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방식에 대한 투명성 강화를 위해 관련 절차의 개선을 추진해 온 경기도교육청이 거센 반발이 잇따르자 해당 조치를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7일 도교육청과 식재료 저가 경쟁입찰 체제 도입 저지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달 23일 일선 학교에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식 업무처리 개선사항’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학교급식 식재료 계약 시 동일업체와의 수의계약 횟수를 연간 5회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올 4월 1일 시행된 ‘경기도교육청 계약업무 개선사항’ 내 ‘발주처별 연간 동일업체와의 수의계약 횟수 제한 규정’에 따른 것으로, 기존 1개월 단위 구매계약 체결 원칙에서 1개월 단위 외 2개월 및 분기별 계약이 가능하도록 구매 계약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연간 수의계약 횟수에 제한이 없던 기존과 달리, 발주처별 연간 동일업체와의 수의계약의 횟수를 5회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교육지원청의 경우 기존 가공식품만 공동구매할 수 있던 규정을 가공식품 외에도 농·축·수산물 등으로 확대하고, 학교에서도 인근 학교와 공동구매가 가능하도록 변경하는 등 공동구매의 활성화를 통한 구매비용 절감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조치는 매월 진행되는 계약 절차로 인한 학교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식재료 구매계약의 단가 절감을 비롯해 공급업체의 다양화를 통해 계약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 지난해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12만1296건의 계약 가운데 수의계약(1인 견적제출 계약)은 전체의 83.7% 수준인 10만1511건에 달했다.
특히 한 차례 이상 수의계약을 체결한 2471개 교(전체의 97.7%, 유 146곳·초 1225곳·중 586곳·고 474곳·기타 40곳) 가운데 1000만 원 이상 규모의 수의계약을 연 5회 이상 체결한 학교도 71% 수준인 1755개 교(유 22곳·초 986곳·중 464곳·고 268곳·기타 20곳)였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변경된 식재료 구매방식을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련 공문이 발송된 직후부터 이 같은 도교육청의 조치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환경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 공급 중인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무너트리고, 경쟁입찰에 따른 학교급식 식재료의 질 하락이 예상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와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엽합회 등 전국 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대위는 이날 도교육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예측불가능한 기후이변으로 농·축·수산물 생산 불안정성이 극대화되면서 식재료 가격의 폭등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뤄질 경쟁입찰 방식은 현 계약재배를 통한 기획 생산·공급 방식에 비해 식재료의 안전성과 안정적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며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오히려 급식 식재료 가격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과거 급식업자들이 학교급식 공급을 담당할 당시 과도한 수입 농·축·수산물 식재료 사용과 안전성 검증 불가로 인해 집단 식중독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심지어 식재료 공급업자들과 부정한 유착관계로 인한 비리사건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며 "교육청이 경쟁입찰을 통해 식재료를 구매토록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저가의 저질 식재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급식예산을 분담하고 있는 경기도 및 31개 시·군청의 협력체계를 무시한 채 어떠한 협의나 사전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지침을 강행했다"며 "이는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 온 공공급식 공적조달체계와 협치체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로, 도교육청은 학교급식 식재료 저가 경쟁입찰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회 현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가장 안전한 식단을 제공해야 된다는 것으로, 이는 친환경농가의 지원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며 "경기도에서도 예산지원 및 예산의 우선순위 조정 등 해결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반발이 이어지자 도교육청은 해당 조치를 전면 보류했다.
이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출입기자단과 만나 "이번 조치는 친환경급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 구매방식 자체에 대한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임 교육감은 "당초 일선 학교에서 급식 식재료의 구매방식을 보다 다양화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계속되면서 구매방식 개선을 고민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는 경기도농수산진흥원과 도내 4개 지역(고양, 성남, 용인, 화성)에만 설치된 학교급식지원센터 등지에서만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학교 측의 의견들이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 업체와의 수의계약 횟수 제한은 이 같은 규정이 없을 경우, 결국은 현재와 같이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만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하지만 수의계약의 횟수 제한이 학교의 자율성 확대 기조에 반한다는 지적과 구매처 다양화를 위한 학교의 즉각적인 준비 미흡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해 해당 개선안을 실행하는 과정 속에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긴급 간부회의를 통해 전면 보류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향후 경기도 및 관련 단체 등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전반적인 내용을 재검토·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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