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는 문자를 남겼던 고(故) 정슬기 씨 말고도 장시간·야간노동을 이유로 과로산재를 인정받은 쿠팡 새벽배송 기사가 한 명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고(故) 장덕준 씨를 포함하면, 쿠팡에서 야간노동을 하다 과로산재를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된 노동자의 수가 세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보면,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 새벽배송을 하던 50대 택배기사 A 씨가 지난해 7월 21일 자택에서 쉬던 중 흉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일 뒤 숨졌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판정위는 A 씨가 계약서상 "고정 저녁/야간근무"를 수행했고, 근무시간은 "22:00~익일 07:00"이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주 평균 근무일수는 "6일", 노동시간은 "54시간"이었다. A씨가 상차 업무를 병행하며 하루 평균 237건의 물품을 배송했다는 점도 판정위 인정사실에 담겼다. A씨가 하루에 다룬 물품의 누적 중량은 평균 1185킬로그램(상차·배송 등 2회 작업 고려 시 2370킬로그램) 이상으로 추정됐다.
판정위는 "A 씨가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61시간 45분이고, 업무 부담 가중요인으로 야간근무가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상병 발생에 있어 업무적 부담 요인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시에 따라 뇌심혈관 질환 발병 전 12주 동안 평균 주 60시간 또는 4주 동안 평균 주 64시간을 넘게 일하면 업무와 질환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근무시간 측정 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에 대해서는 30%가 가산된다. 야간노동이 주간노동에 비해 더 큰 건강상 위험을 초래한다는 의학적 사실에 따른 것이다.
앞서 쿠팡에서는 새벽배송 택배기사였던 고(故) 정슬기 씨, 물류센터에서 교대제 근무를 했던 고 장덕준 씨의 죽음이 각각 지난해와 2021년에 과로산재로 인정됐다.
박홍배 의원은 쿠팡 야간 근무자의 연이은 과로사에 대해 "장기간 고정적인 고강도 야간노동이 만든 비극”이라며 "이런 현실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반성 위에서 야간 장시간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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