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서 "인도지원 가장한 학살"…유엔·국경없는의사회 이어 프랑스도 비판

美·이스라엘 식량배급소 인근에서 이스라엘군 총격…佛 "500명 사망 분노, 유럽 기여 준비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고립된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식량·구호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총격에 의해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이 목숨을 잃자, 유엔과 국경없는의사회 등 국제단체에 이어 프랑스 외교당국도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와 유럽은 가자지구 식량배급의 안전 확보를 위해 기여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바로 장관은 "식량 배급 과정에서 500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에 대해 "분노한다"고 했다.

바로 장관은 프랑스와 유럽이 식량 배급 과정에 관여할 경우 '하마스가 구호품을 가로채고 있다'는 이스라엘 측의 의심도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한 후 국제 시민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구호품 전달을 막아왔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등 국제구호기구도 모두 배제됐다.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할 수 있다는 게 이스라엘이 든 명분이었다.

다만 미국이 주도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식량 등을 배급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허용됐는데, 지난달부터 GHF가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식량을 배급하는 곳 주변에서 이스라엘군이 이들 민간인 일부를 향해 총격을 가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7일 성명에서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거의 4000명이 부상당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식량배급 계획은 팔레스타인인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이들이 기아냐, 최소한의 구호품을 위해 목숨을 걸 것이냐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식량배급계획에 대해 "인도주의 지원을 가장한 학살(slaughter masquerading as humanitarian aid)"이라고 규정하고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고 유엔 주도로 식량·연료 등 구호품을 종전처럼 전달할 것을 이스라엘 당국에 촉구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가자지구 긴급대응 코디네이터 아이토르 사발고게아스코아는 "배급소 4곳은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는데, (배급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접근하면 총에 맞고, 제 시간에 도착해도 사람이 넘쳐서 울타리를 넘으려 하면 총에 맞고, 시간이 지나면 이곳은 소개(疏開)지역이어서 머무르면 안 된다. 총에 맞는다"고 말했다.

MSF에 따르면, 알마와시 의료센터 직원 하니 아부 사우드는 "이건 인도지원이 아니라 죽음의 덫(death trap)"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27일 "사람들이 단지 식량을 구하려다 죽고 있다"며 "식량을 구하는 일이 사형선고가 돼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미국-이스라엘의 배급 계획은 "본래적으로(inherently) 불안전하다"며 "그것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의 인도주의 지원 노력이 "교살당했다"고 표현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이고 방해 없는 인도적 접근"을 요구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구호물자를 받으려다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사망한 이의 장례식에서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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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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