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 우경화? 이준석에 몰린 '이대남' 어떻게 봐야 하나

[분석] 연구자들 "20대 남성 분석 거의 없어…사회적·정치적으로 면밀히 분석해야"

이번 21대 대선에서 20대 남성들의 이준석 후보 지지율은 국민들의 이목을 가장 이끈 요소였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들은 10%에 못 미치는 낮은 득표율로 전국 3위를 차지한 이준석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3위 후보가 특정 세대·성별에서 1위를 한 것은 이례적일 뿐더러,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또래 여성들과 가장 큰 성향 차이를 보였다는 점도 두드러졌다.

시민사회는 전 국민이 보는 대선토론에서 여성 신체를 폭력적으로 언급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 후보에게 20대 남성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였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 20대 남성들의 여성혐오 성향이 더욱 짙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이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을 합쳐 20대 남성 74.1%가 우경화됐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후보를 찍은 20대 남성 유권자들은 "'4찍 이대남'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항변한다. 4일 <프레시안>이 만난 20대 남성 4명 중 3명은 이 후보의 성폭력 발언 언급이 잘못됐다면서도, 이 후보만이 대선에서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투표 이유를 밝혔다. 나머지 한 명은 "위선이 더 비윤리적"이라며 민주진보 진영에 대한 반발심으로 이 후보를 뽑았다고 했다.(☞관련 기사 : "내가 왜 이준석을 뽑았냐면"…'이대남' 4인의 고백)

한국 남성과 차별을 연구해 온 학자들은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어떻게 분석했을까. 5일 <프레시안>이 만난 전문가들은 저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정부와 사회가 20대 남성들의 투표 경향을 사회적·정치적으로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남 우경화? 전혀 동의하지 않아…청년 질문에 이준석만 답변했다"

탄핵 정국을 혼란에 빠트린 극우세력을 분석한 책 <광장 이후>에서 청년 남성 극우화 담론을 분석한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준석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을 합쳐 '20대 남성 74.1%가 우경화됐다'고 하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양 교수는 "이번 대선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대선보다 줄었다"며 "지지를 철회한 20대 남성들은 적어도 내란세력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선에서 김 후보가 20대 남성에게 얻은 득표율은 36.9%로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얻은 58.7% 대비 21.8%포인트(p) 줄었다. 김 후보 지지율은 20대 남성 중 극우성향이 33%를 차지한다는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치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 20대 남성 3명 중 1명은 '극우'…20대 여성보다 1.5배 높아)

그는 "내란세력 지지층이 빠진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남성 의제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이준석이 국민연금이나 징병제 이슈 등에서 청년 남성들에게 솔깃하게 들릴 만한 응답을 했다"며 "좋은 대답은 아니라도 이준석만 답변했기 때문에 많은 20대 남성들이 투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 교수의 설명은 지난 4일 <프레시안>이 만난 이 후보 지지자들의 의견과 맞닿아 있다. 직장인 C(25) 씨는 "이 후보는 국민연금이나 이공계, 의료체계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토론에서 이미 통과된 법안에 더이상 이슈를 만들기 싫어하는 모습이었다"며 "이 후보 공약처럼 연금체계를 나눠서 운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이슈를 키워서 젊은 세대의 의견이 좀 더 반영된 정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투표 이유를 밝혔다.

양 교수는 20대 남성들의 정치성향을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언제든 다른 정당을 지지할 수 있는 '스윙보터'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20대 남성들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 전무한 수준"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응답했는지도 성찰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 전에 섣불리 선을 긋거나 '이대남 우경화론'을 퍼트리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을 비판·계몽 대상으로 바라본 결과가 이준석 세력화…꾸짖을수록 결집할 것"

<청년팔이 사회>를 저술한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20대 남성들에게 한국사회가 어떻게 답했는지 분석해야 한다는 양 교수 의견에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고 답한다. 청년을 계몽의 대상으로 삼아 온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이 이번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민주당 스스로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판국에 민주당을 찍지 않은 청년 남성들에게 우경화됐다고 말하는 건 아이러니"라며 "이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들은 거대 양당 어디도 지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고, 여기에는 20대 남성들이 공유하는 반민주당 정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반민주당 정서의 근원은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다. 김 연구원은 "6070세대 주류의 상징이 국민의힘이라면 4050 기성세대 주류의 상징은 민주당이다. 이중 청년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만나는 기성세대는 4050 중년층"이라며 "평소 만나는 기성세대가 '우리 지지해주면 예쁜 사람, 그렇지 않으면 개XX'라며 청년들을 비난과 계몽의 대상으로 삼아온 세월이 길다. 여기에 페미니즘 이슈까지 더해져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도 청년남성들의 표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세대론이 20대 여성들의 민주당 몰표를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지적에는 "대안세력이 없어서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라고 답한다. 민주당이 여성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건 아니지만, 여성가족부를 없애자는 식의 반여성주의 정책을 펼치는 정당에 갈 수도 없고, 민주노동당은 세력이 너무 약해 대안으로 보기 어려워 결국 민주당 몰표 현상이 나왔다는 해석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 오찬호 작가는 이 후보 지지층을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명징한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진보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당하는 일에 지친 젊은 세대, 진보진영의 위선에 분노하고 논리에 앞서 즉각적으로 자신을 피해자라고 여기는 '감각적 피해자성'을 느끼는 청년남성들의 '약자 연대'"라고 분석한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이준석은 보수진영에서 쫓겨난 뒤 젊은 사람을 대변하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를 향한 비판을 '꼰대, 네가 뭔데 감히 우리를 얕봐?"라고 받아들인다"며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40세인 이 후보를 깔보는 뉘앙스가 있는데 이것도 지지층에게 연대의식을 심어줬을 것이고, 강하게 반론을 펼치는 이 후보에게는 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오 작가는 현재 이 후보가 성범죄 발언 언급 등으로 의원 제명 운동의 대상이 됐으며 전광훈 사랑제일회 목사와 함께 극우의 수장으로 비난받기도 하지만, 결국 한국 정치에서 더 큰 힘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후보를 꾸짖을수록 그에게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청년남성들이 더욱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김 연구원은 이 후보에 몰린 20대 남성 지지율이 영구적이지 않다고 봤다. 그는 "올해 초 설문조사에서 이 후보나 개혁신당 지지율은 지금만큼 높지 않았다. 대선 국면에서는 선택지가 좁아 착시효과가 나온 것"이라며 "대선이 끝난 만큼 시간이 지나면 평시 지지율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했을 당시 이 후보의 지지율은 2%로 9명 중 공동 6등이었다.(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4.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연 '대선 TV토론 이준석 대선후보 성범죄 발언 단체고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안티 페미니즘·게임적 세계관 없이 20대 남성들의 이준석 지지를 설명할 수 없다"

웹하드 카르텔과 사이버레커 등 폭력으로 부를 축적하는 남성문화를 '고어 남성성'으로 정의한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안티 페미니즘과 게임적 세계관을 빼고서는 그들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동시에 그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리로 이 후보 지지자들을 설명하는 게 그들에게 좋은 변명거리가 될 수 있다"며 앞선 분석들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손 교수는 "이 후보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사건을 기점으로 페미니즘을 공격하기 시작해 알페스, 집게손 사상검증 등 남초(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다뤄지는 안티페미니즘 의제들을 수단으로 정치세력화에 성공했다"며 "여기에 승리할 만한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게임적 세계관'을 가진 이들이 대선 기간 지지율이 기세 좋게 오른 이 후보에게 합세하면서 20대 남성 지지율 1위라는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실제 이준석 후보를 뽑은 20대 남성들의 인터뷰에서도 일부 찾을 수 있다. 대학생 A(22) 씨는 "(20대 남성들은) 보편화된 PC(정치적 올바름)주의와 여성주의에 지치거나 반감을 가졌다"며 "반페미니즘 정서를 보이는 이준석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거대 양당에 반감을 가졌다는 직장인(25) C씨도 "권영국 후보도 있지만, 워낙 지지율이 적다 보니 좀 더 가능성 있는 사람(이준석)을 골랐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20대 남성들의 이런 투표 성향을 '정치적 다양성'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는 "같은 세대라도 정치적 의견이 다양한 건 너무 당연하지만, 문제는 20대 안에서 여성과 남성 간 갈등이 실제적인 폭력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여성들은 이틀에 한 명씩 친밀한 남성에게 살해당하고, 사이버레커는 여성들을 '페미니스트'로 낙인찍으며 공격하고, 디지털 성폭력은 점점 심해져 딥페이크 성착취까지 등장했다. 이런데도 여성혐오와 안티페미니즘 담론 없이 이준석과 그의 지지율을 해석하는 건 최선이 아니"라고 했다.

이 후보가 대선토론에서 언급했다 역풍을 받은 성범죄 발언을 두고 손 교수는 "자신과 지지자들이 머무는 세계관 안에서는 성범죄 발언이 좀 과할 수 있어도 못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이 후보를 지지한 대학원생 B(26) 씨는 "이 후보가 대선토론에서 발언한 성범죄 발언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인용한 사람이 아니라 최초 발언자"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이재명 후보가 성범죄 발언을 인용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준석에 대한 비판 자체가 민주당과 여성단체의 불편한 동거를 보여줬다"고 했다.

손 교수는 "아무리 천만 가지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해도 여성 살해를 말하면 남자가 더 많이 죽는다고 응수하고, 강남 여성 살해 사건을 '화장실 사건'이라고 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이야기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사람들만이 이 후보에 표를 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20대 남성들의 행동을 세대 간 갈등이나 주류가 되지 못한 아웃사이들의 저항이라고만 해석해버리면, 여자들을 때려도 괜찮다고 말하는 온라인 문화 때문에 실제로 죽어가는 여자들을 어떻게 구할 것이냐"며 "제발 죽는 여자들을 보라. 남성 안에서의 다양성을 보자는 말만으로는 사람을 살릴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 후보의 성폭력 발언 언급을 비롯해 극우세력 등 대선 국면에서 나온 우려에 대한 해결책으로 손 교수는 "정부가 여성혐오 문제뿐 아니라 아스팔트에서 만났던 극우들을 용인하지 않겠단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포괄적 성교육을 비롯해 여러 가지 것들을 한 번에 고쳐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유세 중인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최근 이 후보의 TV토론 여성 신체 관련 발언을 규탄하며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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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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