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도 '성차별 변화 없으면 한국 출산율 개선 어렵다' 말한다"

[이재명 정부, 어디로 가나②] 김영미 전 저고위 부위원장 "성차별 관행 건드리지 않으면 저출산 늪 빠져나올 수 없어"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 비상계엄, 그리고 대통령 탄핵으로 초래된 조기 대선으로 이렇다 할 준비없이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어진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했지만 추경 편성, 민생회복지원금, 미국과 관세 협상, 정부조직 개편 등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했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하다. 지난 9월 19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였다. 이는 대선 때보다도 높은 지지율이고 비슷한 시기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중에는 세 번째로 높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하는 마지막 그 순간 국민의 평가, 즉 마지막의 지지율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처럼 아직 임기는 4년하고도 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은 12·3 비상계엄으로 제기능을 못했던 국가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남은 기간은 국민이 체감할 만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정부도 이를 위해 지난 16일 앞으로 추진할 국정 운영의 로드맵인 123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바로 가기 : 이재명정부 123대 국정과제 클릭)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프레시안>은 창간기념으로 이재명 정부가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좀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 AI, 재생에너지, 여성, 저출산, 부동산 등 6개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 [이재명 정부, 어디로 가나] 기획 바로가기 )

올해는 지난 2005년 정부가 저출산(저출생)·고령사회 대응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하고 5년 주기로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한 지 20년 되는 해다. 어떤 정부건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갖은 정책을 시행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와 합계출생율이 9년만에 반등했으나, 여전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악의 저출산 국가라는 오명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올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까. 최근 확정된 123개 국정세부과제를 보면, 정부는 임기 동안 △아동·육아수당 확대 △출산전후휴가 급여 추가 지급 △배우자 임신 중 출산휴가·육아휴직 신설 등 휴직과 급여 위주의 지원책을 다수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비혼 출산이라는 새로운 가족제도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비혼 동거를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공식 인정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에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비혼 출산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제적 지원과 비혼 동거 법제화라는 이재명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윤석열 정부 저출산 정책을 담당한 김영미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장·설립해 온 정책과 맞닿아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임기 동안 신생아 특례대출과 부모급여 지급을 도입하고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의 제도 확대를 추진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비혼 동거 관련 정책인 '등록동거제'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가 정상가족 해체를 주도한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저출산 대책에 대해 "여전히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관행과 문화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막연하게 인구 문제를 언급하기보다 저출산 현상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을 최우선 순위로 해야 한다"며 노동 개혁을 다룰 때 성평등과 가족친화경영 촉진을 핵심 아젠다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국은 부부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에 갇혀 있기 때문에 이런 성역할의 변화가 획기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출산율 회복은 어렵다"고 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의 발언을 언급하며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어렵게 만드는 가족 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와 함께 등록동거제 등 변화하는 가족문화를 반영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기를 기대했다. 다음은 지난 10일 김 전 부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영미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본인 제공

한국, 출산 주체인 여성의 가치와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지난해 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하고 올해도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김영미 : 사실 수치로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통계 기관이 추계할 때 합계출산율이 0.6대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었고, 실제로 지난해 초 직전 분기 출산율이 0.6대였기 때문에 "뭘 해도 안 되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비관적이었다. 때문에 처음으로 반등한 건 아주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출산율이 왜 올랐다고 분석하나.

김영미 : 여러 전문가들이 주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결혼 지연이 해소된 영향을 꼽고 있지만, 나는 지난 2023년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발표한 것이 아이를 고민하던 청년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부모급여 지급을 도입하고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의 제도를 대폭 확대한 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이다. 그 근거로 지난해 둘째아 비중이 소폭 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연구를 보면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 등의 제도가 첫째아를 비롯해 둘째아 출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온다. 또 첫째아 출산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신생아 특례 제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육아에 대한 공포감으로 팽배한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기 위해 저고위 홍보비를 대폭 확대하고 방송협회와 MOU도 체결한 것이 반영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간만의 반등이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의 초저출생에 해당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김영미: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데 원인이 한두 개겠나. 정부가 정책 몇 개 발표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었다면 그동안 왜 해결을 못 했겠나. 근본적인 원인은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3가지 구조적 요인, 즉 경제·주거·양육 불안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힘든 직장 문화, 전보다 조금밖에 나아지지 않은 독박육아 및 경력단절, 의대 입시를 유치원생부터 준비하는 사교육 전쟁 등 구조적 난제가 어느 하나 나아지지 않았는데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오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결혼과 가족,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정상 혹은 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강고하게 작동하고 있다. 자신이 기대하는 결혼과 가족,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상상했을 때 현실과의 격차가 너무나도 커서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하게 만드는 압력들이 있다. 자유롭게 결혼하고 싶어도 현실은 다르다. 남들의 시선이나 부모님의 압박으로 인해 조율하는 문제들을 청년들은 힘겨워한다.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청년들은 "차라리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말한다. 이게 바뀌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가장 원초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정책이 아이 낳기를 결심하고 실제로 낳는 여성이 어떤 가치와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든 디지털 기술이든 변화에 민감하게 따라가고 그러지 못하면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면서 가족 문화에 대해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더디다. 과거 기성세대들이 자신이 육아하던 시대와 비교하면서 가족이 상당히 평등해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여성들은 여전히 결혼 후 요구받는 것들이 많고 육아에서 절대적으로 책임지는 일들이 많다. 일을 하더라도 주부의 역할, 엄마의 역할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받는 경쟁적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을 보면 "한국은 부부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에 갇혀있기 때문에 이런 성역할의 변화가 획기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출산율 회복은 어렵다"고 했다. 이는 단순히 남성 개인을 비난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부부 안에서의 평등이나 남성의 돌봄을 가로막고 있는 다양한 힘들을 찾아내서 해소해야 한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관행과 문화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8일 직접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혼 동거를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공식 인정하란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 관계 부처에 비혼 출산 제도 검토를 주문했다고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전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저출산 해결 위한 구조적 개혁 보이지 않아…준비 없이 '비혼 출산' 화두 던지기는 무책임

프레시안 : 성차별 해소가 저출산 개선의 핵심이라는 말인데, 젠더 관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저출산 정책 기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국정과제에서는 전반적으로 출산·육아·아동 관련 휴가 및 수당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정책을 담고 있다.

김영미 : 과거 부위원장직을 맡는 동안 주로 반등세를 위한 단기적인 대책들에 초점을 맞춰 발표했고, 발표하면서도 한계를 알고 있었다. 새 정부가 시작되면서 발표하는 정책들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대책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는데, 여전히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다른 분야에 비해 구조적 개혁이 잘 보이지 않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지 걱정이다.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재택근무 같은 것들을 선심성으로 주는 수준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로 못박을 수 있는 정책, 가족 돌봄이라는 사유로 휴가나 휴직을 썼을 때 차별받지 않고 구제받을 수 있는 대책이 논의되면 좋을 텐데, 남성 중심적이고 정규직 노조 중심의 현안 위주로만 논의가 되고 있어서 아쉽다. 특히 정부의 정책 몇 개보다 기업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휠씬 더 실효성 높은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아쉽다. 다만 현재 준비하고 있을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새 정부의 진정한 인구 대책, 저출산 대책이 담기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프레시안 : 최근 대통령실이 관련 부처에 주문한 비혼 출산 활성화 정책 검토는 구조적 변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은 어떻게 보나. 과거 김 전 부위원장이 비혼 동거 법제화를 언급해 "정상가정 해체·동성애 조장"이라는 비난을 받은 적도 있어 더욱 느낀 바가 있을 듯하다.

김영미 : 2023년 11월 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돈을 빌려 "프랑스의 팍스(등록 동거제, PACS) 제도처럼 결혼 제도를 유연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팍스 제도를 도입하면 저출산 문제 극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항목을 넣었다. 사회적인 논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여가부는 못하더라도 저고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76.8%가 등록 동거제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2030 청년들은 평균보다 더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당시 비혼 동거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는 이유로 정부청사 앞에 현수막이 걸리는 등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는 에둘러서 해명했지만, 어쨌든 국민 76% 이상이 등록 동거제가 저출산에 도움 될 거라고 응답한 점은 팩트였다.

이런 근거를 가지고 화두를 던져야 하는 건데 무심코 언론에 나와서 이런 것을 검토한다고 던지는 모습은 굉장히 무책임하다. 이에 대한 물꼬를 터주려는 노력을 할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실이 나서서 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저고위에 있으면서 등록동거제를 추진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비혼 출산은 굉장히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다. 관련 제도를 시행하는 해외 국가들도 각자 명칭, 내용, 대상이 각기 다르다. 각 나라 국민들의 정서와 욕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도 도입이 필요한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실태조사도 시행해야 하고, 의견 수렴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고 여론을 수렴하면서 결혼 제도를 자유롭게 논의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가게 해야 한다.

물론 세대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막고 거부하고 저항하더라도 비혼 출산, 비혼 동거의 형태로 나아갈 것이다. 앞서 말했듯 가족을 꾸리고 싶어도 가족주의와 가족에 대한 규범이 너무나 강력해 역설적으로 가족을 꾸리지 못해 발생한 게 지금의 저출산 현상이다. 결혼이라는 한 가지 방식으로 경직된 제도 자체가 다양한 삶의 가치나 방식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호주제 폐지하면 가족 제도 무너질 거라고 얼마나 협박을 받았나. 그런데 폐지해도 제도 무너지지 않았다. 이처럼 가족 및 결혼 제도의 단단한 껍데기를 조금은 느슨하게 만들어줘서 보다 많은 청년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고 보다 많은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는 게 좋은 사회이자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 아닐까 싶다.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연합뉴스

5년짜리 단기계획 과감히 폐기하고 50년 바라보는 저출산 정책 수립해야

프레시안 : 수도권 과밀화, 지방 소멸도 저출산 현상과 한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수도권 연구자로서 어떻게 보나.

김영미 : 지방 인구 감소나 지방 청년 유출도 결국 젠더 문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청년들이 지방에서 많이 빠져나가지만 여성의 수가 너무 많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받을 수 있는 직장 문화나 결혼·출산에 대한 압박이 덜한 곳이 수도권과 대도시기 때문이다. 일자리도 그렇고 여가 문화나 문화 모든 게 특히 여성들에게 굉장히 차별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불어 저출생을 가로막는 아주 큰 요인이 수도권 집중에 있음에도 이를 해결할 수 없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지금은 그만두신 김진표 국회의장과 지방 소멸과 관련해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예전처럼 제조업은 지방 산업단지에서 해도 되지만, IT 등 최첨단 산업은 수도권에 인프라를 집중해 나라 전체를 먹여 살리면 된다는 얘기를 하시더라. "그럼 지방을 죽이자는 말인가? 우리는 그냥 수도권에서 생겨난 경제적 이익을 떡고물처럼 먹기만 하면 되나?"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책 결정자 중에 많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일본의 경우 많은 여성 청년들이 도쿄로 빠져나가지만 한편으로는 농촌 지역의 출산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다. 가족에 대한 규범이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공동체 차원의 서포트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병원이나 돌봄 시설 찾기 힘들어서 대도시로 가요"라고 말하면 이해를 못 하고 "그런 지역일수록 의사가 더 필요하지 않아?"라고 반문한다. 공동체의 서포트도, 육아와 관련한 인프라도 없는 우리나라와는 반대의 모습이다.

독일은 연방 차원 외에도 지자체 차원에서 인구전략회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매해 10월쯤 되면 인구 주간이라며 지자체와 기업 관계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인구 전략을 발표하고 의견을 공유한다. 우리나라도 지역별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자원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쳐다보고, 지방 기업들도 대기업만 쳐다보는 현 상황으로는 도저히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은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시민들은 시민들이 해나갈 수 있는 역할과 책임들을 찾아나가면서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전임 저고위 부위원장으로서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정책 방향성이 있다면.

김영미 : 2005년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돼 다음해부터 기본계획을 추진했으니 올해로 20년째다. 그동안 무상보육과 아동수당, 육아휴직 등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됐다. 이게 2015년까지는 기혼자 출산율 유지에 어느 정도 도움 됐는데 이후로는 안 먹힌다. 구조적 요인이 악화됐는데 단편적인 정책 이상의 해법을 추진하지 못한 결과다. 앞으로는 5년씩이 아니라 50년 정도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수립해 주면 좋겠다. 5년짜리 기본계획으로 20년 했는데도 해결이 안 되면 과감히 폐기할 필요가 있다.

굵직한 것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일가정양립 지원제도다. 고용보험으로 한정된 사회보험을 소득 기반으로 전환하면 플랫폼노동자든 자영업자든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가족을 돌보면서 쉴 수 있을 거다. 또 국회는 앞서 말한 것처럼 결혼 제도를 느슨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거대 여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사회적 논의만 거친다면 시행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가족문화와 규범을 바꾸기 위한 대책들을 시행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노동개혁을 다룰 때 성평등과 가족친화경영 촉진을 핵심 아젠다로 넣어야 한다. 저출산 현상을 인구 문제로만 다루면 굉장히 벙벙할 수 있다. 막연하게 인구를 언급하기보다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을 최우선 순위로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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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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