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양시, '얼굴로 성별인식' CCTV 논란 확산에 '폐지' 결정

"개인정보 침해", "성별 고정관념 강화" 지적 폭주…일반 방범용으로만 활용키로

공중화장실 입구에 인공지능(AI) 성별인식 CCTV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안양시가 '개인정보 침해', '성별 고정관념 강화', '성소수자 낙인' 등 우려가 쏟아지자 이틀 만에 정책 폐지를 결정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25일 <프레시안>에 "관내 공중화장실에 인공지능 성별인식 CCTV 확대 설치를 발표한 뒤 개인정보 침해 우려와 '얼굴인식 자체가 찝찝하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왔다"며 "내부 검토 결과 얼굴인식 기능을 활용하지 않고 일반 방범 기능만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양시는 지난 23일 관내 공중화장실 28곳에 인공지능 성별인식 CCTV를 올해 하반기 중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관내 공원·하천변의 여자공중화장실 45곳에 설치한 인공지능 성별인식 CCTV를 확대 설치하려는 것이다.

안양시에 따르면, 인공지능 성별인식 CCTV는 얼굴을 통해 성별을 인식하고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돼 다른 성별인 사람이 화장실에 출입할 경우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 관제시스템에 즉각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울리면 관제시스템의 운영 화면에 해당 화장실의 위치 및 명칭이 함께 표시돼 이를 통해 신속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해당 화장실의 위치와 주변 상황 등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범죄 예방은 물론 추후 증거 확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안양예술공원 화장실 입구에 설치된 성별인식CCTV 모습 사진. ⓒ안양시

해당 정책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및 시민사회에서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물론 생김새를 통해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기술이 개인정보 침해 및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수 나왔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는 이유 만으로 동의 없이 CCTV 업체에 개인의 외모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며, 외모를 통해 성별을 판단하는 방식 자체가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X(옛 트위터) 이용자 사이에서는 "국가공권력이 여성적인 외모의 기준을 설정하고 개인이 그 외모 기준에 맞는지 평가하도록 승인 여부를 가리는 행위", "AI가 성별인식을 위해 세우게 될 여성 외모 기준 자체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을 차별하게 될지 생각해야 한다" 등 외모에 따른 성별 구분 자체가 기술과 공권력에 의한 성별 고정관념 강화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성) 얼굴인식 데이터가 쌓이는 상황 자체가 불쾌하다" 등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의당 경기도당도 25일 성명을 내고 "이 시스템이 기반하고 있는 '여성 같은 외모'라는 관념 자체가 차별적인 것을 넘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 개념"이라며 "이런 기술은 결국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외형적 여성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후퇴시킨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또 "안양시의 성별인식 CCTV는 사생활의 자유와 성별 정체성의 다양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위협하며,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 안전이라는 목표는 기본권 침해 없이도 달성할 수 있다. 인력 기반 순찰 강화, 비상벨 시스템 개선, 지역사회 기반 예방 프로그램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이 존재한다"며 안양시에 해당 시스템 운영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원칙적 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인권위는 경찰청의 3차원 얼굴인식, 법무부의 출입국 인공지능 식별 추적, 경기 부천시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확인 등 최근 몇 년간 만들어진 얼굴인식 기술과 관련해 생체인식 정보를 수집·활용하는 데 대한 법률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사생활 침해를 우려했다.

인권위는 "국가가 별다른 통제 없이 국민의 얼굴 정보를 폭넓게 수집·보유하면서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다면 특정 개인에 대한 추적이나 감시가 가능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국무총리에 인권침해 방지 법률이 마련되기 전까지 중앙행정기관이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해당 정책이 알려지면서 안양시에는 인공지능 성별인식 CCTV 활용을 우려하는 민원이 다수 제기됐다. 이에 안양시는 확대 조치 발표 이틀 만에 CCTV에서 얼굴 인식 기능을 삭제하고 범죄 방지를 위한 일반적인 기능만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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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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