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6.3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대법원의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일 논평을 내고 "사실관계와 법리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숙의 없이 내려진 이번 판결 선고는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행위"라며 "판결을 가장한 대법원의 정치 개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뚜렷하게 갈려 소수의견이 제시될 정도로 논쟁적인 사안임에도 충분한 숙의 없이 2심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인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선고된 판결을 두고 "6~7만 쪽에 달하는 사건기록과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기도 법관들 사이의 합의를 충분히 도출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며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은 외관상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문제이지만 결론에서도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 포함 10인의 대법관이 자신들이 가진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고를 강행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또 내란 세력이 지금까지도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판결을 졸속적으로 선고한 대법원의 행보는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노골적인 정치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내란종식과 사회대개혁을 바라는 교수·연구자들은 전날 낸 성명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대한민국 사법부가 스스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포기하고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법농단 사건"으로 규정하며 "이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법 쿠데타이며, 한국 민주주의를 향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이 "'선거인의 알 권리'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방향으로 해석됐다"면서 "이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정신과도 배치되며,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민주주의적 선거 원칙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퇴행적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대법관 12명 중 다수의견을 낸 10명에 대해 "압도적 다수로 참여한 대법관들은 모두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인사들"이라며 "사법부는 독립적인 헌법 수호자라기보다 특정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 행위자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논평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정치 개입이자, 선거 개입이라 볼 수 밖에 없다"며 "대법원이 스스로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허무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대법원이) 또다시 정치적인 고려를 통해 절차진행과 판결을 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기는커녕 확대시키는 판결을 내놓"았다며 "대선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하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결정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더 가중됐지면 한 달 뒤 대선에서 이 같은 혼란상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손수호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이 (대선 전) 한 달 안에 다 끝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아무리 위태위태해도 법적으로는 무죄"이기 때문에 대선에서 최고 득표를 한다면,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인수 기간 없이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하고 임기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대선 이후 "사법부가 스스로 판단해서 '현직 대통령 임기 중에는 재판 중단한다. 또는 연기한다. 못 한다. 뒤로 미루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만약 법원이 재판을 계속 진행한다면 대통령 스스로 '부당하다'고 주장을 하면서 법원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해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한 대통령 몫의 임명이 이뤄질 경우, 헌재 판단에 대한 영향력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짚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건) 당사자가 이재명 후보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빨리) 재판을 진행했을까"라며 "대법원이 스스로 정치 개입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번 파기환송으로 한 대선 후보의 출마를 법으로 막히게 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대선 이후에도 이재명 후보의 모든 형사재판이 중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겼다. 대선 이후에도 허위사실공표 건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형사 재판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면서 "대법원이 이렇게 정치적 개입 의지를 드러낸 이상 형사 재판도 중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좀 더 커진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줄줄이 받고 속속 유죄가 나와 대통령 직을 계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면, 또 한 번의 '내전 상태'가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한편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의사는 선거로 표출된다"며 "대선에서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과 그 주요임무종사자, 부화수행자를 어느 수준에서 심판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평가 대상에는 이재명 후보의 잘못 여부 뿐 아니라 검찰권 남용 여부, '사법 카르텔'의 정치적 의도 여부도 종합적으로 다루어진다. 검찰과 법원이 법의 이름으로,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도 심판대상 목록에 들어간다"며 "계엄과 내란의 큰 산을 반쯤 넘었다. 대법원의 판결도 또다른 넘어의 대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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