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쇠사슬 무더기 연행…투자하라며 비자 제한하는 정책이 문제"

시민사회단체, 연이어 기자회견…"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단속도 돌아봐야"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인 등 이주노동자를 쇠사슬로 묶어 무더기로 연행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의 반인권적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이민국의 조지아주 현대, LG 공장 단속을 규탄한다"며 "이민국이 노동자의 손발을 쇠사슬로 묶어 연행한 것은 '수용자 처우에 관한 유엔최저규칙' 제47조, 제48조를 위반한 것으로 명백한 가혹행위이자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두 규칙에는 굴욕적이거나 고통을 주는 쇠사슬, 발목수갑 등의 사용을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그밖의 수감장비도 대체수단이 없을 경우 등에 한해 적정한 수준에서 사용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단체들은 또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은 인권침해 이력으로 악명 높은 포스크턴 이민국 처리센터에 수용돼 있고 이는 심각한 인권 위협 상황"이라며 "나아가 영주권·비자 심사 등 행정적 역할을 맡아온 미국 이민국이 무장 단속 권한을 행사하는 행태는 법치주의를 흔드는 위험한 변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사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구금해제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며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투자 요구와 반이민 정책에 대한 변화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단속 정책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먼저 미국 이민국의 이번 단속에 대해 "노동자들은 협력업체, 하청업체 직원으로 회사가 시키는 대로 맡은 바 일을 했을 뿐"이라며 "투자는 하라고 하고 비자는 제한하는 트럼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근본적 문제다. 잘못은 기업과 정부에 있는데 왜 노동자들이 고통을 당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단속과 추방이 다르지 않다. 정부는 작년에 사상 최대인 4만 8000명을 단속했다며 자화자찬했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부상 당하고, 심지어 사망했다"며 "트럼프 정부의 체포 작전에 분노하는 것처럼 국내의 단속과 추방에 대해서도 분노해야 한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윤성민 변호사도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번 단속을 두고 '유감'이라며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평했다. 동의한다. 다만 같은 말을 한국 정부에도 하고 싶다"며 "트럼프의 이주민 추방정책을 우려하는 만큼이나 우리의 이주민 단속추방 정책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중행동 등 단체도 이날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관세 폭탄으로 한국 기업을 몰아붙였고, 그 결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다"며 "그러나 돌아온 것은 노동자 구금과 인권 유린이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는 한국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방패 삼아 자행해 온 모든 착취와 수탈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이주인권단체들이 조지아에서 한국 노동자들을 체포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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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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