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시대'라는 이재명 정부, 에너지 주권은?

[초록發光]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보루, 공공재생에너지법

여지없이 기후재난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2025년, 우리는 산불, 폭우와 폭염이 치명적인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정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란·외환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대통령령에 따라 국정기획위원회가 운영 중에 있으며, 새 정부의 내각도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 정책공약의 5대 전략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제법 많은 분량으로 제시했다. 국정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 TF를 거쳐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은 윤석열 정부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포스트 내란과 정권 초반 허니문이라는 시간적 영향도 있겠지만,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높은 편이고 일정 수준에서 개혁적 스펙터클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정신 건강에 해로울 때가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를 대하는 정부의 행태가 그중 하나이다. 지난 6월 2일 사고가 발생한 이후 6월 17일 장례와 7월 20일 49재가 지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의 간담회에서 더 이상의 불행을 막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무엇을 말하고, 또 무엇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후보자 시절 장례식장을 찾아갔던 김민석 총리는 김충현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는 걸까.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고용·안전 협의체'의 앞날은 불확실하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재난적 폭염 속에서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협의체가 운영된다 한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사항이 충실히 이행됐더라면, 어쩌면 죽음의 발전소라는 오명을 쓰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2018년 1차 하청 사고는 2025년 2차 하청 사고로 재발했다. 김충현 협의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위험의 외주화를 온전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고 김충현 사망사고 수사·감독 등을 통해 안전 관련 제도개선 등 후속 조치 마련, △발전산업 안전강화방안 이행점검 및 미이행 원인 파악과 대안 마련, △한전 KPS 하청노동자의 한전 KPS 직접고용을 충실히 협의해야 한다.

탈석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석탄 화력 발전소 폐쇄에 따른 석탄발전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 강화를 위한 종합 방안도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는 올해 12월에 폐쇄될 예정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26년 3기, 2027년 5기, 2028년 3기, 2029년 6기, 2030년 2기. 2031년 2기, 2032년 2기, 2034년 2기, 2036년 2기, 2037년 4기, 2038년 5기, 이렇게 총 37기의 석탄발전소(태안, 보령, 하동, 삼천포, 당진, 영흥 등)가 폐쇄 절차에 들어간다. 현재 운영 중인 61기 석탄발전소 중 60%에 해당한다. 1.5도로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려면 국내 탈석탄은 2030년, 늦어도 2035년에 달성해야 한다는 과학적 정책 제안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현재 정부 계획은 이렇다.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정책공약을 꼽자면, 탈석탄 시점을 밝혔다는 데 있다. 2040년까지 탈석탄을 추진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폐쇄 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24기를 포함해 기존 로드맵보다 더 빠른 속도로 탈석탄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만큼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산업전환, 노동전환, 지역전환이 관리돼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체 산업 육성, 노동자·주민 지원 등의 시책을 탈석탄 폐지지역 지원법에 담겠다고 한다. 현재 22대 국회에서 14개의 관련 법률이 계류된 상태이다. 그러나 법안 대부분은 '탈석탄법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준비한 '석탄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법률'에 비해 실효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국회는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법의 구성과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본법>은 패키지 입법 과제이다. 6월 28일부터 7월 27일까지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2025 공동행동' 제안 바로가기). 재생에너지 확대에 이견은 없다지만, 에너지 전환의 육하원칙(5W1H),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대해서는 입장이 사뭇 다르다.

최근 쟁점이 되는 해상풍력의 경우에는 이런 질문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무질서하게 벌어지고 있다. 민간기업과 해외자본의 시장 잠식, 금융 조달 지연으로 인한 사업 지연, 난개발과 지역 주민·이해당사자와의 갈등, 전기요금 인상 우려, 공공성과 수익성의 충돌, 그리고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과의 연계성 부재 등 숱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현 추세라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트로이 목마에 의해 취약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민주권시대'를 표방한 새 정부라면, 에너지 주권에 대해서도 새롭게 논의하길 제안한다. 에너지 주권은 적정한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범위 내에서 시민, 공동체, 국가가 자신의 에너지 생산, 분배, 소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리고 다른 시민과 공동체,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속가능성을 간과하고 에너지를 시장 상품으로 접근하는 전통적인 에너지 안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새로운 에너지 주권은 공공재생에너지와 공공협력에 그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의 공공성 강화 및 공기업의 재생에너지 경쟁력 확보'를 정책공약으로 천명하기도 했다. 추정컨대, 공공재생에너지법과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겠지만, 재생에너지 공공성이라는 공통어로 그 간극을 충분히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기후·에너지 정책을 개혁해야 하는 과업도 많지만, 전환의 영점은 공공재생에너지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최악을 경험했더라도, 우리의 정치 기준을 과거에 맞추면 곤란하다. 새로운 출발은 새로운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도 마찬가지이다. 공공재생에너지 입법 캠페인이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되고 사회적 공론화도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청원 마지막 날인 7월 27일, 공공재생에너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길 바란다.

▲24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시민단체 정의로운전환2025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청원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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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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