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된다. <프레시안>은 이 기간 동안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하인리히 뵐재단 동아시아지부와의 공동기획으로, 기후위기에 맞선 아시아-남아메리카 청년기후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하루에 한 편씩 싣는다. 한국기후활동가 다섯 명의 글과 COP30 참가자 대학생의 취재기 다섯 편을 차례로 게재한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주관하고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사무소, 쿨라이밋(COOLIMATE), LCOY Korea,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경희대학교 실천교육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5 글로벌 청년기후의회: 기후위기에 맞선 아시아–남미 청년의 목소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아시아와 남미 청년들이 각 지역에서 겪는 기후위기와 대응 경험을 공유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향한 국제 청년 연대의 방향을 함께 찾는 뜻깊은 자리였다.
특히 COP30 둘째 날 아마존 원주민들이 벌인 시위는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불평등을 드러내는 문제임을 다시 확인시키며, 기후정의의 필요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청년들의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관계적 정의의 회복을 강조한 우서완 학생
지난 13일 세션에서 우서완 학생은 영광과 고흥 어민들이 해상풍력 발전 사업 과정에서 어업권을 잃고도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의 기후와 에너지 정책이 경제성 중심으로 기울어 지역 공동체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의로운 전환이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개인과 공동체의 존엄, 토착민과 지역민의 권리, 국가의 주권적 권리를 함께 고려하는 관계적 정의의 회복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제된 목소리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정의를 위한 녹색 ODA 개혁을 제안한 최민규 학생
이어 최민규 학생은 기후위기가 불평등과 정의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한국의 녹색 공적개발원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의 대홍수, 잠비아의 가뭄, 태평양 도서국의 침수 위험 등 기후피해가 개발도상국에 집중되고 있음에도 한국의 ODA 규모는 GNI 대비 0.16퍼센트로 매우 낮다. 라오스 댐 붕괴와 같이 현지에 피해를 남긴 사업도 있었다.
그는 한국이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후 관련 ODA 확대, 적응과 회복탄력성 중심 전환, 기술과 제도적 역량 강화, 청년과 시민의 감시 및 참여 보장, 녹색 ODA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청년과 시민사회가 ODA 정책을 평가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정의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정의의 핵심은 권한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김서윤 활동가
2부에서 쿨라이밋 김윤 활동가는 하인리히 뵐 재단의 지원으로 진행 중인 SAGA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마다가스카르 삼바바 지역의 기후 취약성을 기록하는 현장 기반 연구로, 반복되는 사이클론으로 생계와 삶의 기반을 잃는 주민들의 경험을 구술 증언과 영상 인터뷰로 담고 있다. 바닐라 농부, 여성 주민, 시장, 학교 교장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피해와 회복, 지역사회의 회복탄력성을 세심하게 기록하고 있다.
김서윤 활동가는 이러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기후 거버넌스가 여전히 서구 중심의 지식 구조와 불평등한 접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가 원주민의 목소리를 말하지만 정작 그들의 지식과 전문성은 전문가의 지위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원주민이 COP 블루존에조차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원주민 당사자가 없는 원주민 정의 세션이 과연 정의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으며, 우리가 손에 쥔 COP 배지가 누군가에게는 결코 닿지 않은 기회임을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진정한 기후정의는 접근권, 지식과 전문성, 결정권을 당사자에게 되돌려주는 구조적 전환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포용이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기후정의는 지식과 권한이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하는지 다시 세우는 작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동의 관점에서 기후정의를 확장한 박지윤 활동가
박지윤 활동가는 COP30 무대에서 ‘Our Future, Our Voice’를 주제로 UNICEF 한국위원회의 아동 기후정책 제안서를 소개하며, 기후위기가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참여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아동을 단순한 기후위기의 피해자가 아닌, 대응 과정의 핵심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하며, 정책 수립 과정에 아동의 의견을 정식으로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제안서에 담긴 △아동 의견 수렴 절차 마련 △기후교육 강화 △시민참여 및 공공 캠페인 확대 △기업의 기후책임 강화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 확대 등 다섯 가지 정책 권고를 국제사회에 제시하며 실질적인 구조적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후위기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말할 때 그 우리 안에 누구를 포함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청년, 아동을 포함한 새로운 공동체적 주체를 상정할 때 비로소 기후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COP30에서 한국 청년들의 발언은 청년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책임을 가지고 있는 세대로서 어떤 가치와 방향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관계적 정의, 국제개발의 전환, 지식과 권한의 회복, 그리고 아동권리를 주장하며 한국 청년들이 제시한 문제의식은 한국이 기후정의를 향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국제사회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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