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 실종에…김용태 "하루살이 정당" 탄식

친한계 "107명이 똘똘 뭉치자? 혁신 아닌 '단합'"…주류·지도부 "모두의 책임"

국민의힘이 '안철수 혁신위' 무산 이후 '윤희숙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을 놓고도 당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대선 패배 후 당 쇄신 동력 자체가 실종돼 가는 모습을 보이자, 지난달까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끈 김용태 전 위원장이 "하루살이 같다"며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15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이 제안했던 '5대 개혁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지금 당 상황이) 하루살이 같다. 고질적·근원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냥 국민들께 눈속임하려고 하루하루 혁신위라는 것들을 띄웠다가, 또 다른 분으로 혁신위를 띄웠다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원들께서도 개혁을 원하신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는데, 결과적으로는 의총이 걸림돌이 됐던 것 아닌가"라며 "5대 개혁안에 대해 늘 의원총회를 할 때마다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들, 의원들이 '비대위원장이 그런 말을 할 권리가 없다'든지 '사전에 의견 수렴도 없이 왜 그런 걸 던지느냐'든지 이런 비판이 많이 돌아왔다. 이런 세력들이 결과적으로는 당의 개혁을 막는다는 생각"이라고 당 원내지도부와 원내 다수파를 겨냥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다만 '윤희숙 혁신위'에 대해서도 "인적 쇄신을 해야 된다는 방향에는 당연히 공감을 하는데, 혁신위가 제안한 8가지 기준이 너무 모호한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기준 하나하나는 명확한데 8가지로 굉장히 많아지다 보니까 사실상 인적 쇄신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혔고다"며 "'탕평책' 느낌이 있다. '당신도 잘못했고, 당신도 잘못했고' 하면서 기준을 세웠던 것 같은데 그런 탕평책으로는 인적 쇄신을 하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윤희숙 혁신위가 '당이 사과해야 할 8가지'로 △대선 패배 △비상계엄 옹호 △후보 교체 논란 등 현 당 주류를 겨냥한 내용과 함께 △후보단일화 약속 불발(김문수 전 대선후보 겨냥) △당원게시판 논란(한동훈 전 대표 겨냥) 등의 내용을 든 것이 명확한 책임 규명을 흐리는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저는 혁신위가 그 8가지 기준 중에서 우선순위 한두 가지를 뽑아주셨으면 좋겠다"며 "(1순위는) 적극 지지층을 이용해서 포퓰리즘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아직 당원들 중에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나 부정선거론을 말씀하시는 분들과 정치인들은 생각이 분명히 다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지층들을 이용해서 정치를 일삼는 국회의원들이 있지 않나. 이 분들이 저는 1차적으로 인적 쇄신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는 전한길 씨 등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거나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대거 참석했고, 당 지도부와 의원 10여 명도 참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연합뉴스

신지호 "지도부가 얘기하는 '혁신'은 혁신 아닌 단합…하지 말잔 얘기"

친한(親한동훈)계 인사인 신지호 전 전략사무부총장도 "윤희숙 혁신위는 출범한 지 1주일도 채 안 됐는데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이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에 대한 최소한의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거부당해서 혁신위원장을 던지고 나갔고, 후임으로 윤희숙 위원장이 임명됐는데 처음에는 인적 청산에 대해 '누구도 칼자루를 쥘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또 최근에 와서는 '인적쇄신 0순위는 이런 사람이다'고 하고, 엊그제는 8가지 과제를 내놨는데 우선순위·선후경중을 따져서 꼭 필요한 것 몇 가지로 선택과 집중, 축약을 했어야지, 8가지가 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이슈지만 지금 8가지를 다 관철시킬 파워가 있느냐"고 신 전 부총장은 말했다.

신 전 부총장은 "인적 쇄신은 현 지도체제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 분들도 혁신을 얘기하지만 이 분들이 얘기하는 혁신은 가만히 들어보면 국어사전에 나오는 혁신이 아니고 단합이다. '107명이 똘똘 뭉치자', 이게 그분들이 얘기하는 혁신"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전날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등이 '인적 청산은 총선 때 하면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데 대해 "하지 말자는 얘기를 왜 이렇게 돌려서 하는지 모르겠다. 비겁하다"고 비판하며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고 시시각각 어떻게 될지를 모르는데 '3년 후 총선이 있으니까 인적 쇄신은 그때 가서 하자'는 얘기는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권영세 의원도 '지금 혁신이 필요한 때가 아니고 107명이 똘똘 뭉쳐야 된다'(는 얘기이고), 송언석 비대위원장도 같은 얘기다. 나경원·장동혁 의원도 그런 얘기를 한다"며 "107명이 똘똘 뭉치는 게 어떻게 혁신이냐. 그냥 그건 단합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당 주류·지도부는 "모두가 책임져야", "인적청산은 총선 때"

당 지도부나 주류 그룹에 가까운 이들의 주장은 이와는 확연한 온도차가 있다. 김정재 신임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희숙 혁신안에 대해서 저희가 존중하고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도 "(혁신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전체 의총에서도 얘기를 나눠야겠고, 또 선수별로 나눠야겠고, 무엇보다도 전 당원 여론조사도 한번 해본다고 하니까 그런 부분들도 저희가 충분히 숙의와 논의를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윤희숙 혁신위'가 지적한 그간 당의 8대 과오에 대해 "'대선 패배'가 1번인데 전 의원 107명이 다 해당된다"며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면 107명이 다 해당된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모두에게 있지 어떻게 특정인에게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8가지를 쭉 거론했는데 다 아픈 대목이라 생각한다. 전체가 다 책임을 지는 것이지 누구 하나를 찍어서 '네가 큰 죄인이다'(라고 할 게 아니다), 크고 작음의 정도의 차이는 약간 있겠지만 저는 모두가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 주류 그룹과 가까운 성일종 의원도 같은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희숙 혁신위' 1호 혁신안이었던 계엄·탄핵 사죄문 당헌 게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성 의원은 "비상계엄은 정치적인 행위이고 정치적인 행위는 정치적으로 푸는 게 맞다"며 "이미 당에서도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송언석 비대위원장까지 사과를 했고, 국민들께서 부족하다고 하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사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헌당규에 사과문을 명시하자'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당헌당규는 제도와 규칙이고 국가로 보면 법률이나 헌법 같은 건데 여기에다 어떻게 사과문을 명시할 수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인적 쇄신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대개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권에서의 인적 쇄신은 총선할 때 공천으로서 결정된다"며 "혁신이라고 하는 게 가죽을 벗기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지 않느냐. 실질적인 측면에서는 공천할 때 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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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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