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들을 지속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한편 시 주석은 미중, 중일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보다 분명한 태도를 이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하고, 정확하고 올바른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대목도 이와 결부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답변을 구체적으로 전하지는 않았다. 그는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중국이 입장을 개진했고, 우리는 우리 입장을 잘 설명했다. 논의 자체가 어긋나거나 대립적이지 않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호적 대화가 있었다"고만 했다.
또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사태와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 등 민감한 국제 이슈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고 한다.
위 실장은 이와 관련 "(양국 입장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았지만, 대립적이거나 논쟁적이지 않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표시됐다"고만 했다.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보다 분명한 입장 전환을 요구하면서도 한미 관계 등 한국이 처한 외교적 현실에도 이해를 보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이 대통령이 앞서 CCTV 인터뷰에서 밝혔던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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