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 지연 상황과 관련, 구체적인 선고 시기에 대해서는 답을 피하며 "신중을 거듭해 심리 중이다", "최선을 다해서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등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야당 측은 선고 지연에 반발해 헌법재판관 임기연장법을 법사위에 상정했는데, 헌재는 이 법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31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지연되고 있는 현상황에 대해 "(선고) 시기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없고 (헌법재판관들이) 깊이 있게 논의와 검토를 하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과 파급 효과가 큰 사건인 만큼 신중에 또 신중을 거듭해 심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사위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고 지연 상황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는데, 김 사무처장은 "여러 우려가 있다는 것은 저희도 잘 알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모든 재판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선고하기 위해서…(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처장은 다만 구체적 선고 시기에 대해서는 어떤 예단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퇴임일인 오는 4월 18일 이전에 탄핵 선고가 가능하냐는 야당 측 의원들 질의엔 "잘 아시듯 평의 내용에 대해서는 저희도 알 수가 없다"며 "(선고 가능성에 대해선)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재판관들의 평의 횟수 및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선 "저희가 일일이 그 부분에 관해서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며 "평의는 수시로 열리고 있고 필요할 때 항상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고만 했다.
일부 의원들은 재판관들의 출퇴근 시간을 묻기도 했는데, 김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선 "출퇴근 문제는 보안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탄핵심판 관련 내부 정보가 새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의들엔 "그런 사실은 추호도 없다"고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선고 지연 상황에 반발해 발의한 헌재 관련 법안들을 여당 반발 속에 일방 상정하기도 했다.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의 재판관 임기 연장법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고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재판관 임명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들로, 해당 법안들을 두고선 4월 18일 두 재판관의 퇴임까지 탄핵심판이 끝나지 않을 시 윤 대통령 측 재판관들이 다수가 되어 탄핵안이 기각될 수 있다는 야당 측 불안감의 발로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이날 여당인 국민의힘은 "헌법에 나와 있는 재판관 임기를 (법률로) 마음대로 바꾸겠다는 것은 법치 훼손을 넘어 국가 기반을 흔드는 발상"(박준태 의원)이라며 법안상정에 강력 반발했지만,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의 과반수 동의로 법안은 일방 처리됐다. 야당은 상정된 특검법을 즉시 제1법안소위에 회부, 이날 의결한 뒤 다음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일각에서는 "(1소위) 통과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고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 지금은 8명의 재판관으로 파면이 선고될 것이라는 기대를 포기할 때가 아니고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통한 합류에 더 크게 힘을 쏟을 때다. 시점상 현재로서는 이렇게 서둘러서 통과시킬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고 이는 지도부와 같은 판단"(박범계 의원)이라고 속도조절론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당 법안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김 사무처장에게 헌재 측 의견을 구했지만, 김 사무처장은 해당 법안에 대해선 "발의된 것은 인식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는 상태"라고만 했다. 회의 내내 여당 측의 관련 질문이 이어졌지만, 김 사무처장은 "이 법안에 대해서는 지금 재판소는 어떤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처장은 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을 임명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취지로 물은 데 대해서도 "대통령 몫 말씀이냐?"고 되묻고 "국회 추천 몫은 권한쟁의심판과 탄핵심판을 통해 밝힌 바 있다"고만 했을 뿐 대통령 임명 몫 재판관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김 처장은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특정 재판관이 기일을 미루면서 윤석열 측 및 국민의힘과 내통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사실무근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야당 의원들이 "파면이 기각되면 헌재 폐지가 마땅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박균택), "파면이 아니면 파멸"(정청래)라고 압박한 데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설립돼 있는 기관이고 그 취지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헌재가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당부로 듣겠다", "우려를 잘 전달하겠다"고 원론적 답만 했다.
김 처장은 다만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한 대행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 아니냐'고 물은 데 대해서는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는 행위는 헌법 위반 사항인 것은 맞다"며 "저희는 충원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체댓글 0