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밀어붙인 '대법원 현장검증'에 여야 재격돌…野 "이재명 무죄 만들기"

與, 대법원에 李대통령 선거법 파기환송 사건·로그 기록 등 제출 요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등을 명분으로 대법원 현장검증을 진행하자, 국민의힘이 "명백하게 진행 중인 (이재명 대통령) 재판에 대해서 관여하겠다는 취지", "사실상의 대법원 압수수색"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대법원 측의 로그 기록 등을 요구하면서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법사위는 15일 오전 대법원 청사 내에서 대법원 2차 감사를 진행, 현장검증에 앞서 추가 증인채택과 자료제출 요구의 건을 의결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여야는 이 전체회의부터 증인 및 자료제출 요구 적절성을 두고 강하게 부딪혔다.

민주당이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수사한 엄희준 검사와 대장동 의혹 관련 남욱 변호사를 증인 명단에 추가하자, 국민의힘은 "김현지 부속실장과 설주완 변호사는 왜 빼는가"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당시 김 부속실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을 설 변호사에서 김광민 변호사로 교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설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해당 '변호인 교체'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설 변호사만 증인에서) 빼는 것은 굉장히 의도적인 것"이라며 "재판에 관여하지 말자, 수사에 관여하지 말자는 논리라면 이화영 부지사와 여기 있는 남욱·엄희준 다 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변호인 교체 의혹은) 김 부속실장의 한마디로 위증교사나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범죄를 지금 저지른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반드시 (설 변호사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남 변호사가 최근 이 대통령에게 불리했던 기존 진술을 뒤집고 '김용에게 돈을 줬다고 직접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한 데 대해 "남욱의 진술이 바뀌었다", "검찰이 이것도 조작한 것"이라며 엄희준·남욱 증인채택 명분을 강조했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변호인 교체 의혹을 두고 "당사자가 선임한 변호사에 대해서 또 해임한 변호사에 대해서 제삼자가 대입한 것 아니냐.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망발인가"라며 "대통령실을 끌어들여서 이재명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망신 주기를 하려는 그런 작전"이라고 반발했다.

자료제출 요구의 건을 두고도 여야 대치가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판관 기록 접근 이력, 재판연구관 검토 및 보고 관련 기록 등을 요구하는 자료제출 요구의 건을 상정하면서 국민의힘이 다시 반발한 것. 민주당은 해당 전합 파기환송 판결이 예외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심리된 데 대해 '대선 개입 의도의 졸속심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판결문 작성에 관여했던 대법관들의 로그 기록 이런 것까지 다 제출하라? 이것은 명백하게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서 관여하겠다는 취지"라며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지금 국정감사장에서 '서류를 내라' 이렇게 일방적으로 만들어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지금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법원의 입장과 법원행정처장의 입장이 '이틀이든 7일이든 다 사건기록을 검토해서 제대로 판결했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그 기록을 어떻게 보셨는지 서면으로 보셨는지 아니면 전산기록을 보셨는지 로그 기록을 받든지 아니면 서면으로 받으셨으면 사건기록 대출을 받으셨는지에 대한 일체의 요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두 안건을 두고 1시간 30분가량 언쟁을 벌이며 평행선을 이어갔지만 민주당 측이 토론종결을 신청하면서 두 안건은 모두 표결에 부쳐졌고, 결국 다수 의석인 민주당 주도로 최종 의결됐다.

법사위는 전체회의 산회 직후 현장 국정감사를 진행, 앞서 역시 민주당 주도로 의결한 대법원 대상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현장검증에 반대해온 국민의힘 측은 다시 "법원 압수수색", "입법내란" 등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법원 현장검증 또한 이 대통령 재판에 개입하기 위한 것으로 사법권 침해라는 게 국민의힘 측 취지다.

나 의원은 "오늘의 현장검증과 국정감사는 한마디로 불법과 탈법의 산물"이라며 "어떠한 협의나 합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한마디로 압수수색과 다름 없다"고 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도 "이번 현장점검은 우리 법에서 정하는 소위 우리 법사위의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국정감사법이 정한 바에 따르면 재판에 간섭하는 재판에 관계된 현장점검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국민의힘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했다느니 삼권분립 위반이니 이런 말을 앵무새처럼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의 이 자리는 진정한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리"라며 "사법부가 더 이상 사회 최종 심판자로서 기능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가장 큰 위기"라고 했다. 역시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 해명이 최우선이라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여야 대치가 이어지는 와중에 추 위원장은 오전 11시 40분께 현장검증을 지휘했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게 지금 민주당의 입법 내란"(신동욱 의원), "국회의원이 대법원을 파괴하기 위한 것"(나경원 의원)이라는 등 고성과 함께 위원장석으로 나와 강하게 항의했다. 나 의원은 법원 관계자들을 향해서도 "대법원도 여기에 협조하는 것이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질타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에서 "내란동조 세력 국민의힘은 헌법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전현희 의원), "계엄 해제 표결에 찬성하지 않았거나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으셨던 분들"(김용민 의원)이라는 등 '내란 비판'이 나오자, 나 의원이 "끊임없는 내란몰이"라며 "(계엄)포고령을 보면 당시 당사에 모이는 것조차도 포고령 위반이 될 수 있었다"고 항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추 위원장은 야당 항의에도 현장검증을 강행했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현장검증이 이어지고 있는 이날 오후 3시 50분께 대법원 내 국정감사장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오늘의 대법원 검증은 명확히 불법", " 법원을 압박하면서 지금 대법정, 소법정에 이어 대법원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며 "한마디로 이것은 법원을 점령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들은 "검증의 목적을 보면 결국 이재명 대통령 재판 무죄 만들기"라며 "다른 한 축으로는 대법원을 비롯해서 사법부를 그들의 발 아래 두겠다는 사법 해체의 진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직후 감사에 참여하지 않고 현장에서 퇴장했다.

국민의힘 참여 없이 민주당·조국혁신당 등만 참여한 현장검증에선 법사위원들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등 법원 관계자들의 안내 하에 대법정·소법정 및 대법관 사무실 등을 방문하고,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사안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대법관 방이 75평으로 엄청나다' 하는 것들이 알려졌지만 가서 보니 부속실 자료, 열람실, 재판 연구관 모두 같이 있었다"며 "제가 국정원장을 해봤는데 국정원장 방보다 (대법관 방이) 훨씬 못하구나 하는 걸 알았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현장검증 와중에 법사위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함께 오찬을 가졌는데, 서영교 의원은 해당 자리와 관련해 "아주 중요한 내용들을 들었다"며 "조 대법원장이 어떻게 주도적으로 자기 마음대로 하는지 오늘 또 얘기해 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서 의원은 민주당 측 자료제출 요구에 대한 법원 입장과 관련해서도 "형사사건은 종이로 기록을 본다고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 사건 관련은 종이 기록이 없어서 스캔을 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며 "스캔 기록을 (법관들이) 로그인을 해서 봤는지 확인해야 겠다"고 말해 접속기록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현장검증엔 천대엽 처장 등 사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지만, 현장검증 직전까지 대법원 현장검증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천 행정처장은 현장검증 종료 뒤 이어질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법원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만 예고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제외한 법제사법위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현장 검증을 위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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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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