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공세에 대응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대미 통상·안보 협상 상황과 관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으로 농업·농민이 희생돼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1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난 14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나 어느 나라와 통상 협상을 하든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이 없었지만 그러면서 우리 산업경쟁력은 강화됐다", "농산물 부분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스스로 '농사 짓는 국회의원'을 자처하고 실제로 2024년 공직자 재산신고에 '한우 1억5000만 원'을 신고하기도 했던 임 의원은 여 본부장 발언에 대해 "굉장히 놀라웠다. 통상교섭본부장이면 미국을 설득하고 협상에 나서야 할 사람이 왜 시작하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들을 설득하고 협상하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임 의원은 "전체적인 기조를 보면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협상 대표가 협상할 여지를 충분하게 열어놓고 시작하려고 하는 뉘앙스가 풍겨서 의심스러웠다"며 "이렇게 해서 제대로 된 협상이 이루어지겠느냐. 또다시 농산물이, 농업이 희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국회뿐만 아니라 농민들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임 의원은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 "(한국이) 30개월령 미만으로 수입을 하자고 처음에 얘기를 했던 건 광우병 사태 때문에 2008년 이후 이렇게 된 것이었고, 이걸 풀어달라고 하면 미국 입장에서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면밀하게 봐야 한다. 과연 한국 내에서 긍정적인 효과만 있을 것인가 미국도 한 번 살펴봐야 된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30개월령'(제한)이 풀리게 되면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느냐, 지금 국내에 들어오는 소고기는 30개월령 미만 정육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수입 소고기라 해도 안심하고 소비하는 것이고 대한민국이 미국 소고기 중 가장 많은 양을 수출하는 나라(가 된 것)인데, 30개월령이 넘게 되면 분쇄육·가공육이 들어오게 된다. 예를 들면 햄버거 패티에 들어가는 가공 분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이게 끼치는 영향은, 한국 농가·농민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국도 잘 들여다보고 판단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즉 2008년 이후 17년간 그나마 형성돼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려, 오히려 기존의 30개월령 미만 정육 소비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그는 "소고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농가의 반발이 굉장히 크고 가급적이면 저는 이것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트럼프라는 사람은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어서 이걸 지렛대 삼아 협상을 끌고가려고 한다면 과연 한국 정부가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정부가 지난번(2008년)처럼 그런 협상을 해 온다면 국민들이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임 의원은 또 쌀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저율관세 할당 물량이 40만8000톤이고 국내 소비량 기준으로 7.96% 계산해서 들어오는 물량인데 이 소비량이 1988년도 기준이다. 지금은 소비량이 거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에 농업계에서는 협상 기준 연도 소비량과 지금 소비량은 너무나 차이가 많으니 현실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며 "40만8000톤에서 미국이 수출하는 건 13만 톤 정도인데 이것을 늘리려고 하면 다른 나라들과도 (한국이) 협상해야 하니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자·옥수수 등 유전자변형(GMO) 문제가 제기된 농작물에 대해서는 "국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 대표적으로 새로운 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많다"며 "사과같은 경우 과수화상병이 작년 재작년에 급속도로 퍼졌는데 이게 미국에서 들어온 병"이라고 임 의원은 우려했다. 그는 "불가피하게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거라고 보지만, 국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검역 등 충분히 검증한 후에 수입 문제가 거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은 전날 성명을 통해,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농업은 결코 교환할 수 있는 협상 수단이 아니다"라며 "농업·농촌·농민이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소고기 수입요건 완화, 쌀시장 추가 개방, GMO 수입 확대, 검역기준 완화 등은 식량주권과 국민 건강에 직결된 주요 사안"이라며 "정부는 국민 이익을 옹호하고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농업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미국의 (농산물 수입 확대) 요구를 사실상 수용 가능하다는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의구심을 표하며 "다른 산업 분야에서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농업을 양보하는 방식을 이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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