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8.22 전당대회 지역 순회 연설회 일정을 대구에서 시작했다.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그러나 일부 극우 성향 참석자들의 선동으로 탄핵 찬성파 후보들에게 '배신자'라는 야유가 쏟아지는 등 극우화 논란에 빠진 당의 분열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견 발표에서는 탄핵 찬성파 후보인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당이 극우 선동가들에게 놀아나고 있다고 통탄하며 강한 톤으로 혁신을 주문한 반면, 탄핵 반대파인 장동혁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탄핵 반대파로 분류되는 김문수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는 계엄·탄핵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당의 단합과 대여투쟁 필요성만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극좌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고, 정 대표가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민주당을 해산해야 하는지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하는지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 끝장토론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당내 극우화 논란 등에 대해서는 에둘러 "우리 당 의원 107명이 분열하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고 이재명 총통이 4년 연임제 장기집권을 획책할 것"이라고 단합을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전당대회장 분위기에 대해 "어수선하고 부딪히는 모습이 걱정된다"며 "좀더 단합되고 경청하면 좋겠다. 여기서 충돌하는 모습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김 후보는 특히 이날 탄핵 찬성파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연설 도중 '배신자'라는 야유가 조직적으로 나온 데 대해 "상대방이 (연설을) 할 때는 서로 잘 경청하면 좋겠다. 정견발표를 하는데 그런 모양이 좋지는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당 대표 후보들의 연설에 앞서 진행된 최고위원 후보자 정견 발표 도중, 탄핵 찬성파인 김근식 후보가 연단에 서자 객석에서 '배신자'라는 아유가 나왔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가 이날 대회장에 '전한길뉴스' 유튜브 채널 발행인 자격으로 참석해 있다가 이를 주도했다고 <뉴시스> 등이 대구 현지발로 보도했다.
김근식 후보는 이같은 상황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보수의 심장 대구가 아니라 심장병에 걸린 대구"라며 "정신차리십시오"라고 청중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저기 있는 전한길 씨같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사람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나"라고 청중석에 있는 전 씨를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손범규 최고위원 후보도 자신의 연설 순서에서 이 사태를 언급하며 "다른 후보가 연설하는데 배신자라고 외쳐야겠나"라고 전 씨 등 주동자들을 질타했다.

안철수 "반헌법적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직 차버린 尹" vs 장동혁 "전직 대통령 인권유린"
당 대표 후보자들의 정견발표에서는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이견이 그대로 드러났다. 안철수 후보는 "(총선 패배에 이어) 대통령자리마저 계엄과 탄핵으로 중간에 반납했다. 낯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 상황"이라며 "그런데 이상하게 당당한 사람들이 있다. 지역민들이 모아준 자산을 탕진한 사람들이 '이재명과 더 잘 싸울 것'이라고 소리치고 있다"고 친윤·주류를 겨냥했다.
안 후보는 탄핵 반대파 주자들을 겨냥해 "계엄에 찬성하고 '윤 어게인'을 신봉하는 분들이 당을 접수해 움직이겠다는 거짓 나팔수들에 빌붙어있다"며 "이 사람들은 사실 대구·경북 당원의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말만 했지, 결국 어디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나. 극단적 선동가들 앞에 굽신대지 않나"라고 했다. 앞서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전한길 씨 등 극우 유튜버들과의 온라인 토론회에 출연한 것을 간접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안 후보는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며 대통령직을 차버린 사람,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심판에도 법치주의를 내팽개치고 여전히 '윤 어게인'을 신봉하는 사람들, 대선후보 교체 난장판에도 나는 죄가 없다고 외치는 의원들, 이런 사람들까지 다 뭉치기만 하면 다 잘 풀릴 거라는 극단세력의 대변자들이 대구·경북에 표를 맡긴 것처럼 손을 벌리고 있다. 이는 대구·경북 당원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조경태 후보도 "당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데 '윤 어게인',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치는 자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행위를 일삼는 훼방꾼들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당에 미래가 없다"고 했다. 조 후보는 "이번 전대는 어쩌면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라며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주장했다.

반면 탄핵 반대파인 장동혁 후보는 연설에서 "죄송하다. 당원들께서 만들어주신 당의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며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셨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다. 부족한 저희가 결국 탄핵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장 후보는 역으로 탄핵 찬성파 후보들을 향해 "더 부끄러운 것은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던 사람들이 이제와 탄핵에 반대했던 당원들을 향해 '극우다', '혁신 대상이다' 큰소리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내란 동조 세력'이란 말 한마디 때문에 보따리까지 내팽개치고 도망치기 바쁘다"고 비난했다.
장 후보는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은 구속되고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지만 내란 세력으로 몰릴까봐 '절연하자'는 말만 하고 있다"며 "알곡과 쭉정이를 가릴 때가 됐다"고 친한계 등 탄핵 찬성파들을 겨냥했다. 지난 대선 당시 상황에 대해 "경선에서 패배한 어떤 분은 뒷짐지고 있고, 어떤 분은 침까지 뱉었다"고 한동훈·홍준표 전 대표를 에둘러 비난하기도 했다.
최고위원 후보들의 정견 발표에서도 "최근 특검의 무리한 체포 시도는 명백한 인권침해"(우재준 청년최고위원 후보), "'어깨가 빠질것 같다.' 인권 유린의 현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절규였다. 당원동지 여러분, 이번에도 침묵하고 외면하시겠나"(김민수 최고위원 후보) 등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비난하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이 줄이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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