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최고위 보선 '명청 대결'?…친명 유동철, 출마선언서 '정청래 때리기'

柳 "당원들이 鄭지도부 의심"…'친청' 이성윤도 출마 초읽기

내년 1월 치러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친명(親이재명)계와 친청(親정청래)계 간의 대결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명 인사인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정청래 지도부의 공천관리를 겨냥 "당원들은 의심하고 우려하고 있다"고 저격하며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친청 인사로 꼽히는 이성윤 의원도 출마를 시사했다.

유 위원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당원들은 의심하고 우려하고 있다"며 "당내의 비민주적 제도를 개선하고 당내 권력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 정청래 지도부를 사실상 직격한 셈이다.

유 위원장은 "당대표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컷오프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며 "조직강화특위는 당헌·당규의 미비를 이용해 제어할 수 없는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도부를 거듭 비판했다. "우리 민주당에 무소불위의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며 "이재명처럼 정정당당하게 맞서 공정과 민주의 가치를 복원하겠다"고도 했다.

정 대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존재감을 강조해, 이른바 '명청' 대리전을 연상시키는 모양새라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후보이던 시절 정책 자문으로 인연을 맺어 기본 사회 철학을 체계화·공약화했다"며 "이재명의 영입 인재답게 이재명처럼 일하고 이재명처럼 혁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최근 정 대표가 당내 친명계 의원들의 반발 속에 강행했던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당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일을 두고도 "중앙위원회의 1인 1표제 부결은 절차 부실과 준비 실패, 소통 부재의 결과"라고 꼬집으며 "권리당원, 대의원, 지역 지도부가 모두 참여하는 진짜 수기를 통해 1인 1표제를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출마 계기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이 당원 주권, 당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당의 이런 근육이 아직 부족하다, 이런 것들을 생각을 했다"고 했다. 정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부터 본인의 정체성으로 강조해온 '당원주권정당 실현'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유 위원장은 '정청래 지도부의 가장 큰 아쉬움이 뭔가'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정청래 지도부는 당원들과 좀 넓게 깊게 상의하는 과정들이 좀 짧고 일을 개혁적으로 의욕적으로 밀고 가는 그런 경향들이 있다"며 "조금 더 찬찬하게 우리 민주당 당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숙의하는 시간들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친명계 외곽조직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인 유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본인의 부산시당위원장 보궐선거 컷오프를 '부당 컷오프'라 주장하며 "주위에 '친 이재명' 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들이 많은 걸로 안다", "정청래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라"고 말해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당내에선 '친명 죽이기', '명청 갈등' 논란이 일었고, 이후 정 대표가 1인 1표제 당헌 개정 추진 과정에서 이언주 최고위원, 강득구·윤종군 의원 등 친명 인사들과 연이어 불협화음을 내자 이 같은 논란이 더 심화했다.

와중에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전현희·김병주·한준호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보궐선거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에 관심이 쏠렸다. 사퇴한 세 최고위원 중 전현희·김병주 최고위원은 정 대표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분류돼 왔다.

7명 체제인 최고위원회에서 현직에 남은 이들 중, 지명직인 서삼석·박지원 최고위원은 여전히 친청계로 분류되는 상황이지만 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의 경우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정 대표의 1인 1표제 추진 당시 공개 반발했었고, 황 최고위원 또한 당시 정 대표의 대의원역할재정립TF 단장직 요청을 고사한 바 있다. 공석인 세 자리에 친명계가 진입할 경우 지도부의 정 대표 체제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는 유 위원장을 포함해 이건태·강득구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이고, 강 의원은 이재명 당대표 시절 수석사무부총장을 맡았다.

반면 친청계에서는 조직사무부총장으로 '컷오프 사태' 당시 유 위원장과 대립한 문정복 의원, 당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을 맡은 임오경 의원, 8.2 전당대회 당시 정 대표를 지지한 이성윤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중 이성윤 의원은 이날 출마 의지를 시사해 본격적인 '명청' 대립 구도가 지펴질지 관심이 모인다. 이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마 의사를 묻자 "전북 지역은 최고위원이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다"며 "전북 지역과 그리고 제가 아는 분들한테 전북 지역을 위해서 최고위원회에 좀 나가면 어떠냐 이런 제안과 의견이 많이 있다",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최근 1인 1표제 부결 등 당내 사건으로 '명청 대결' 논란이 이는 데 대해서는 "명청 구도, 명청 대결 프레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민주당을 적대시하고 또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 당에서는 진짜 말도 안 되는 말이다. 그런 기운도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본회의에 앞서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입장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