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는 한 손에 붓을, 다른 손에는 총을 들었고, 백성들은 농기구를 들고 항전에 나섰습니다. 호남 의병의 씨를 말리려 했던 일제의 잔인한 학살 작전이 끝난 그날이 바로 10월 25일입니다. 세상은 아직도 그날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릅니다. 가슴을 치고 통곡할 일입니다."
일제의 '남한대토벌작전'으로 희생된 한말 호남 의병들의 넋을 기리는 '제16회 한말호남의병추모제 및 어등산 의병의 날 기념식'이 24일 오전 치열했던 항전의 현장인 어등산 자락의 보문고등학교에서 열렸다.
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전해산, 김원봉 등 의병장 후손, 오상열 의사 등 독립 유공자 후손을 비롯해 고병돈 광산구 연합회회장, 광복회 광주지부 유경식 대의원, 민수홍 북구 지회장 등 광복회원, 김석웅 광산부구청장, 장휘국 전 광주교육감, 학생,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히 일어섰던 의병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겼다.
김갑제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한말 호남 의병의 처절했던 항전의 역사를 상기시켰다. 그는 "일제는 전라도 주민들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격퇴한 자부심이 강해 자신들을 과소평가한다고 보고 복수심까지 결합된 대규모 학살 작전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호남 의병이 소멸되면서 우리나라는 국권을 강탈당했다"며 "하지만 그 불굴의 항일 정신은 독립군으로,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오늘날 민주화 운동의 위대한 유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추모제는 특별한 '역사 음악회'로 꾸며져 의미를 더했다. 2부 행사로 진행된 '역사를 음악으로 이야기하다'에서는 클래식 앙상블 '라르브르'가 무대에 올라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희망을 노래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아리랑'에서부터 '독립군가', '임을 위한 행진곡'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애환을 담은 14곡의 노래가 연주와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자 참석자들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역사의 순간들을 되새겼다.
한편 1909년 9월부터 약 2개월간 전개된 '남한대토벌작전'으로 전해산, 안계홍 등 의병장 103명을 포함한 수많은 의병이 희생됐고, 포로로 잡힌 3000여 명은 도로 건설에 강제 투입되는 고초를 겪었다. 이에 광산구는 2009년 전국 최초로 매년 10월 25일을 '어등산 의병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학생들의 현장 역사 교육 참여를 위해 기념식을 하루 앞당겨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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