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핵발전소 더 짓는다'는 대선 후보들, 말 안되는 이유

[토론회] "AI 전력 수요 급증 예측치 과장, 핵발전소 건립도 비현실적"…"정치권, 흥분 걷어내라" 쓴소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AI(인공지능) 산업 전략을 각각 1·2순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핵발전소 및 송전선로 추가 건립 등의 정책을 공론화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이런 논의는 근거 없는 공포심에서 비롯됐으며 핵발전소 정책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14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카톨릭회관에서 열린 'AI 전력수요, 핵발전 확대가 답인가?' 토론회에서 "정부가 예측한 AI 전력 수요는 근거 없이 과하게 추계됐다"며 "데이터센터 때문에 핵발전소를 추가 건립한다는 계획도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데이터센터 부분의 전력 수요가 2023년 0.6GW(기가와트)에서 2038년 6.2GW로 10.3배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연평균 16.8%의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AI 산업에 대한 전력 공급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고, 정치권과 언론 보도 등에선 '소형 모듈 원자로(SMR)'나 대형 핵발전소 추가 증설이 대안으로 언급돼 왔다.

그러나 이 정책위원은 6.2GW라는 예측값에 대해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와 비교해도 과도한 예측치"라고 반박했다. 지난 4월 IEA는 2024~2035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율이 연평균 9.9%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은 2030년까지 '현재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유지한다'라고도 밝혔다. 이 정책위원은 "IEA 분석도 사실 더 높게 잡힌 것"이라며 "특히 2030~2035년 기간엔 증가율은 5.4%로 확 떨어진다.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또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소비의 85%는 미국, 중국,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며 "그런데 미국은 2024년 전력소비량 대비 2030년 전력소비량이 1.3배 증가한다고 분석한다"고 밝혔다. 즉 한국에서 이뤄지는 AI 전력 수요에 대한 우려는 현재 시점에선 "공포에 가까운 논의들"이며 "신기술을 둘러싼 지나치게 흥분된 반응"이라는 것이다.

▲5월 14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카톨릭회관에서 열린 'AI 전력수요, 핵발전 확대가 답인가?' 토론회가 에너지정의행동의 주최로 열렸다. ⓒ프레시안(손가영)

미국도 SMR을 대안으로? 언론의 왜곡

혹여 AI 산업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증가한다 해도, 이를 핵발전소 증설로 해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현실성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먼저 핵발전소 건립엔 10년 정도가 걸린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 일정은 대부분 2030년대 중후반 시기로 계획되고 있다. 그럼 2040년 이후 완공되는데, 2030년까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한다는 주장과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 정책위원은 "발전소 부지 선정도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과거 밀양 송전탑 투쟁 등의 사례처럼 송전선로 건설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금도 파주, 부천, 고양 등에선 고압선 지중화 및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행정소송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SMR을 해법처럼 제시하는 정치권을 향해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소음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상용화가 어렵고 비용 평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2030년이 지나야 (논의가) 가능할 텐데 지금 이걸 데이터센터를 위해 짓는다는 건 이치에 안 맞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부 언론이 미국 AI 빅테크 기업들이 SMR 건립으로 전력 수요에 대응한다고 보도하는 데 대해 "미국이 더 비중 있게 고려하는 건 가스, 화력발전이고 그보다 더 비중 있는 건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라며 "SMR은 그 이후에 대비해 옵션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데, 한국에선 마치 주 전력원처럼 얘기된다"고 비판했다.

▲부산 강서구에 건립될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조감도. ⓒ부산시

"AI, 엄청난 에너지 반드시 수반... 향후 5년 녹색정치 실종"

김 연구위원은 AI는 기후위기의 자장 안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AI 혁신엔 엄청난 에너지가 반드시 수반된다"며 "AI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만이 아니라, 반도체 칩 제조 및 유통, 사용, 그리고 폐기까지 전 과정이 기후 생태에 미치는 산업이기에 훨씬 더 큰 범위로 다뤄질 문제"라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유력 정치인마저 유튜브에서 '지금은 지구를 구할 때가 아니고 AI를 확대할 때'라거나 RE100을 PC(정치적 올바름) 용어라고 말하는 실정"이라며 "다보스포럼부터 최근 IMF의 보고서까지, 주요 기관들은 이미 AI 발전과 기후환경의 문제가 상호충돌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주요 대선 후보들이 AI 공약을 내건 것과 관련해 "집권 여당은 AI 관련을 2번 공약으로, 제1야당은 1번 공약으로 내세우는데 기후공약은 한참 뒤인 10번에 배치하거나 아예 없다"며 "누가 당선이 되든, 향후 5년은 기후위기 대응보다 AI 정책에 상당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에 맞닥뜨린 국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의 60%를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2019년부터 데이터센터 건설을 잠정 중단했고, 2023년 다시 300MW(메가와트) 데이터센터 용량을 추가하면서 이 중 200MW는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업체에만 할당한다고 정했다.

독일은 에너지 효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1조에서 "이 법은 에너지효율을 높여 1차에너지와 최종에너지 소비와 화석연료 수입 및 소비를 줄이고, 공급안정을 강화하며 지구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데이터센터 운영자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2024년부턴 50%, 2027년부턴 100%를 달성해야 한다고 정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전력수요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100%인 RE100 데이터센터를 구현하자"며 "신설되는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확보를 전제로 허가하고, 고효율 저전력 데이터센터를 의무화하며, 인공지능기본법이 기후대응에 대한 요건을 담을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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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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