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남북한 간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이라는 전제에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튀르키예 앙카라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북한이 가장 예민해하는 것이 연합군사훈련"이라며 "남북 간 평화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 훈련을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체제'가 되면 그 때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별로 안 좋아하는, 돈 드는 합동군사훈련을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현 시점에서) 선제적으로 우리가 훈련 규모 축소나 연기를 검토하자는 주장도 일부 있지만, 지금 미리 어떤 방향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상황에 따라 (연합훈련 축소·연기가 평화체제 구축의) 결과가 될 수도,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튀르키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처럼, 통일은 변함없는 목표이지만 이를 장기적·점진적으로 추구해야 함을 재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흡수통일을 할 생각이 없다"며 "먼저 북한과 대화하고, 평화 공존을 이루고, 그다음에 (통일을) 얘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 대해서는 비판적 인식을 시사했다. 그는 현 상황을 "언제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규정하며 "남북관계가 매우 적대적·대결적 양상으로 변했다", "초보적 신뢰조차 없이 (북측이) 아주 극단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 "(북한이) 군사분계선에 3중 철조망을 치고 있다"며 이는 "6.25 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하지 않은 일"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우리와 북한이 생각하는 경계선이 달라서 '경계를 넘었다'며 경고사격을 하는 일도 벌어지는데도 모든 연결선이 끊겨서 우발적 충돌이 벌어져도 해결할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남북은 완전히 단절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아무리 적대적 국가 사이에서라도 비상연락망이나 핫라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철천지원수'로 규정하고 대화와 접촉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며 이에는 전임 정부나 정치권 일각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흡수통일' 같은 얘기를 왜 하느냐"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충격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나"라고 꼬집었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약을 올리니 얼마나 긴장하겠느냐", "대북방송은 쓸데없이 왜 하느냐"며 "서로 괴로워하는 바보짓"이라고 일축했다.
또 박근혜 정부 '통일대박론'을 겨냥 "갑자기 '통일은 대박', 이런 얘기를 하니까 북한이 '쳐들어오는 것 아니냐'고 철조망을 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치인들이 책임도 못 질 얘기를 쓸데없이 하면서 갈등만 격해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는 "국가가 업보를 쌓은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자꾸 피하면 쫓아가서라도 말을 붙여야 한다"며 "끊임없이 선의를 전하고 노력해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 측면에 대해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회복도, 핵추진잠수함 건조도, 중국와의 경제협력·민간교류 확대도 대한민국 국익에 부합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국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45배에 이르는 엄청난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고, GDP 대비 3.5%까지 국방비를 계속 증액해 나가야 한다"며 "현재는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데다, 일각에서는 마치 한국이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자체 방위도 못 하는 것처럼 오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한편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관계에 대해서는 '실용외교' 기조를 재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외교의 기본 원칙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이 2가지는 결코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군사동맹에서 경제동맹·첨단기술동맹 등을 포괄하는 복합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일본 총리의 발언을 두고 상당히 갈등이 크게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선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지켜보고,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극대화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남아공 G20 정상회의 계기에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를 연이어 만난 데 대해 "(양측과의 회동에서) 한국 입장을 충실히 설명했다"며 "곡해가 발생하지 않게 잘 협의했다. 지금 한국 입장에서는 (중일 양국과의 관계에서) 위협요인이나 갈등 요소가 추가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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