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치과가 사직을 결정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동청은 해당 치과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2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 사례를 예로 들며 "퇴사나 업무상 실수를 이유로 회사가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대처 방안을 소개했다.
위 사례에서 치과에 입사한 A씨는 출근 첫날 면접 당시 알려진 것과 다른 업무를 배정받았다. 또 새벽 근무 요구와 실수 시 급여를 삭감한다는 통보도 받았다. 이에 A씨는 입사 이틀 만에 사직을 결정했다.
그러자 치과 측은 '퇴사 한 달 전 고지' 확인서를 근거로 A씨의 사퇴로 인해 새 직원을 뽑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며 월급의 절반인 18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이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 치과에서는 이 외에도 직원에게 '면벽수행'을 강요하는 등 괴롭힘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폭로도 나왔다.
이날 <연합뉴스>는 "대표 원장이 단톡방 등에서 욕설하거나, 몇 시간씩 벽을 보고 서 있는 면벽 수행, 잘못을 A4 용지에 적는 반성문 벌칙 등을 줬다는 주장"이 이 치과 직원들로부터 나왔다고 보도했다.
직원 B씨는 <연합뉴스>에 "전날 밤 11시에 퇴근하면 (일찍 퇴근해) 기분이 상한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불러 3시간씩 벽을 보고 서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B씨는 또 "A4 용지 한 장에 60줄씩 잘못을 빽빽하게 적는 '빽빽이'를 5∼6장씩 내게 했다"고 했다. 퇴사한 B씨도 "'빽빽이'가 대표 원장 책상 서랍에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A씨 사례처럼 사직 의사를 표명한 후 손해배상을 요구받았다면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 등이 정한 사직 절차를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근로계약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고 별도의 사직 규정이 없다면 사직서 제출 1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갑작스럽게 퇴사가 이뤄지더라도 손해 발생을 입증할 책임은 회사에 있다. 직장갑질119는 사측이 겁을 주기 위해 배상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회사가 서면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기 전까지는 대응을 미루라고 조언했다.
근로계약서에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전액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 불이행 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이를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관련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있다면 법적 다툼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가능하다면 근로계약서의 해당 조항 수정을 미리 요청해야 한다.
직장갑질119는 회사가 업무용 기기 파손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게 하거나, 사회 초년생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쓰게 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사전 손해배상 약정을 쓰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라며 "노동자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사용자의 관리·감독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양현준 변호사는 "노동자가 일하다가 실수로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직했을 때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운운하며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하다가 발생한 사고는 사용자의 책임도 있고, 계약기간 중 사직한 경우도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따져봐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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