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 계엄령 선포로 국민 기본권 침해"

2024 세계 인권 현황 보고서 발표…"디지털 성폭력 '국가적 비상사태' 수준"

한국이 계엄령 선포로 국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됐으며, 딥페이크로 대표되는 디지털 성폭력은 '국가적 비상사태' 수준이라는 국제인권기구의 지적이 나왔다.

국제앰네스티는 29일 전 세계 인권침해 문제를 다룬 '2024 세계 인권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인권 현황을 이같이 분석했다.

이 기구는 "(지난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집회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등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를 발표했다"며 "국민적 반발과 국회의 탄핵소추가 이어졌고,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대통령은 파면됐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 사회 내 젠더 기반 폭력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으며, 특히 성적 딥페이크 콘텐츠의 광범위한 온라인 유포로 디지털 성폭력이 심화됐음에도 정부는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구는 "여성가족부는 여전히 폐지 위기에 놓였으며, 2024년 2월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임 이후 장관이 임명되지 않았다"며 여성 정책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꼬집었다.

아울러 국제앰네스티는 "여성 인권 활동가들에 따르면, 성적 딥페이크 콘텐츠는 뿌리 깊은 성차별과 혐오의 일부이며, 그 현상은 이미 '국가적 비상사태' 수준에 이르렀다"며 "소셜미디어 테크 기업들은 가학적인 콘텐츠를 즉시 삭제할 수 있는 신고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피해 생존자들의 요구에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리셀 참사와 외국인 가사노동자 정책 등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환경도 우려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며 "화성시의 리튬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사망했는데, 희생자 중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시범운영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채용에 대해서는 "이들의 임금수준은 처음부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가사관리사들은 임금 체불, 휴게 공간 부족, 당국의 야간통금 조치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평화적인 시위에 불법적이고 과도하게 제한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장박가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본부장은 "평화적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의 자의적인 제한과 일부 불필요한 물리력 사용 등의 관행은 대한민국 정부가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헌법적·국제인권법적 책무를 저버리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소개했다. 국제엠네스티는 "대법원은 동성 배우자에 대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지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판례를 남겼다"고 했으며, 202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군인의 순직을 인정한 국방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고(故) 변희수 하사의 성확정 수술을 '장애'로 간주해 내린 강제전역 결정이 위법하지 않고 변 하사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던 이전 결정을 뒤집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국민의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며 관련법 개정을 주문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박가람 본부장은 "정부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로부터 미래세대를 포함한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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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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