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산재 신청만 하려 했는데…런베뮤 '부도덕하다'며 상처 줘"

유족 대리 노무사, 공론화 배경 설명 "같은 사건 반복되면 안 된다는 마음도"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일했던 고(故) 정효원 씨 과로사 의혹 사건에서 유족을 대리한 김수현 노무사가 유족이 사건을 공론화한 배경에는 산재 신청이 "부도덕하다"고 한 사측의 부적절한 언행과 대부분 사회초년생일 런베뮤 직원들에게 같은 사건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결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노무사는 3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인이 숨진지 석 달만에 문제가 공론화된 이유를 묻는 말에 "처음에는 유족분들도 공론화하실 생각은 전혀 없으셨다. 사건 수임 주실 때는 일을 크게 키우기보다는 산재 청구만 도와달라고 오셨다"며 "산재 준비에 착수하면서부터 사업장 측이 유족분들께 상처가 되는 언행을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사업장 측이 '이런 일로 산재는 될 수 없다'는 식의 대응을 했다고 유족분들이 느끼셨고, 그렇다면 정효원 님 외에 대부분 사회초년생인 다른 직원들도 과도한 업무를 만성적으로 하고 있을 수 있겠다고 느끼신 것 같다"며 "다시는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시는 마음에 유족분들이 용기를 내셨다"고 했다.

그는 또 "(사측에) 산재 청구를 하려고 자료를 요청하는 연락을 유족분들이 해 주셨다"며 "그때마다 (사측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다', '산재 청구를 하는 부도덕한 일을 하지 말라', 이런 말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런베뮤 측은 지난 28일 강관구 대표이사 명의 입장문에서 "당사의 부족한 대응으로 인해 유족께서 받으셨을 상처와 실망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진심을 담아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 노무사는 이를 본 유족이 "진작에 사과부터 했어야 했던 게 아닌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은 사건 초기 런베뮤 측이 "유족분들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피해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던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고 덧붙였다.

'회사와 유족 간 대화가 되고 있나'라는 질문에 김 노무사는 "대리인 측과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이야기를 하자고 계속 연락이 오고 있는데 별다른 진전은 없다"고 답했다.

현재 유족과 사측은 고인의 노동시간을 두고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김 노무사는 정 씨 노동시간을 산정한 과정에 대해 "스케줄표로 근무일과 휴무일을 파악한 후 교통카드 이용내역과 생전에 (정 씨가) 여자친구분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대조하면서 근무시간을 맞춰 나갔다"며 "사망 직전 1주 동안 약 80시간 12분, 사망 직전 12주 간 1주 평균 60시간 21분 일한 것으로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이 (고인이 근무시간 동안 1주 평균) 44시간 정도 일했다고 입장문에서 봤는데 상당히 괴리가 커서 좀 놀랐다"며 "사망 전 12주 간 근무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던 데 따른 결과 아닌가 생각한다"고 추정했다. 근무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사업장이 지문인식기계가 있긴 하지만 (숨지기 전 정 씨가 일했던) 인천점에서는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의 과로사 인정 가능성에 대해 김 노무사는 "공단 과로 지침상 출퇴근 카드나 작업일지 등 자료뿐만 아니라 교통카드 기록이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도 업무시간을 산정하는 객관적 자료로 인정하고 있다"며 유족 측이 제출한 자료가 "근무시간을 산정하기에 부족한 자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런베뮤와 관련해서는 사측이 직원들에게 '임직원 활동과 부수적인 모든 내용'에 대한 영업비밀서약서를 쓰게 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노무사는 "레시피 같은 특별한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겠지만 '임직원 활동과 부수적인 모든 내용'은 너무 포괄적"이라며 "이 조항은 무효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한 것 같고, 그래서 동료 근로자분들이 저희에게 평소 근무상황이나 근무시간 등을 이야기하기 꺼려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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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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