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D-1 기자회견…"당선되면 첫 업무지시는 민생·경제"

"급한 건 대미 통상협상"…"국정에 당 자원 최대한 쓰겠다", "인사 배제기준 안 둔다"

"대국민 소통 늘릴 것…'도어스테핑'? 타당한지 모르겠다"

"가짜뉴스·왜곡 언론은 제재, 정론직필 언론은 지원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3 조기 대선을 하루 남겨놓고 한 기자회견에서 '당선될 경우 취임 후 첫 업무지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일은 민생·경제상황 점검"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2일 경기 성남시의 한 교회에서 한 회견에서 "경제상황 점검을 가장 먼저 지시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란 극복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그에 필요한 조치는 당연히 해나갈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개혁보다 급한 것이 민생·경제 회복"이라고 했다.

그는 "개혁해야 할 과제는 각 부문에 산적해 있지만 개혁은 기본적으로 갈등을 수반하게 된다"며 "반드시 해야 될 일이긴 하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일단 경제·민생회복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특히 "당장 급한 것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일 것"이라며 "대한민국 외교의 가장 기본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이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이나 우리나라의 안보·경제적 이익을 가장 중심에 둔 실용적 협상과 정책을 구사해 나가겠다"고 했다.

미국·러시아·북한 등 당장 얼굴을 맞대야 할 주변국 정상이 모두 '스트롱맨(독재자)'로 불리고 있는데 이들을 상대할 특별한 전략이 있는지 묻는 취지의 질문에 그는 "그들이 '스트롱맨'이라고 불리는 것은 자국 중심의, 국가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외교적 답변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친중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외신 질문에 대해 "중국이든 일본·러시아·미국이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협력해야 할 외국이고, 그 중에서도 한미동맹이 근간"이라며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고 앞으로도 확대·심화·발전시켜야 하는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계 공급망 문제나 이념과 가치를 완전히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한미일 협력관계도 역시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렇다고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적대화할 필요는 없다. 국익에 맞춰서 대만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면 협력하고 잘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선입견을 가지고 '친' 자 또는 '반'자 붙여서 단정·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대선 승리시 집권 후 당정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당정관계는 수평적으로, 진지하고 일상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인사든 정책이든 저는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매우 신중하게 많은 분들 의견을 듣고 인사도 정책도…(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특히 "많은 사람들의 좋은 의견을 많이 나누는 것이 국정 실패, 실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라며 "최대한 협의하고,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가능하면 당의 자원을 최대한 국정에 함께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소속 의원·당직자들을 대통령실이나 내각에 전진배치할 가능성을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또 선대위에 참여해준 인사들과의 향후 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앞으로 국정을 함에 있어서 역할을 함께 나눠 가며 해야 할 것"아라고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하게 할 것이냐의 제1의 기준은 국민에게 충직하냐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충직하고, 유능하고, 청렴하고, 거기다 적정하게 지역·연령·성 등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더 나을 것"이라고 조각(組閣) 기준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나아가 "그가 살아온 과정이나 가치보다는 앞으로 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며 "그래서 무슨 배제 기준 같은 것은 (설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성범죄·음주운전·병역기피·부동산투기·탈세 등 7대 공직 배제 기준을 세웠던 것과는 다른 방향을 내보인 것이다.

그는 "수십 년 전에 실수했다고 그걸 가지고 다 반성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며 "30~40년 전 소년기에 잠시 일탈해서 (문제가 됐으나) 지금은 다 충분히 역량을 가지고 일가를 이룬 유능한 사람을 그 이유로 배제하면 국가적 손실 아니냐. 미래지향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언론탄압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 자신이 집권할 때의 언론자유 보장 방안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후보는 "일부 언론은 언론인가 의심될 정도로 자신의 특별한 위치를 악용해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사례를 조작·왜곡하는 데 대해서는 언론이 특별히 보호되는 만큼 특별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언론 규모가 크든 작든 제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제제와 규제만으로 제대로 언론시장이 활성화되겠느냐. 충분히 지원하고, 힘없지만 정론직필하는 언론은 (역할을 하도록)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균형있게 언론 생태계를 잘 육성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원론적 차원의 언급이기는 하지만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제재를,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지원을 예고한 셈이다.

이 후보는 유권자와의 소통 문제에 대해서는 "소통 문제는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 제가 너무 소통을 즐긴다고 할까, (글을) 너무 많이 써서 SNS 관리권을 뺏겨서 마음대로 못 쓰고 있다. 선거캠프 입장에서는 위험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해서 제가 동의했다"며 선거 이후에는 다시 SNS를 통해 활발히 소통할 것임을 시사했다.

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 선보였던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는 "타당한지 잘 모르겠다", "그건 고려해 봐야겠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뭔가를 숨기기 위한 접촉 제한은 옳지 않고 국민과의 직접 소통은 많이 늘릴수록 좋다고 보지만, 준비를 해야 한다"며 "갑자기 얘기를 하다가 사고가 나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5200만 명의 운명이 달린 중대한 국정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향이 너무 크다. 간담회를 하더라도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자료 준비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기 성남시 태평동에 위치한 성남주민교회에서 열렸다. 이 후보는 "제가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 이 교회 기도실에서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여기서 이번 선거의 마지막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회견 장소를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곳 성남은 정치인 이재명이 만들어진 곳"이라며 "무상교복, 청년 배당, 산후조리 지원 정책이 시민의 삶을 채웠다"고 성남시장 시절의 업적을 언급하고는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성남시 청년배당을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으로 확대 시행했고, 농촌기본소득을 최초로 시행하기도 했다. 닥터헬기를 도입해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강화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우리 도민들을 지켜냈다"고 지난 세월 자신의 정치적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민주당을 이기는 정당, 수권정당, 강하고 유능한 정당으로 바꿔냈다"고 주장하며 "성남에서, 경기도에서, 그리고 민주당에서 한 것처럼 이제는 대한민국을 확실히 바꿔보겠다"고 했다.

그는 회견문에서 "내란으로 나라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급기야 성장률을 0%대, 0.8%로 낮춰 잡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냉엄한 현실"이라며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위대한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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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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