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당심' 비중을 더 높이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단장 나경원 의원)은 현재 당원투표와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를 5:5로 합산해 공직후보자를 선출하도록 돼있는 데서 당원투표 비중을 70%로 높이자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시당 주최로 열린 주거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논의하는 '7대 3' 논의를 보면서 이런 소회를 갖는다. 어떤 정당이든 선거가 다가오면 확장 지향의 길을 걸으려 노력하는데, 최근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지금 확장 지향의 길을 가야 할 때임이 분명한데도 축소 지향의 길을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평소에는 핵심 지지층을 단단하게 뭉치는 축소 지향의 길을 가다가도 선거가 한 6개월, 1년 전으로 다가오면 확장지향의 길을 걸으며 지지층을 확산해 가는 입장을 취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 오면서 보니 오늘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22명이 '그런 논의는 신중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반대 입장 성명을 발표한 것을 봤다"며 "이런 당협위원장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만 1년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사과·유감표명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묻자 "원래 사과라고 하는 것은 사과를 받는 분들이 그 진심을 느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무슨 사과를 몇 번씩 하느냐'는 반론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러나 다섯 번 하면 어떻고 백 번 하면 어떠냐. 국민의힘의 진정성이 국민께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진심을 담은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지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인 조은희(재선), 고동진·김재섭·박정훈(이상 초선) 의원과 김영주·이혜훈·오신환·구상찬·김경진·이재영·최재형·현경병 전 의원, 김근식·박용찬·이종철·장진영·함운경·호준석 등 22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당심 70%' 공천 룰 개정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했다.
이들은 "당심과 민심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이미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는 지방행정 성과와 생활정책 체감도,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 평가가 직접 반영되는 선거이게에, 지역주민 여론이 곧 본선경쟁력"이라며 "그럼에도 민심을 뒤로 한 채 당심을 우선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향은 중도층과 무당층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 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인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방선거를 앞둔 현 시점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내년 지방선거가 우리 당에 불리한 구도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축소하는 결정이 본선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딱딱한 내부 결집이 아니라 국민께 다가가는 유연성과 민심 회복임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현역 서울시장과 전현직 의원을 포함한 당협위원장들의 공개 반발에도 당 지도부와 지방선거기획단은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나경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기획단에서 건의한 '당원 70% 경선룰'을 폄훼·왜곡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우려한다"며 "당심 강화는 민심과의 단절이 아니라, 민심을 더 든든히 받들기 위한 뿌리내리기"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당심과 민심은 결코 다르지 않다. 당원들의 의견이 일방적이거나 극단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하며 "'당심이 민심과 다르다'는 말은 결국 우리 스스로 당원을 과소평가하는 이야기"라고 반대 논리를 강하게 논박했다. 그는 "민주당 권리당원 수와 우리 당 책임당원 수를 비교해보라. 민주당은 150~160만, 국민의힘은 70만 수준으로 심각한 차이"라며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조직 기반이 약한 만큼, 당의 조직력을 국민 속으로 확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한편 "일각에서는 기획단에서 경선룰을 건의한 것에 대해 '선수가 심판 역할을 하느냐' 취지와 뜻을 왜곡한다"며 "나에 대한 폄훼로 본질을 훼손하려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혹시라도 출마를 결심하면 내가 참여하는 경선에는 기존 룰대로 50:50 적용을 받을 것을 당당히 밝힌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지방선거 경선은 '당원 70%' 원칙을 반드시 관철하길 지도부과 향후 구성될 공관위에 강력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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