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두고… 美언론에 '李, 반미 대통령' 기고 실렸다"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이다. 문화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이 받아 쓴 이 글은 '고든 창'이라는 중국계 미국인이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에 기고한 글인데, 고든 창 씨는 미국 내에서 극우 인사로 분류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적극 옹호하고, 근거 없는 '중국 개입 부정선거론'을 지속적으로 설파해 온 문제적 인물이다.
조선일보는 16일 그런 고든 창 씨의 기고글을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 대통령의 방미(訪美)를 약 열흘 앞두고 의회 전문 매체이자 워싱턴 DC의 주류 언론인 '더 힐(The Hill)'에 '이 대통령은 맹렬한 반미(反美)주의자로 과거 주한미군 점령군(occupying force)'이라 불렀고, 미국이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를 유지했다고 비난했다'는 기고가 실렸다"고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고든 창 씨는 윤석열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을 설파해 온 인물이다. 고든 창 씨는 2024년 2월 27일 자신의 X 계정에 글을 올리고 "지난 몇 주 동안 민주당의 위험한 행동은 윤석열 댸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시사한다"며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한국의 민주주의를 종식시키려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이런 글들은 전광훈 세력 등 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 탄핵을 반대해 온 극우 인사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고든 창 씨가 지난 4월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정국에서 미국 보수 언론 '폭스뉴스'에 기고한 글 일부를 보자.
"이재명의 정당(민주당)은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부정을 저지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치러진 모든 총선은 부정선거로 얼룩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을 시작으로 최소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 투표용지를 바꾼 것이 거의 확실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된 후 한국 분석가인 그랜트 뉴샴은 '다가오는 한국 대선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99%, 어쩌면 100% 정도일 겁니다'라고 제저에게 말했다."
이런 고든 창 씨가 '이재명은 반미주의자'라고 주장한 글을 '미국의 보수 논객'인 것처럼 그럴듯 하게 인용하고 있는 게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보수 언론의 수준이다. 사실 고든 창 씨는 '더 힐'이나 '폭스뉴스'에 자주 기고글을 실어왔다. 고든 창 씨의 '더 힐' 기고는 지난 6월에도 있었다. 당시에도 고든 창 씨는 한국계 미국인인 모스 탄 씨의 주장을 인용하며 한국 대선에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고든 창 씨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 도둑질 사건 이었다.' 6월 3일 투표를 참관한 미국인 단체인 선거 감시단(Electric Monitoring Team)을 이끌었던 모스 현명 탄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탄은 등록된 유권자보다 '투표수'가 더 많은 선거구가 있고, 법에 따라 투표용지를 접어야 하는데도 이재명 후보에게는 접히지 않은 투표용지가 쌓여 있고, 중국과 베트남 출신의 외국인들이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투표 사실을 공개적으로 자랑하고 있으며, 가짜 신분증으로 여러 번 투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전부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 레파토리다. 국내 극우 단체들이 단골로 인용하는 '가짜 뉴스'들인데, 국내 부정선거 음모론 신봉 단체들과 미국의 극우 인사들은 이런 '가짜뉴스'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음모론'을 키우고 있다.
이런 음모론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모함을 한국에 보내 중국 간첩들을 소탕할 것'이라는 등의 터무니없는 전망으로 발전하거나, 'CIA 신고 운동'과 같은 기이한 형태의 캠페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고든 창 씨를 후원하는 사람이 한국계 미국인인 애니 챈이라는 백만장자다. <월간중앙>이 보도한 데 따르면 "그(애니챈)가 관리하는 재단들은 2020년 기준 18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보수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막강한 자금력으로 부정선거론을 확산하는 데 물심양면 지원 을 아끼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애니 챈이 기획한 부정선거 관련 행사에는 하나회 회원뿐만 아니라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민경욱 전 의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다수의 극우 유튜버도 자주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인사로는 최근 계엄 사태를 옹호한 고든 창(Gordon Chang)도 있다. 애니 챈은 2020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료들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의 4·15 총선은 부정 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반미 활동가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비상 계엄 사태 이후 극우 진영에서 전개되고 있는 ‘CIA 신고 운동’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민주당 지지자나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을 CIA에 신고하면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고 주장하면서 참여를 독려한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애니 챈을 직접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2022년 1월 20일, 그랜드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신년 기도회 및 하례식’에서다. ("尹, 대선 전 하나회와 부정선거 대모(代母) 만났다" 월간중앙 1월 21일자 기사)"
고든 창 씨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문재인은 북한 요원(agent)" 등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한국 극우 세력에 영향을 미쳐왔다. 지난 2019년 한미보수연합대회 행사에서는 "한국을 수호하고 여러분의 땅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분은 문재인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