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유치 '똘똘 뭉치는' 전남…'모래알 증후군'에 흩어지는 전북

전북도·정치권 이달 4일 인공태양 유치 촉구 말만 내세웠나?

인공태양 연구시설 1순위 후보지로 전남 나주가 선정된 이후 정치권과 광역단체 간 협력의 중요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현안 유치나 위기 상황에서 순식간에 똘똘 뭉치는 전남에 비해 전북은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며 서로 공격하는 '모래알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는 과기정통부·한국연구재단 공모를 겨냥해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계획서를 제출하고 나주를 '에너지 특화도시'로 강조하는 자료를 냈다.

▲2025년 11월 4일 서울 국회 소통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핵융합(인공태양) 연구시설 새만금 유치 촉구 기자회견에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를 비롯해 도내 국회의원 및 참석자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전북자치도

전남도와 나주시는 한국에너지공대 등 지역 연구·산업 인프라와 협업해 유치역량을 강조했고 지역 공기업·기업들과 '완성형' 후보지라는 점도 부각했다.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며 과기정통부 등에 유치 의지를 집단적으로 표명하고 중앙부처 설득·예산·심사 과정에서 정치권 차원의 지원을 조직적으로 펼쳤다는 후문이다.

전남도의회도 도민 결속과 퍼포먼스 등을 통해 지역정서를 결집해냈다는 평이다.

특히 전남도와 나주시, 지역 대학, 기업 등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이 '공동유치위원회'에 참여해 각자의 역할에 집중했고 '원팀'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이 최종 승기로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전남지역에서는 나주가 1순위로 선정된 이후 전남도와 정치권의 조직적 협력과 제출자료·대정부 설득 노력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역 내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전북지역민들의 심정은 참담함 그 자체라는 푸념이 들린다.

전북자치도가 '절차상 하자'임을 들어 '법리적 다툼'에 났지만 유치 과정에서 "다른 지역처럼 치밀하게 협력하고 치열하게 접근했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도 함께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이달 4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에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를 공식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김관영 전북지사와 전북 국회의원, 문승우 도의회 의장, 새만금개발청, 지역 대학과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15년 이상 준비해온 전북의 핵융합연구기반과 새만금의 입지여건을 감안하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도와 정치권은 "새만금산단이 단일 대규모 부지와 전력·용수·기반시설, 교통망, 정주여건 등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합창했지만 결과적으로 관련 기관에 목소리를 전달하고 당위성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꼴이 됐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타지역의 성공담에는 정치와 행정이 속을 터놓고 소리 없이 목표를 향해 각자의 역할을 완성하는 '협력과 노력'이 숨어 있다"며 "전북은 이것이 안 되는 것 같아 속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인공태양 연구시설만 해도 전북도가 이의신청에 나설 정도가 문제가 있다면 사전에 전북만의 강점을 부각하고 정치권이 파고드는 '세트플레이'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명서만 읽으며 말로만 협력한 것은 아닌지 꼽씹어 봐야 할 것이다.

행정과 정치권의 소통 부재는 이번 기회에 크게 반성해야 할 대목으로 손꼽힌다.

대규모 공모나 각종 국책사업은 사전에 정보를 빨리 취득하고 중앙의 기류를 정확히 읽은 후 핵심에 접근하는 신속한 대응이 지상과제로 등장한다.

행정이 정보력과 정치의 추진력이 100% 결합되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기 십상인 전북이 굵직한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전직 고위관료들의 솔직한 분석이다.

소통도 그냥 소통이 아닌 '긴밀한 소통'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신속하게 치고 나가는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경쟁력이 충분하고 설득력이 있음에도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그 이면의 이유를 파악해 서로 소통하며 향후 새로운 사업 유치의 '쓴 보약'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새만금 단일축 중심의 전략적 한계도 극복 과제이다.

새만금은 땅이 비어 있어 모든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자꾸 실패하다 보면 어떤 그림도 그리기 힘든 황량한 토지로 전락할 수 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 하나에 집중할 경우 정책이나 평가기준 등 외부 변수에 전북의 대응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이제 좀 더 넓고 더 멀리 볼 수 있는 시각에서 전북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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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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