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앙대, 학생인권단체 포스터 3차례 강제철거…학교행정 비판해서?

중앙대 "총무팀이 시켰다"·"소통 오류" 답변 혼선…학생 측 "비판 막으려다 꼬리자르기"

중앙대학교가 학교행정을 비판한 학생인권단체의 포스터를 1년 동안 세 차례 강제 철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생들이 포스터를 철거하는 보안팀 직원에게 이유를 묻자 "총무팀이 시켰다"고 답했는데, 정작 총무팀은 "소통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해당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학교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입막음을 하려다 걸리자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와 학교 인권센터에 진정을 넣는 등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16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중앙대 학생단체인 '인권네트워크'는 주거권 강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캠퍼스 곳곳에 부착했다가 보안팀 직원에 의해 강제 철거를 당했다.

해당 포스터는 중앙대 규정상 철거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인권네트워크는 포스터 부착에 앞서 대학본부의 승인 도장을 받았으며, 포스터를 붙일 수 없는 공간에 부착하지도, 부착 허용 기간을 넘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인권네트워크 소속 학생들은 포스터를 철거하는 보안팀 직원을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보안팀 직원은 사전 승인 여부가 문제 된 것은 아니라며 "총무팀이 (학생인권네트워크의) 포스터를 떼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지난 10일 중앙대 학생단체인 '인권네트워크'는 주거권 강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캠퍼스 곳곳에 부착했다가 보안팀 직원에 의해 강제 철거를 당했다.ⓒ인권네트워크

인권네트워크의 포스터가 강제로 철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권네트워크는 지난 5월과 9월 대학본부의 승인을 받은 포스터를 학내에 부착했다가 전부 철거당했다. 반면 같은 시기 교내에 부착한 다른 학생단체 포스터들은 철거당하지 않은 채 온전히 붙어 있었다.

학생들은 인권네트워크의 포스터만 반복해서 철거당한 이유로 '학교행정 비판'을 꼽고 있다. 앞서 중앙대는 축제 기간 특근 수당을 줄 수 없으니 청소노동자들에게 특근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학생인권네트워크는 지난 5월 학교 행정을 비판하는 포스터를 학내에 부착했는데, 이때부터 현재까지 강제 철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인권네트워크는 "축제가 끝나고 무더기로 쌓인 쓰레기는 평소의 몇 배가 되는 노동량을 필요로 한다"며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노동 인력도 시간도 늘리지 않겠다는 학교의 계획은 무임금 추가노동이라는 노동착취 계획"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무대 위의 연예인을 위해서는 몇천만 원씩 내놓을 수 있지만, 그 무대가 안전하고 청결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노동과 돌봄을 하는 학내 청소노동자에게는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이중적 태도에 분개한다"며 "중앙대는 학내 구성원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지난 5월 중앙대가 강제 철거한 인권네트워크 포스터ⓒ인권네트워크

그러나 총무팀은 보안팀에 인권네트워크의 포스터를 떼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다는 주장이다. 총무팀 관계자는 학생 측과 <프레시안>에 "커뮤니케이션에 미스가 있는 것 같다. 총무팀은 허가받지 않은 홍보물만 떼 달라고 요청했지 허가받은 것까지 떼라고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강제 철거가 여러 번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사람이 하다 보니 사고가 있을 수는 있다"라며 "착오는 시정해서 바로잡으면 되니 필요하면 홍보물을 다시 부착해 주겠다"고 설명했다.

학생 측은 대학본부가 학교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입막음하려다 걸리자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인권네트워크 소속 강시현 씨는 <프레시안>에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무단 수거 행위와 꼬리 자르기로 추정되는 행동을 문제 삼고 싶다. 또 학생들의 홍보물을 무단 수거할 수 있는 대학 규정이 존재해 인권위와 학내 인권센터에 진정을 넣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의견 표명은 표현의 자유 아래 강력히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9월 인권위는 대학본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이 부착한 대자보를 철거한 A 대학에 대해 △학내 게시물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과 △학생상벌규정 중 학업과 무관한 정치적 표현과 관련한 징계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대학의 규정이 학생들의 정치적·사회적 의견표명을 아예 배제하거나, 모든 게시물을 사전 승인 대상으로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의 정치활동에 관한 상벌 조항을 규정에 명시한 것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학교의 운영과 관련한 비판적 표현을 자유롭게 게시하는 행위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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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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