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 | 2025-12-19 12:46:28 | 2025-12-19 13: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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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지난 18일 내란 등 국가적 중요사건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법 수정안 역시 위헌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겸임)은 예규 제정 발표 당일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민주당 수정안에 대해 "여전히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천 처장은 "절박한 심정"이라며 "비정상적이고 위헌적인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헌법 왜곡 상황을 국회에서 합헌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해제했듯, 이제 사법부가 재판을 통해서 역시 합헌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로서 마무리해야 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천 처장은 "재판 당사자의 위헌심판제청이나 재판 불복 등 불안 요인을 없애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른바 '내란 재판법 수정안'이라고 하는 것은 저희들이 간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다음은 천 처장이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수정안의 문제점을 6가지를 제시한 발언을 요약·재구성한 것이다.
"첫째, 처분적 재판부 구성이라고 하는 것은 여전히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 왜냐하면 헌법상 법률과 시스템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 있는데, (민주당 수정안은) 그렇지 못하다.
처분적인 재판부 구성은 안 된다는 것은 (헌재 판례) 2018헌바209도 '법 규범에 의해서 명확히 사전에 규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이어야 한다. 즉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정해야지 사람에 위임해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독일 연방헌재에서도 마찬가지로 '법률에 의한 법관' 원칙은 규범적·추상적·일반적·사전적 결정으로 이루어져야지 사건별로 참여 판사를 선정하는 것은 금지한다.
둘째, 저희들(법원)이 2009년 촛불사건 배당 당시 인사권자·사법행정권자(대법원장)가 '지정 배당'을 하는 것은 개별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해서 그 뒤로 없어졌다. 그런데 이번 수정안에 따르면 1차로 일부 판사들(전국법원장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이 판사를 지정하고, 2차로 최종적으로 대법원장이 지정하도록 돼 있는데, 이건 역사를 거꾸로 가서 대법원장이 재판할 판사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법 역사에 비추어서 후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셋째,) 3심인 대법원이 특정 사건에 있어서 전심인 2심의 재판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전심 재판 관여라고 하는 법리적인 문제도 있다.
(넷째,) 더 중요한 문제는 사법행정권은 사법권에 속하고, 1985년 유엔총회 결의안 '사법독립 기본원칙'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법원 내 사건 배당은 사법부 행정 내부사안이고 상호 분담이나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이제 입법부(의 입법권)에 의해 대체하는 셈이 되니 이 부분에 대한 위헌 논란도 여전히 수반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가 현실적으로 중요한 부분인데, 지금 이렇게 위헌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과연 (민주당 수정안이 추천위 구성권자로 상정한) 전국법관대표대회나 전국법원장회의가 (전담재판부 추천위에) 참여해서 추천권을 행사할 것인지가 문제다.
지난번 전국법관대표대회 결의에서도 내란재판부법은 위헌 소지가 있고 우려가 크다고 했고, 전국법원장회의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 분들이 참여해서 추천권을 행사할지, 또 이걸 받아서 대법관회의나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 권한을 행사할지,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엔 절차적 문제 때문에 이 재판이 장기간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고 그 피해는 전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여섯째,) 대안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 대법원에서 예규를 만들었다. 이 대안은 위헌성을 제거한 수정안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사법행정권이 입법부에 의해 대체되는 위헌정 상태를 막을 수 있고, 무작위 전산배당에 의한 배당의 공정성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 (민주당 수정안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
천 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국회의 합헌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극복한 것처럼, 마무리도 합헌적이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져서 그에 대해 어떤 절차적 이의 제기도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8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천 처장에 대해 면박을 주거나 돌연 언성을 높여 소리를 지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처분적 법률이 위헌이냐"고 묻더니 "국민들은 의사당 대로에 나와서 계엄 해제를 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을 도왔는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은 그 시각에 편안하게 고급 승용차 타고 회의를 소집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 예규안이 적힌 종이를 한 손으로 높이 쳐들고는 "그런데 이거 예규 하나로 피해 가려 하나! 이걸로 사법 정의가 회복되겠나!"라고 웅변하듯 말했다.
추 위원장은 또 "이걸로 또 한 1년 끌면 국민들은 기억을 못 하겠다. 특검도 끝났고, 그때를 기다리시는 거냐. 그 다음에 대법원 올라가면 어떻게 하실 거냐. '위법성 여부에 대해서 다툼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일리가 있고…' 하면서 상고 기각하실 거냐! 다 설계가 돼 있는 거냐!"고 돌연한 의혹 제기를 하기도 했다.
또 야당 의원들과 입씨름을 벌이면서 민주당 수정안에 대해 "아무리 뜯어봐도 위헌 소지가 없어요!", "위헌성 없어요!"라고 고함을 치는가 하면, 곽규택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일부에게 "위원장이 잘 말하면 공부나 좀 해"라고 반말로 윽박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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