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엄청난 범죄와 악행 방치하는 것은 '농양과 종기' 그대로 두고 가는 것"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나치 협력자' 처단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조희대 사법부를 보면 더는 놀랍지도 않은 결정"이라는 시민 반응과 함께 "민주주의는 이렇게 더디게 가는 것인가?"라는 우려 섞인 비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먼저 진보당은 3일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오늘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는 공식 입장과 함께 "조희대 사법부는 헌법과 국민이 아닌, 내란세력의 손을 들어줬다"고 맹 비난했다.

이번 영장 기각 사유는 놀랄 만큼 '전형적'이라는 지적이다.

영장전담재판부는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유력 정치인에게 유독 관대해지는 법원, "다툼의 여지가 있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 "증거 인멸 가능성이 낮다"는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 기각 사유 들이다.

진보당을 비롯한 다수의 국민들은 이와 관련해 "추경호 의원은 1년 전 그날, 계엄군이 들이닥친 긴박한 상황에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뺑뺑이'돌리며, 국회 계엄해제 표결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면서 "윤석열‧한덕수와 긴밀히 소통하며, 작정하고 불법계엄 성공을 위해 부역했는데 이토록 명백한 내란 주요임무 종사자조차 처벌하지 못하면 법은 왜 있으며, 법원은 왜 있느냐?"고 되묻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도 이날 "오욕의 역사를 단죄하고, 내란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추미애 의원은 "과거 친일파 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과오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명박, 박근혜정권 시절의 국정원과 사이버사 댓글 공작과 기무사 계엄문건 사건을 제대로 척결 못하니 그들은 윤석열 내란세력에 의해 부활했고 결국 12·3 내란을 일으켰다"며 "전담재판부 설치, 내란특별법, 법 왜곡죄를 연말까지 처리해 반드시 처리해야 잔존하는 내란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한편에서는 76년 전인 1949년 6월 6일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친일 청산을 위해 설치됐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기득권층의 조직적 저항과 사법·행정 권력의 결탁으로 무너져 내렸던 그날이다.

2019년 3월 14일,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우파는 곧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며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됐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 달라"라고 발언한 바 있다.

1948년 열린 반민특위는 명백한 법적 근거에 따라 출범했고,친일 경찰·관료·경제인을 단죄해 새로운 국가의 윤리를 세우려 했지만 친일 관료·경찰·정치세력의 집단적 반발은 거셌고, 급기야 1949년 6월에 경찰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는 폭거가 벌어졌고 6·6사건 이후 친일 세력이 포진한 이승만 정권의 집요한 공격과 견제로 넉 달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역시 한국과 비슷한 갈림길에 섰던 적이 있다.

나치 부역자 청산을 둘러싼 기득권의 반발, 사회적 피로감, 정치적 계산이 뒤엉켜 있었지만, 당시 프랑스 대통령 드골은 '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부역을 덮지 않았고, '국민단결'이라는 변명으로 책임자를 놓아주지 않았다고 역사는 평가하고 있다.

드골은 후에 숙청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나치협력자들은 정치적 결정, 정치활동과 군사행동, 그리고 행정조치 및 언론의 선전 등에서 변화무쌍한 형태로 프랑스민족의 굴욕과 타락뿐만 아니라 프랑스 민중에 대한 나치독일의 박해마저도 미화했다. 나치협력자의 엄청난 범죄와 악행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 전체에 전염되는 흉악한 '농양과 종기'를 그대로 두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들을 정의의 재판에 회부하지 않으면 안된다."(2004년 광복 60주년,"'한국판 드골'은 꿈인가" 주섭일 내일신문 상임고문)

드골은 나치 협력 구조와 그로부터 이익을 누린 관료·경제·언론 기득권 네트워크를 초기 단계부터 제압했다고 한다. 프랑스가 이후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뿌리를 다질 수 있었던 이유로 평가된다.

한국도 지금 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누군 가는 이렇게 말한다. "기득권은 스스로를 벌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12.3 내란 혐의 청산 과정'에도 역시 전형적인 '기득권의 역습'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3일, '12.3비상계엄 1년' 대국민특별성명 자리에서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된다"면서 "현재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를 미래에 좀 더 바람직한 상태로 바꾸려면 현재의 상태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보거나 또는 불합리하게 이익을 보는 집단 또는 사람들이 당연히 반대하게 돼 있다. 저항하게 돼 있다. 그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개혁의 과정은 어쨌든 아픈 곳 또는 곪아 터진 곳을 도려내야 되는데 수술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통째로 파괴하고 법과 질서 위에 군인의 폭력으로 나라를 지배하고자 시도했고 실제로 그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 않느냐"고 되물으면서 "이런 일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나라의 근본에 관한 이 문제는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또 재발 방지를 위한 합당한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된다"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구속영장이 기각돼 3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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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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