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가가 악질사업자…공공기관 착취로 노동자 죽어"

'공공기관 윤리경영' 강조…"돈 아낀다고 유능한 정부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내 노동자 처우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공공영역에서 너무 가혹하게 노동자들을 학대하거나 근로 조건을 악화시켜서 산재 사고로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오후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말하며 "국가가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하는데 악질 사업자 선도자가 되고 있다. 선도적인 악질 사업자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한국수력원자력 외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6개 자회사로 분할 운영되고 있는 체제에 대해 "(자회사들 간에) 인건비를 줄이려고 경쟁하다가 산재 사고가 많이 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 자회사끼리) 경쟁을 시킨다고 하는 게 일종의 부작용"이라며 "인건비를 얼마나 많이 줄이느냐, 얼마나 많이 인력을 줄이느냐, 얼마나 많이 외주를 주느냐 이런 거 막 경쟁하다가 결국은 산재 사고가 많이 나고 우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 씨의 예를 들어 "결국은 관리 부실인데 인건비를 줄여서 무슨 경영을 효율화한 것도 아니고…"라며 "결국은 하도급 시스템 때문에 중간에 떼먹는 게 많다 보니까 결국 그런 비극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은 존재 목적 자체가 아주 근본적으로는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거잖나. 그 사업 내용은 기업적 요소가 좀 크긴 해도 본질적으로는 국가 사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거기에 제일 궁극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고 국민을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공 영역에서 너무 가혹하게 노동자들을 학대해 가지고 또는 근로 조건을 악화시켜 가지고 산재 사고로 사람이 많이 죽는다든지 또는 너무 잔인하게 임금 착취 결과가 발생한다든지 그런 건 안 하는 게 맞다"고 단언했다.

이 대통령은 "상용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꼭 1년 11개월 해서 정규직 안 만들고 바꾸려고 2년 안 되게 해서 잘랐다가 다시 쓴다", "적정임금을 줘야지 최저임금으로 고용한다"고 공공기관 노동 착취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며 "정부가 왜 그러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 많이 아끼고 그런 게 유능한 정부가 아니잖나. 도덕적인 정부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며 "(한국전력) 발전사를 5개로 쪼갠 게 근로자들의 근로 처우, 근로 조건이 악화되는 원인으로는 작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기후에너지부 소관 사업인 핵발전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에선 "원전(핵발전) 정책이 정치 의제처럼 돼 버렸다"며 "편 먹고 싸우기만 하지 진지한 토론을 잘 안 하다 보니까 이게 진실이 아닌 게 진실처럼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안의 경제성 평가에 대한 보고를 받던 중 "원자력 발전 분야도 사실은 거의 이게 효율성이나 타당성이나 필요성이나 이런 것들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게 아니고 편갈이 싸움하듯이 돼버렸다"며 "이게 정치 의제가 돼버려서 지금 진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과학적 논쟁을 하는데 네 편 내 편을 왜 가르나. 근데 희한하게도 과학자들도 편이 있더라"라며 "사용후핵연료는 재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일정한 시간이 늘어나면 재활용할 수 없다 이런 주장도 있더라. 그게 맞나"라고 물었다.

이에 실무책임자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장이 답하려 하자, 이 대통령은 "정당이 있잖나. (정당이 있으면) 말해도 잘 안 믿더라", "당적이 없는 사람이 한번 얘기해 보라"고 농담 섞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등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두고도 비슷한 언급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의 '일회용컵 보증제'를 둘러싼 논란 등을 들어 "일회용컵하고 플라스틱 빨대는 정권 바뀔 때마다 싸움이 난다"며 "탁상행정 느낌이 난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플라스틱 일회용컵 무료 제공을 금지하고 개인 컵 사용을 촉진하는 취지의 관련 정책을 보고했는데, 이를 들은 이 대통령이 정책의 '국민 편의'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한 것.

이 대통령은 "어떤 제도를 만들 때는 실현 가능성이나 국민 편의를 다 고려해야 하는데, 그냥 필요성만 고려해서 하다 보니까 저항도 생기고 비난받고 정책 신뢰도 떨어지는 것 같다"며 "환경 분야는 자칫 잘못하면 비난받을 일이 많다. 각별히 신경쓰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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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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