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비무장지대(DMZ) 출입이 불허된 사실을 밝히며 논란이 됐던 DMZ 출입과 관련,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는 해당 구역의 출입 통제는 자신들이 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법안도 발의된 상황에서 향후 유엔사의 권한 문제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6일 유엔사는 홈페이지에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의 권한과 절차에 관한 성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1유엔군사령부(UNC)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를 통해, 현재 18개 유엔군사령부 회원국과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정전협정의 조항을 이행·관리·집행하고 있다"며 이는 "1953년 정전협정에 명시된 권한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사는 정전협정 제1조 제10항에 "군사분계선 이남의 비무장지대 내 지역에서의 민정 행정 및 구호는 유엔군사령부 사령관의 책임으로 한다"는 조항이 존재하고 제1조 9항에는 "군인과 민간인을 불문하고, 민정 행정 및 구호 업무와 관련된 자와 군사정전위원회가 특별히 출입을 허가한 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비무장지대에 출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판문점을 비롯한 DMZ의 출입은 유엔사의 권한임을 분명히 했다.
유엔사는 "UNCMAC는 비무장지대 내 인원의 이동이 도발적으로 인식되거나 인원 및 방문객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확립된 절차에 따라 출입을 신중히 검토하여 승인 또는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유엔사는 "UNCMAC가 감독하는 활동에는 안보 상황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공동경비구역(JSA)에서의 교육 및 외교적 설명 프로그램도 포함될 수 있으며, 이는 정전 유지에 있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헌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유엔군사령부의 임무에 대한 국제적 지지와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엔사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입장에 반박하기 위해 이같은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 장관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DMZ 보존과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 입법 공청회의 축사를 통해 "얼마 전에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백마고지 유해 발굴 현장에 가는 걸 불허당했다"며 DMZ 지역의 출입 허가 여부가 유엔사에 따라 결정되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정 장관은 "몇 년 전에는 현직 통일부 장관이 대성동 마을에 가는 걸 불허당했다.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문제 의식"이라고 했는데, 2019년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DMZ 내 대성동 마을에 방문하려다 불발된 사안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의 영토 주권을 마땅히 행사해야 할 그 지역의 출입조차 통제당하는 이 현실을 보면 주권 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통일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된 유엔사의 입장에 대해 17일 "유엔사가 DMZ에서 그동안 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해 온 것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정전협정은 서문에 규정한 바와 같이 군사적 성격의 협정으로, DMZ의 평화적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유엔사의 입장을 반박했다.
통일부는 "DMZ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국내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회에서 DMZ 보전 및 평화적 이용을 위한 법안이 발의(총 3건)되어 있다"라며 "관계부처 협조 하에서 유엔사와의 협의를 추진하고, 국회입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가 정전협정의 구속력을 '군사적' 분야에 한정하는 것은 실제 정전협정에도 "이 조건과 규정들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 안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을 위하여 비무장지대를 출입하거나 물품·장비의 반입·출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장관의 허가에 따라 출입 및 반입 등을 허용하도록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사는 군사적 분야뿐만 아니라 민간에서의 접근도 규율하고 있는 것으로 정전협정을 판단하고 있어 실제 해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유엔사가 DMZ 통제에 대한 권한을 수정할지는 미지수다.
유엔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회원국들의 아낌없는 지원 속에 유엔군사령부는 살상과 고통이 재개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안정의 기둥으로 남아왔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정전과 안정을 유지하는 데 계속 전념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항구적인 평화조약이 체결되기를 낙관적인 희망 속에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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