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열병식서 "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김정은, 중·러 정상과 어깨 나란히 하며 국제적 위상 높였다

시진핑 "인류가 평화 혹은 전쟁, 협력 혹은 제로섬 택해야 하는 상황 직면" 에둘러 미 비판…열병식서 신형 무기 대거 공개·AP "해상 대함극초음속미사일 특히 우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연설에서 "인류가 평화 혹은 전쟁"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미국을 에둘러 비판하고 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이라며 자국이 국제질서의 수호자임을 강조했다. '은둔형 지도자'로 평가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열병식 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 주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북한의 외교적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3일 시 주석은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인류는 다시 평화 혹은 전쟁, 대화 혹은 대결, 윈-윈 협력 혹은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모든 나라들이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화합하며 서로 도울 때만 공동의 안보가 유지되고 전쟁의 근본 원인이 제거되며 역사적 비극의 반복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에 반해 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다며 미국과 대비되는 국제질서의 수호자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 인민은 역사의 올바른 편, 인류 문명 진보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평화 발전의 길을 고수하고 전 세계와 함께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부흥은 "멈출 수 없다"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도 힘썼다.

오전 9시부터 거의 90분 간 진행된 이날 행사를 시작하며 시 주석은 왼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오른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입장했다. 세 정상은 입장 때 행사에 참석한 다른 정상들보다 앞서서 나란히 대화하며 걸어 북·중·러 우호를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행사 시작 5분 전인 오전 8시55분께 북·중·러 정상은 톈안먼 망루 중앙에 같은 구도로 모습을 드러냈고 행사 말미에도 이 위치에 있었다. 다만 김 위원장과 함께 방중한 김주애(이름 추정)는 열병식에선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 주석은 연설 뒤 차량에 타고 군 사열에 나섰다. 시 주석이 "동지들, 수고했다"고 외치자 병사들은 "인민을 위해 봉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대만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열병식에서 중국의 신무기가 대거 공개되며 그 자체로 대만에 암묵적 경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형 장거리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CJ-1000, 기존 DF-26을 개량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6D,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61, 새 대륙 간 사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JL-3 까지 광범위한 무기가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열병식엔 최근 베일을 벗은 사거리 1만3000km 이상으로 알려진 대륙 간 전략핵미사일 DF-5C, AJX002를 포함한 수중 무인기(드론)도 등장했다.

<AP>는 공개된 무기 중 해상에서 함선을 타격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일본에 있는 미 제7함대 사령부에서 서태평양을 순찰하는 미 해군에게 특히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AJX002 및 DF-61에도 주목했다.

시 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부터 전승절 열병식에 이르기까지 이번 주 내내 반서방 국가를 결집해 중국의 힘을 과시했다. <로이터>는 대만에 있는 애틀랜틱카운슬 글로벌 차이나 허브의 웬티 숭 연구원이 "사람들은 국제 체계의 주요 불확실성의 원천에 대해 얘기할 때 중국의 전랑외교가 아닌 트럼프식 일방주의를 지적하게 됐다"며 "시 주석은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고 확신한다. 이제 중국이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북한도 이번 대중 외교로 각자의 이득을 챙겼다. 3일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이 전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를 얻어 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은둔형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푸틴 대통령 및 시 주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인 것 자체가 북한의 위상을 끌어 올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이러한 모습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암묵적 지지 확보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고 짚었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 참석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나란히 걷고 뒤따라 각국 정상들이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장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도착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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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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