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부처 업무보고 중 위서로 평가받는 '환단고기'를 언급한 데 대해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14일 이 대통령이 해당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과정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환단고기 관련 발언은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와 그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를 받으며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빠' 논쟁"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그거를 왜 모르냐"며 "환단고기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지 않나. 그런 것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는 모양"이라고 질책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통령이 위서를 믿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환단고기는 한민족이 고대에 시베리아와 중국 본토 등 사실상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은 상고사 서적으로, 1911년 계연수가 저술해 제자 이유립이 1979년 출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류 역사학계에서는 환단고기를 위서로 판단한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아직 대한민국 공식적인 정사에서는 다루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환단고기라는 책자 자체가 위서냐 아니냐 이런 논란까지 있었던 부분"이라며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대통령이 굳이 그런 것을 질문한 취지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면박 주기 일환으로 질문한 것이라면 대통령은 한 번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공공 직위에 있는 모든 사람은 네 편, 내 편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해서 일하는 것은 당연한 공직의 기본자세"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환단고기는 신학의 영역이라고 역사학자들이 생각해 위서로 판정됐던 것"이라며 "대통령이 무엇을 믿는지는 자유인데, 그건 개인의 자유다. 국가 시스템에 권할 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직은 설익은 자기 취향을 보이는 자리가 아니"라며 "이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를 믿는다면 앞으로 공적 자리에서 그런 말 꺼내지 말고, 안 믿는데도 그냥 아는 척한 거라면 앞으로는 좀 더 책임 있고 무게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역사 관련 다양한 문제의식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재단이) 올바로 된 역사관을 확립하고 수립하고 연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 중 하나로 봐달라"(김남준 대변인)라고 진화를 시도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지향 이사장의 답변 핵심은 '문헌 사료를 중시한다', '전문연구자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대통령 말씀 내용은 '역사를 어떤 입장, 어떤 시각에서 볼지가 중요하고 (그에 따라) 부분적 입장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재단이) 역사관을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연구하고 수립하는지, 제대로 된 연사관이 연구가 돼서 지금 확립돼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으로 이 대통령 발언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가 이미 위서로 판단한 환단고기를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이 적절하냐 부적절하냐'를 취재진이 다시 묻자, 김 대변인은 "두 가지 차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이런 논란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인지하느냐 하는 측면으로, 그런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존재할 뿐 언급하지 않고 회피하는 게 바람직하냐, 그렇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 벌어지는 논란이 있다면 분명히 짚고가야 하고 특히 역사관을 연구하는 곳에는 명확한 입장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논란이 예상됨에도 왜 발언했나, 문제가 있으면 짚고 넘어가는 게 바람직하지 그것을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까지 대통령은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온 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학계에서는 더 이상 '논란'이 없는데도 대통령실은 '논란', '문제'가 여전히 있다는 시각을 유지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또 업무보고 전체를 최초로 생중계하면서 환단고기 발언을 포함해 불필요한 논란거리가 확대재생산됐다는 지적에 대해 "생중계 방식에 일부 단점이 분명히 있다. 지엽적 부분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해석되는 문제도 있다"면서도 "국민께 직접 보고를 실시간으로 드리고 앞으로 국정 운영을 이렇게 해나가겠다고 설명드릴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히 있는 것이어서 생방송을 (앞으로도 계속)하면서 단점을 최대한 보완해 가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한편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질책성 질문을 한 데 대해 야당이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야권 성향 인사여서 망신주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야당 출신이어서 고압적이거나 공세적 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 의견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만 바라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질문답변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봐달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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