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 김건희 ODA 때문? 외교부 "직접 관계 없지만 ODA에 더 신경썼을 것"

외교부 장관 "영사 전담 인력 40명 충원" 장기적 대안 제시…한국인 범죄 혐의자 10명 단속, 피해자 2명 구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청탁에 연계됐다는 의혹과 관련, 주캄보디아대한민국대사관이 ODA에만 신경 쓰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외교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20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캄보디아의 경우 ODA 문제가 불거졌는데, 외교부의 무상원조는 그대로였지만 기재부의 EDCF(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대외경제협력기금)가 4배로 올라갔다"며 이 사안이 캄보디아 재외국민 보호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캄보디아 ODA 의혹과 이번 사태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몇 년 동안 ODA 업무에 방점이 찍히다 보니" 대사관이 재외국민 보호보다 ODA 사업에 더 신경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ODA는 돈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주는 것인데, ODA 예산이 늘어나면 대사관은 바빠진다. EDCF의 경우 4배나 증가돼서 어떻게 쓰는지(를 봐야하는) 대사관에서는 거기(ODA)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썼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관측했다.

윤석열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외경제협력기금(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EDCF)의 '민간협력전대차관' 방식으로 차관 지원 한도액을 큰 폭으로 늘린 바 있다. 민간협력전대차관은 EDCF가 제공하는 차관 중 하나인데, ODA 사업을 시행하는 정부나 민간 법인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급한다.

이 때문에 실제 자금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구체적인 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민간협력전대차관은 1987년부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22년까지 단 한 차례만 예산으로 편성된 바 있다. 따라서 이같은 방식의 캄보디아 지원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이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022년 11울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1일 헤브론 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동들을 만나는 자리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던 이 환아의 집을 이날 방문했다.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대한 ODA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캄보디아를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고위당국자는 "이 사건을 ODA와 직접 연계하는 것은 국격에도 맞지 않고 우리 스스로 ODA를 '주고 받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이 협의해 ODA 분야를 정하는데 그 나라 경찰의 능력 배양, 이 중에는 인력 교육도 있지만 장비 제공 등도 포함되는데 이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여당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이 고위당국자는 "군사 조치는 주권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 그럴 일은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음주에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아세안 회원국 중 하나인) 캄보디아에 대한 외교를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이런 일이 있을수록 캄보디아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캄보디아 정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뤄내야 한다. 지금 여기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이후 아세안 전체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캄보디아에서 한국 국적자가 신고 접수를 위해 현지 대사관에 찾아갔지만 업무 시간이 아니어서 경비 인력이 대사관 진입을 막았다는 보도와 관련 이 고위당국자는 "대사관에 있는 경비 인력에도 교육을 시켜 24시간 어떤 신고도 놓치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대사관 앞에 게스트하우스를 빌려서 대사관에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그곳으로 영사가 출장을 가서 민원인을 만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직원들이 사실상 24시간 동안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력 보강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사 사안을 전담하는 인력 40명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해외안전담당영사가 83개 공관에 84명이 근무 중인데 인력 확보를 통해 더 많은 담당자를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외교부 본부 및 인근 공관에서 캄보디아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영사국 직원 3명이 현지에 도착해서 업무를 지원하고 있고 인근 공관과 규모가 큰 공관들에서 캄보디아 대사관에 순환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조 장관은 캄보디아에서 한국 국적자 10여 명을 추가로 체포하고 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 합동대응팀이 캄보디아에 방문한 이후 캄보디아 측의 추가적 단속과 신속한 구출이 이뤄졌다"며 "16일 단속을 통해 10여 명의 온라인 스캠 한국인 범죄 혐의자를 체포했고 이와 별도로 같은날 2명의 한국인이 캄보디아 경찰에 의해 무사히 구출됐다. 이번주 귀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