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3% 봉쇄조항 위헌' 판결에…소수정당들 "만시지탄"

조국혁신당·정의당·녹색당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시민사회도 한목소리

헌법재판소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이 3% 미만인 정당에는 의석을 배정하지 않도록 한 이른바 '3% 봉쇄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해(☞관련 기사 : 헌재 "선거법 '3% 저지조항' 위헌…소수정당에 2중 장벽), 소수정당과 시민단체들이 한목소리로 거대 양당에 정치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국혁신당은 30일 박병언 선임대변인 논평에서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거대 양당이 자리 잡은 한국사회 현실에서 (기존의 선거법은)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정당의 세력만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헌재의 이번 지적을 뼈아픈 비판으로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은 "헌재가 지적한 국민주권 원리의 실현을 위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2인 선거구 폐지, 광역비례대표 확대, 단체장 결선투표제의 도입 필요성이 명백해졌다"며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함께 주장해온 정치개혁의 방향이 타당함을 헌재가 명료하게 선언했다"고 했다.

이들은 "'영남 자민련'으로 버티려고 하는 지금의 국민의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민주당은 국회 단독과반 정당으로서 공직선거법을 단독으로 개정할 수 있다. 국민주권 원리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결단만 남은 상태이다. 헌재 결정에 민주당이 화답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한 정의당과 녹색당도 전날 성명을 내 정치개혁을 주문했다. 정의당과 녹색당은 22대 총선 당시 '녹색정의당'이라는 이름의 선거연합정당을 구성했으나 최종 비례대표 득표율 2.14%를 기록, '3% 벽'에 막혔다.

정의당은 "헌재는 3% 저지조항이 '사표의 증대와 선거의 비례성 약화를 초래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을 막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러한 효과가 '소수정당의 성장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과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짚으면서 "이번 헌재 결정을 적극 환영하며, 이번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가 국회의원 선거에 그치지 않고 지방선거까지 확대 적용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총선 저지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치관계법들이 거대 양당의 부당이익을 보장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며 "국회는 위헌으로 확인된 공직선거법을 조속히 개정해 법 공백을 해소하라. 또한 정치적 다양성을 강조한 헌재의 지적에 부합하여 군소정당의 성장을 가로막는 정당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등을 즉각 개혁하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또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가 국회의원 선거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며 "지방의회 비례대표 선거에도 '5% 저지조항'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3%가 위헌이면 5%는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장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위헌으로 판명된 조항을 그대로 둔 채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라"며 "5% 저지조항을 즉각 폐지하라"고 재강조했다.

녹색당도 전날 성명에서 "소수정당을 차별해 왔던 공직선거법의 위헌 결정으로, 거대 양당의 독과점 정치와 기득권 적폐에 균열을 낼 단초가 마련된 것에 크게 안도한다"며 "선거의 대표성과 비례성 및 다양성을 높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녹색당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다양한 정당들의 원내 진입에 걸림돌이 하나 제거됐다. 공론의 장에서 밀려나고 제도권 정치에서 외면당하는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 녹색당은 더 많은 걸림돌을 하나하나 없애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도 목소리를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전날 발표한 환영 성명에서 "그동안 공직선거법상 '3% 봉쇄조항'은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하고 의회의 안정을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유지돼 왔지만,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신생 정당과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해왔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의 축제인 선거 과정에서 비례성과 평등 원칙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결정이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공론장에서 배제되었던 목소리들을 복원하고, 우리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국회 구성에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봉쇄조항을 삭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국회는 현행 46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점차 늘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의 취지를 살려 투표율과 의석수 간의 불비례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위헌 결정의 취지가 지방선거 영역으로도 확장되어야 함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헌재 결정에서 소수의견을 통해 극단주의 세력의 원내 진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표현된 부분에 대해 "사회적 분노와 불안을 자극하는 극단주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나, 이번 결정의 핵심은 '사회 공동체에서 필요로 하는 국민적 합의의 도출을 방해하거나 의회의 안정적 기능을 저해시키는' 경우가 아니라면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원내 진입을 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판결은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세력이 아니라, 그동안 제도권 정치에서 소외되었던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국회에 진출하여 진정한 민의를 실현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이날 성명에서 "표의 등가성을 회복하고, ‘정치적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돼온 소수 정치세력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민의 왜곡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헌법적 선언"이라고 평가하면서 "특히 이번 결정은 3% 봉쇄조항을 방패삼아 거대 양당이 반복해 온 '위성정당 정치'와 소수정당에 대한 구조적 종속 관행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례성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채,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적 수단을 통해 의석을 극대화하고 소수 정치 세력의 독자성과 정치적 가치를 훼손해왔다"며 "(이는) 원내 진입의 절박함을 이용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치주체들을 흡수·종속시키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거대 양당은 소수정당을 의석 계산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민의를 왜곡해온 정치 행태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며 "국회는 헌재 결정 취지를 충실히 반영해 비례대표 봉쇄조항을 포함한 선거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고, 표의 가치가 온전히 반영되며 정치적 소수자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제도 개혁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24년 4월 치러진 22대 총선 사전투표를 앞두고 녹색정의당 지도부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을 하고 있다.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최종 2.14%를 득표하며 '3%룰'에 막혀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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